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식탁에 머물러 있어야 그 존재가치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다. 음식과 함께하면 와인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그러므로 식사 시간을 좀 길게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린 와인을 즐길 좋은 문화를 이미 가지고 있다. 반주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와인은 반주일 때 가장 맛있다. 반주는 식사의 속도를 늦춘다. 말이 없던 아버지도 반주 한잔에 무거운 입을 연다. 반주는 고독이 흐르던 식탁을 대화가 넘치게 한다. 그러니 반주 메뉴에 그저 와인을 넣기만 하면 된다.
많은 수강생들이 이런 말을 한다. “주로 잠들기 전에 와인을 마셔요. 정작 식사할 때는 잘 안 마시게 되더라고요..” 우리나라 대부분 사람들도 식사는 식사대로 하고, 와인을 일종의 수면제처럼 사용한다. 자기 전에 마시니 맛보다는 약으로 먹는 경우다. 그러나 여기에는 즐거움이 없고 보신주의만 있다. 와인의 준거집단은 식탁이어야 한다. 와인은 식탁 위에서 더욱 빛나는 법이다.
-1장 두려워 말고 즐겨라 <BYOB씨, 레스토랑에 가다> 중에서
웨버의 와인 컬렉션을 경매하는 날이라 런던 시민들이 경매장 입구에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그가 오십 평생 모은 18,000병이 출품되었다. 웨버 컬렉션은 또한 보르도, 부르고뉴, 샴페인 등지의 최고급 와인으로 구성되었다. 그리고 포르투갈의 주정강화 와인 포트, 프랑스 화이트의 명품 알자스 지방 와인, 호주 최고의 와인 그랑지 등 다양한 셀렉션을 보여주었다. 구체적으로 나열하자면 베스트 빈티지 1982산이 즐비했다. 웨버 경매는 경매역사에 기록을 남겼다. 하나는 한 사람이 소장한 와인으로만 치른 경매에서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틀 동안 와인 경매를 치른다는 것이다. 보통 와인 경매는 반나절 정도 걸리는데 웨버의 와인은 수량이 너무 많아서 이틀 동안 치렀는데, 그것도 하루 종일 걸렸다.
-2장 와인은 문화이자 산업이다 <오페라의 유령, 셀러의 유령> 중에서
전통적으로 와인을 만들어 온 유럽에서는 와인을 구분할 때 카베르네 소비뇽 와인이라든가 메를로 와인이라고 하지 않는다. 유럽 와인은 포도의 원산지, 즉 포도밭의 지리적 위치로 와인을 구분한다. 메독, 생테밀리옹, 샴페인, 샤블리 등이 그것이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유럽 나라들은 그래서 와인 이름을 지역 이름이나 마을 이름으로 정했다.
이런 방식은 지극히 과학적이다. 특정 지역에 잘 자라는 포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동안 어떤 한 장소에서 농부들이 다양한 포도를 재배해 왔을 것이다. 그중에서 그 밭에 잘 적응한 포도만이 살아남게 되고, 농부는 경제성의 원칙에 의해 그 포도만을 집중적으로 재배했으리라.
이러한 경험들은 해당 정부에 의해 모두 체계적으로 수집된다. 정부는 특정 지역에는 특정 포도를 심기를 지도하고 관리한다. 그리하여 오늘날 메독은 카베르네 소비뇽, 생테밀리옹은 메를로, 부르고뉴에는 피노 누와, 샤블리에는 샤르도네가 자라게 되었다. 프랑스에서는 메독에서 나온 와인을 메독 와인이라고 부른다. 그 와인의 원산지가 메독이라는 뜻이다. 결코 이를 카베르네 소비뇽이라고 하지 않는다.
-3장 와인 지식검색 <와인은 스타일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