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의식 속에는 무엇인가를 표현하려는 욕구가 존재한다. 이는 모든 시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특히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의 특징이나 살면서 느낀 고민, 꼭 알아야 할 지리적 내용을 바위나 동굴 속에 그리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이유로 지도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 ··· 메소포타미아 점토판 지도는 작은 구역을 자세하게 표시했으며, 관개 시설의 위치, 농경지의 규모, 소유권 등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지도는 부동한 권리 증서로서 사냥 및 채집 생활 방식을 탈피한 새로운 인간 사회에 필요한 기록물이었다. 지도는 각 시대의 사회·문화적 요소들이 반영되어 있으며, 당시 사람들의 가치관과 정신을 담은 상징적인 것이다.
화산 폭발을 주제로 한 영화 중 대표적인 것이 [볼케이노]와 [단테스 피크]이다. [볼케이노]와 [단테스 피크]는 이글이글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주인공의 모험과 사랑을 그린 공통점이 있지만, 그들이 처한 상황은 너무 다르다. ··· ··· [볼케이노]의 화산 작용은 점성이 작고 유동성이 큰 현무암질 용암이 분출한 형태이고, [단테스 피크]의 화산은 점성이 크고 유동성이 작은 폭발형 화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볼케이노]의 주인공은 화산의 유동적인 성질을 파악하여 낮은 지역으로 흘러들 것을 미리 알았고, 하천의 유로로 용암을 유도하였다. 그에 비해 [단테스 피크]의 주인공은 폭발성 화산 작용 때문에 날아드는 화산탄, 화산재, 호우, 밀려드는 토사류 등 각종 재해를 갑작스럽게 맞이할 뿐 다른 대책을 세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최근 외갓집에서 새롭게 발견한 사실이 있다. 수십 년 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게 이상할 정도이다. 키가 작아서 보이지 않았던 지붕의 모습이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보이게 되었는데, 외갓집 지붕이 점판암으로 되어 있었다. 지리적 지식이 생기면서 다양한 사실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이 마을에는 점판암 지붕이 많았는데, 점판암은 실트가 퇴적되어 생성된 판 모양의 암석이다. 이 지붕을 발견하는 순간 옥천 지향사의 범위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학교는 3월 2일 개학과 동시에 입학식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이 시기의 학교 운동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상태가 좋지 않다. 장마철에도 물이 잘 빠지도록 설계된 운동장이 이때만 되면 진흙탕이나 다름없다. 운동장에서 조회를 하고 들어가면 교실은 발자국과 흙으로 얼룩진다. 왜 이 시기에 운동장은 질퍽질퍽해지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겨울 동안 얼었던 땅이 3월 초가 되면 표면만 녹고 땅속 깊은 곳은 계속 얼어 있어 배수가 불량해지기 때문이다
가사는 장마철의 우울한 날씨를 소재로 88만 원 세대의 애환을 담고 있다. ‘눅눅한 장판’, ‘축축한 이불’, ‘희끄므레죽죽한 하늘’ 등 장마철에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적나라하게 표현함으로써 우울한 ‘백수’의 삶을 나타냈다. ··· ··· 이러한 장마 전선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치면 한반도는 물에 흠뻑 젖은 신문지처럼 눅눅하고 불쾌한 날씨가 계속된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장마가 지나면 생명이 약동하는 여름이 찾아온다는 사실이다. 그런 사실에 비한다면 우리나라의 88만 원 세대가 겪고 있는 고용 불안 문제는 장마보다 더 어둡고 답답해 보인다.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가끔 ‘만약 그때 그랬더라면 ··· ···.’하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하지 않았더라면’이나, ‘이순신 장군이 명량 대첩에서 왜군을 격파하지 못했다면’하는 생각 말이다. 이러한 역사적 가정들을 통해 역사 연구는 깊이가 더해지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내용은 드라마나 영화의 좋은 소재가 되어 사람들의 흥미를 유발시킨다. 그렇다면 지리도 ‘만약 ~이라면’하고 가정할 수 있는 것들이 있을까? 물론 있다. 지리적 가정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지리 학습은 삶과 동떨어지면 즐길 수 없다. 사소한 것들, 그것이 하물며 상상일지라도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는 여러분을 풍요로운 삶으로 이끌 것이다. 이 책 전반에서 두루 말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사소하게 넘길 수 있는 우리 주변의 것들이 지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