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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의 거처

사상의 거처

창비시선-100이동
김남주 | 창비 | 1999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8.5 리뷰 6건 | 판매지수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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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9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125*200*20mm
ISBN13 9788936421007
ISBN10 89364210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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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김남주
전남대 영문과 입학, [창작과 비평]1974년 여름호에 '잿더미'등 발표.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복역중 1988년 가석방 조취로 출소. 시집으로 <진혼가><나의 칼 나의 피><조국은 하나다><솔직히 말하자> 등. 역서로 <자기의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아타 트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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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강산


콕콕
콕콕콕
새 한 마리
꼭두새벽까지 자지 않고
깨어나
일어나
어둠의 한 모서리를 쫀다
콕 콕콕 콕콕콕

이윽고 먼데서
닭울음소리 개울음소리 들리고
불그레 동편 하늘이 열리고
해 하나 불쑥 산너머에서
개선장군처럼 솟아오른다
--- p.24
-안부-

햇빛은 나무가지에 눈보라가 치고
삭풍은 철창에서 우는 곳
그곳에 겨울이 다가옵니다.
봄 여름 가을도 없이
한줄기 햇살도 스며들지 못하는
그곳에 겨울이 다가오면
북풍한살을 막아보겠다고 당신은
비닐판으로 철창을 가리고
종이 부스러기를 긁어모아 문틈이며 마루통이며
틈이란 틈은 죄다 막겠지요.
그리고 화로도 없거 인정도 없는 그 곳에서
영하 십도 이십도의 취위를 이겨 보겠다고
가슴에 미지근한 식수통을 껴안고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오지 않는 잠을 청하느라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밤을 새울지도 모르고요

부디 건강하세요
사슬 풀려 자유의 몸이 될 때까지
당신이 겪은 고난은 무익하게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자연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겨울에도 끝이 있는 법이니까요.
--- p.
시골길이 처음이라는 내 친구는
흔해빠진 아카시아 향기에도 넋을 잃고
촌뜨기 시인인 내 눈은
꽃그늘에 가려진 농부의 주름살을 본다

바닷가가 처음이라는 내 친구는
낙조의 파도에 사로잡혀 몸둘 바를 모르고
농부의 자식인 내 가슴은 제방 이쪽
가뭄에 오그라든 나락잎에서 애를 태운다

뿌리가 다르고 지향하는 바가 다른
가난한 시대의 가엾은 리얼리스트
나는 어쩔 수 없는 놈인가 구차한 삶을 떠나
밤별이 곱다고 노래할 수 없는 놈인가
--- P.16 <가엾은 리얼리스트>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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