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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영원하지 않아서

우리는 영원하지 않아서

: 호흡기 내과의가 만난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마지막 숨소리

이낙원 | 들녘 | 2017년 11월 13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2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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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200쪽 | 242g | 128*188*20mm
ISBN13 9791159252914
ISBN10 1159252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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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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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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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감정’은 병원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 언제나 객관적인 병의 증상과 치료 뒤로 밀려난다. 혹여 의료 종사자가 참지 못하고 감정을 드러내기라도 하면 ‘감상적’ 또는 ‘비이성적’이라는 지적을 받게 된다.--- p.10

의사는 스스로를 무기력하다고 느낄 때 가슴에서 탄내가 난다. 하긴, 환자를 살리지도 못한다면 이 정도 아픈 게 대수인가. 무력함은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다.--- p.26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죽음을 맞지만 의학은 또는 의사는 여전히 삶에만 집착하고 있지 않은지. 죽음이 일상화된 병원이지만, 아직도 병원은 죽음을 맞이할 준비가 덜 되어 있다.--- p.63

겨울나무는 대지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땅에 붙어 있는 한 겨울나무에도 봄은 온다. 바스라질 듯 연약한 인간의 몸에도 봄이 올 수 있을까. 다시 푸르고 장엄하게 피어날 수 있을까.--- p.72

“이제 저는 어떻게 되는 거지요?”
마치 새로 태어난 생명이 던지는 질문 같았다. 알에서 갓 깨어나 세상을 처음 바라본 아기 새의 마음이나, 초봄 고목을 뚫고 돋아난 새순의 마음이 이와 같을 것이다. 기계 호흡에 의존한 채 맞이한 세계는 환자에게 과거와 전혀 다른 세상이었을 것이다.--- p.82

꼼짝없이 자석처럼 붙어 있어야 하는 작은 침대 위에서도 감사할 수 있다는 게, 눈웃음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환자의 모습이, 모든 걸 다 갖추고도 때때로 기쁨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 p.86

우리는 사랑을 하다가도 시간이 흐르면 상대방의 결점을 보기 시작한다. 완전해서 사랑한 것이 아니라 사랑해서 완전해 보였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을뿐더러 이를 평가하는 인간 자체가 변덕스럽기도 해서 완전한 사랑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완전하지 못한 인간을 오래 사랑하는 방법은 있을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의 결점과 장애마저도 그 사람의 정체성으로 한데 묶어 인식하는 것이다.--- p.101

두려움에 대한 방어는 대개가 그렇듯 표현 방식이 거칠다. 그럴 때 몸이 내는 소리는 격렬하면서도 집요하다. 본심을 왜곡해 쌍방 간에 소통을 어렵게 만든다.--- p.167

‘병’이 커다란 상실과 아픔으로 다가올 때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가 만난 몇몇 환자들은 그들의 처지를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을 얻었다. 저항할 수단이 아무것도 없는 이들에게 ‘이야기’는 최후의 무기다. 물론 치료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진 않겠지만, 누군가에게 나의 사정을 토로함으로써 아직 이 땅과 이어진 관계의 고리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각하게 하는 최소한의 희망일 수 있다._--- p.176

아픈 것은 의사도 마찬가지다. 나의 치료가 상대방에게 불필요하고, 누군가에게 고통을 더욱 가중하는 일이 될 때 너무도 괴롭고 불편하다.--- p.190

죽음이 오건 말건 개의치 않는다. 결국 죽음에 점령당할지라도 그러한 운명에 불안해하지 않는다. 삶은 죽음 없이는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므로.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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