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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끝에서 나눈 대화

삶의 끝에서 나눈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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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344쪽 | 552g | 140*217*30mm
ISBN13 9788961706384
ISBN10 8961706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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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인생의 최후에 이르면 눈길은 다른 곳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진전 모드로 움직이며 오직 앞만 보고 왔다면, 이제는 되돌아보는 것이다. ‘대비하기’라는 원칙은 그 의미를 잃는다. 이제 곧 삶을 마쳐야 한다면, 더 이상 우리는 당장 삶을 시작하는 방식에 의지할 수 없다. 목적에 맞는 계산된 행동이 보람을 안겨 줄 수 있는 범위가 줄어든다. 소중한 삶의 마지막 시간을 불필요한 일에 허비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타협할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여기서 노년의 과격함이 생겨난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면 때로는 냉소적이거나 절망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제는 어떤 새로운 약속으로도 위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새로운 자유도 얻어 냈다. 그릇된 기만에 더는 속아 넘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p.10

단 한 번의 지극히 중요한 순간이었죠. 스물다섯 살이던 때였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아우슈비츠에 관한 일화들만 서술했지요. 어느 날 나는 번개같이 깨달았습니다. ‘나는 단순히 아우슈비츠에서 살아남은 한 인간이 아니라, 나와 더불어 대단한 이야기가 생겨난 것이다. 그러니 나는 그것을 포착해야 한다.’ 나는 시시각각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변했습니다.……그런 순간은 단 한 번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근원적이고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성자들이 경험하는 것과 같은 그런 순간이지요. 그런 것을 우리가 날마다 경험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살아가면서 언젠가 한번은 자신이 어디에서 살고 있으며, 또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틀림없이 깨닫게 됩니다. -임레 케르테스--- p.256

가끔 나 자신이 새로운 각도에서 늘 동일한 것을 촬영하는 사진사 같다고 느낍니다. 또 이전 책에 나왔던 장면들이 약간 변형되어 새 책에 다시 나오는 경우도 자주 있지요. 내가 그 장면을 그와 비슷하게 이미 서술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기 때문입니다. 19세기의 작가들은 자신의 책들을 거대한 성당처럼 쌓아 올릴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나에게는 아주 자잘한 석재, 넝마 조각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내 책들은 내가 살고 있는 금세기만큼이나 갈가리 찢겨 있지요. -파트릭 모디아노--- p.288

죽은 자들과의 은밀한 대화는 중단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45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아직도 나는 날마다 그분과 언쟁을 벌이지요.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우리는 몸을 낮추고 그분들을 높이 받들게 됩니다. 그분들을 우리의 마음속 어딘가에 간직해 두고 나머지 일생 동안 그분들을 품고 다닙니다. 인간은 누구나 일종의 마트료시카 인형(*몇 회를 반복해서 점점 작은 인형이 나오는 러시아 목각 인형.)이어서 앞서 간 세대의 정신적 외상, 염원, 실망을 함께 지니고 다닙니다. -아모스 오즈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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