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18년 07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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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48쪽 | 468g | 128*188*30mm |
ISBN13 | 9788954651936 |
ISBN10 | 8954651933 |
발행일 | 2018년 07월 16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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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448쪽 | 468g | 128*188*30mm |
ISBN13 | 9788954651936 |
ISBN10 | 8954651933 |
제1장 기묘한 거래 / 015 제2장 자담장 / 043 제3장 준비한 적 없는 이벤트 / 089 제4장 혼란 속의 희생자 / 173 제5장 침공 / 281 제6장 차가운 창 / 373 에필로그 / 441 수상 소감 / 445 |
두 번인가 읽기에 도전했다가 두 번 다 포기한 책이다. 다시 읽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얼마 전 듀나 님 책에서 이 책에 대한 추천사를 읽고 다시 읽기에 도전했다. 이번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완독하리라 다짐했고 결국 완독해냈다.
이야기는 대학에서 '미스터리 애호회' 회원으로 활동 중인 하무라와 아케치가 '영화 연구부'의 여름 합숙에 초대되면서 시작된다. 인적이 드문 호수 옆 대저택에서 묵게 된 이들은 저녁 식사를 마친 후 근처 야산에서 담력 시험을 하다가 갑자기 밀려든 좀비들을 피해 대저택에 피신하게 된다. 대저택의 사방이 좀비들에 의해 막힌 완벽한 밀실 상황. 하룻밤이 지날 때마다 부원이 한 명씩 참혹하게 살해당하는 연쇄 살인 사건까지 더해지면서 대저택 안의 공포가 극도에 달한다.
평론가들과 미스터리 장르 팬들이 이 소설을 극찬한 이유는 알 것 같다. 미스터리 장르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밀실 트릭과 요즘 유행하는 좀비물을 결합했다는 점이 신선하고, 통신 수단 및 전자 기기의 발달로 인해 더 이상 밀실다운 밀실이 존재하기 힘든 시대에 새로운 유형의 밀실 미스터리를 창조해냈다는 점이 눈길을 잡아끌었으리라.
하지만 작품 전반에 만연해 있는,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시선과 급기야 마지막에 성폭행 가해자를 두둔하고 범죄를 합리화하는 대목을 보면서 또다시 이 작품을 읽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작품의 재미도 중요하지만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 또한 중요하다. 아무리 재미있는 작품이라도(사실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았다) 그 작품이 견지하는 관점이나 옹호하는 주장이 올바르지 않다면 과연 그 작품을 '좋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읽은 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이제서야 리뷰를 몇 자 끄적여본다. 책을 읽어보니 장점과 단점이 확연히 공존한다.
신인 작가로서 신선한 시도와 패기는 좋았으나 좀 과유불급, 너무 많은 걸 집어넣었다.
먼저 단점을 말하자면, 초반부에 십여 명의 등장인물을 동시다발적으로 등장시켜 각각의 캐릭터가 머릿속으로 정립되지 않아 읽는 내내 누가 누구인지 헷갈린다. 거기에 추리의 단초가 되는 시인장 2층과 3층의 방 배치도와 건물 구조 개념도 등이 복잡해 일일이 기억하며 따라가기가 벅차다.
하지만 장점도 존재한다. 공포 액션 영화에서만 보던 비현실적 캐릭터인 좀비가 논리성을 중시하는 본격 미스터리 소설에 등장하다니. 참으로 신선한 발상과 시도이다. 그리고 그러한 좀비의 존재가 단순히 배경으로만 쓰인 게 아니라 사건의 진행과 트릭의 중요한 요소로 작용해 본격추리물로서의 재미를 높여준다.
시인장에 모여드는 등장인물 소개부터 좀비의 발생과 특성, 시인장의 구조와 방 배치, 등장인물간의 인간관계 등, 사건의 배경과 무대를 만드는데 초반 2백여쪽을 잡아먹는지라 다소 지치고 늘어진다. 하지만 수많은 좀비떼가 시인장으로 몰려오고 그 와중에 살인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본 궤도에 오른다. 외부로부터는 좀비떼의 포위와 습격 그리고 내부에는 살인마가 존재하는 그야말로 진퇴양난, 절체절명의 위기. 바리케이드를 넘어 좀비떼가 조금씩 내부로 침입하는 가운데 발생하는 또 하나의 살인. 범인은 좀비인가, 인간인가? 논리적인 본격 추리와 긴장감 넘치는 액션 스릴러의 절묘한 만남이다.
여기에 명탐정이 등장해서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한다. 밝혀지는 범행 과정과 트릭의 실체는 제법 기발하고 논리적이다. 풋풋한 대학생들의 연애 감정이 도처에 흐르는 라노벨스러운 분위기란 평들도 있지만 본격추리물로서의 재미와 완성도는 나름 합격점을 주고 싶다. 뉴페이스의 등장은 언제나 신선하고 환영할 일이다.
머릿속에서 현실과 공상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지고 있었다. (320p)
분명 이 친구들이 도착한 곳은 '자담장'인데 왜 '시인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것인가 의아했다. 비밀은 한자에 있었다. 시인 즉 죽은 시체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니 제목부터 이곳에서 살인이 벌어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전문적인 형사나 탐정은 등장하지 않는다. 단지 교내에서 좀 유명하다는 탐정과 그를 도와주는 인물만 등장할 뿐이다. 조금 아마추어적인 아닌가 하지만 나름대로 풋풋한 매력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읽히는 감은 충분히 만족스럽다. 너무 깊은 무언가를 갈망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꽤 많은 등장인물로 인해서 미리 소개를 해주고 있지만 그닥 중요하지는 않다. 이들이 주장하는 클로즈드 서클 즉 밀실에 갇힌 인원이 제한적이고 소개에는 있지만 본문 내용을 이끌어가는데 있어서 하등 중요하지 않은 인물들도 다 나와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 일일이 기억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영화동아리에서 합숙을 하면서 촬영을 한다. 선배의 별장을 빌려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MT라고 보아도 좋겠다. 대학생들이 흔히들 많이 하는 동아리 활동이다. 예전 기억을 되살려보면 이런 것들은 다 술을 마시기 위한 핑계였던가. 집을 떠나 하룻밤동안 다른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이야기하고 먹고 마시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아주 좋은 핑계거리가 되기도 했었다. 물론 동아리 활동도 빼놓을 수는 없지만 말이다.
여기에는 별장을 빌려준 선배와 그의 친구들도 동참을 한다. 출발하기 전 동아리방에 떨어진 한장의 쪽지로 인해서 대거 미참석자가 발생을 하고 회장은 자신의 여자친구를 비롯해서 자신의 동아리가 아닌 회원들도 추가해서 급조했다. 회장이 이렇게까지 하려는 데는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일까. 아니 애시당초 그 동아리방에 떨어진 쪽지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모든 것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갇힌 공간이라고 하나 어떻게 보면 눈때문에 길이 막힌 것도 아니고 산속이라서 교통수단이 없는 것도 아니고 구나 충분히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었다. 이 공간을 막아버린 것은 다름 아는 좀비들이었다. 좀비로 인해서 어쩔 수 없이 밀실구조를 만들어비린 작가의 상상력에 경의를 표한다.
본문에서도 언급되는 [웜바디스]를 비롯해서 영화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좀비들이는 하나 일본문학에서 좀비를 소재로 해서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은 드물게 보았다. 그만큼 흔히 쓰이는 소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으로 인해서 이야기는 더욱 특색있어졌다. 기존의 어떤 밀실미스터리보다 더 말이다. 사실 밀실미스터리라는 것이 잘못 설정하면 굉장히 시시하고 터터무니없게 만들어지는 경우도 있어서 조심스러운 선택인데 작가는 그런 부분을 뒷받침해줄 탁월한 소재를 선택한 것이다.
표지에서 보듯이 드러난 것은 세건의 살인이다. 좀비로 인한 사상자를 제외하면 말이다. 좀비와 인간. 양쪽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범죄의 그림자. 좀비는 비현실적이지만 살인은 현실적이다. 이성과 감성사이에서 끼어버린 피해자들. 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이런 일을 저지를까. 두명의 아마추어가 열심히 생각을 거듭하지만 사건은 의외로 쉽게 결론을 맺는다. 당신은 이 아마추어 탐정에 도전장을 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