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제시한 미래 역량에 대한 논의들은 기업과 경제 전문가 중심으로 제안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인간 계발의 관점으로만 접근한다면, 다시 말해, 철학이 없다면 인간과 사회, 그리고 고유한 역량에 대한 환원주의, 획일화, 경쟁, 빈부격차, 환경 파괴 등의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학이 필요하고 성찰을 위한 철학적 접근이 꼭 필요한 것이다. --- p.15
정리해보자.
철학은 질문한다.
철학은 중요한 개념에 대해 질문한다.
철학은 본질적 의미(근원, 전제 등)에 대해 질문한다.
철학은 가치에 대해 질문한다.
철학은 생각의 과정에 대해 질문한다.
철학은 답에 대해 다시 질문한다.
철학은 대개 논쟁적이기 때문에 질문도 답도 열려있다.
--- p.30
공부는 외적 성공의 수단뿐만 아니라 자기 성찰과 함께 삶과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그 목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과 수업은 이러한 목적의식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철학적 접근은 이러한 근원적인 목적의식과 관련된다. 교사에게 철학적 사유가 필요하고 교과 안에서 아이들이 철학적인 사유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pp.47-48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배려적 사고는 탐구에서 함께 작동되며 이런 다차원적 사고를 통해 합당한 판단을 하는 것이 사고를 잘하는 것이고 좋은 사고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다차원적 사고를 잘하기 위해 공동체의 탐구가 활발하게 자주 일어나야 하고, 탐구 과정에서 적절한 사고 기술들이 적용되어야 한다. 탐구공동체의 역할은 각각의 사고가 높은 수준의 기술이 되도록 훈련하는 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공동체가 탐구를 하면서 질문을 만들고 토론하고 심화 활동을 하는 과정 전체에서 각각의 사고들이 기술로 발전되며 나아가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교사는 탐구가 잘 이루어지도록 적절한 역할을 해야 하고, 학생들도 탐구가 잘 되도록 각각의 사고를 잘 다루어서 기술로 배어들도록 해야 한다. --- p.68
이러한 절차를 통해 ‘이 세상은 연극 무대인가’가 함께 탐구할 질문(토론 주제)으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이때 선정되지 못한 나머지 질문은 나중에 따로 다루어보기로 하였다. ‘이 세상은 연극 무대인가’라는 이 한 문장의 질문은 이처럼 상당한 논의 과정을 거쳐 선별되고 다듬어진 것이다. 다시 말해 질문에 대한 탐구 과정을 거친 ‘숙고의 산물’인 것이다. --- p.90
사르트르는 ‘타자를 지옥’이라고 단정하는 데 끝나지 않는다. 각자가 자유로운 주체로서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다. 사르트르에 비해 타자를 보다 적극적으로 껴안는 환대의 철학을 주장한 철학자도 있다.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 레비나스이다. 내가 지금 얼굴을 마주하는 ‘타인의 얼굴’을 통해 그의 고통과 비명소리를 듣고 그를 받아들이고 ‘환대’하는 것이 정의라고 강조하였다. --- p.125
질문의 의미에 대한 탐구가 필요한 이런 경우는 질문이 답하기 어려운 문제 즉 난제(아포리아)라는 것을 뜻할 수도 있다. 난제는 우리의 탐구가 철학적 탐구가 되는 한 요인이 된다. 이런 상황은 지적 호기심 같은 탐구의 동기를 유발하는 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우리가 질문을 듣는 즉시 자신의 대답을 떠올릴 수 있는 경우라면 더 이상의 토론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 pp.151-152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여 자신의 행동을 수정해나가는 것, 본인의 행동 변화와 실천에 대한 판단을 아이들 스스로 내리는 것, 그러기 위해선 아이들이 생각하고, 이야기 나누고, 다른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고 탐구하며 자기 수정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180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철학적 탐구공동체에서의 토론 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1. 우리가 문제를 만들고, 2. 그 문제에 대 해 고민하고, 3. 그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고자 했던 수업은 바로 내가 원하는 수업이었다. --- p.219
전체 질문에서 논의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초점을 맞추기 위하여 질문 다듬기를 했다. 질문 다듬기는 세 가지 단계로 진행했다. 첫째, 질문의 핵심 용어는 무엇인가? 둘째, 질문의 상위 가치는 무엇인가? 셋째, 핵심 쟁점은 무엇인가? 전시에 만든 전체 질문은 ‘경태의 생존 수칙은 생존 수칙인가’였다. 여기에서 학생들은 핵심 용어가 생존이라고 얘기했다. 이어서 학생들은 상위 가치가 폭력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핵심 쟁점은 ‘생존하기 위한 폭력은 정당한가’로 수렴되었다. --- p.240
아이 들은 기본적으로 강의식 수업보다 집중이 잘되고 즐겁게 참여했 다는 반응이었으며, 무엇보다 친구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워했다. 이 과정에서 자기 수정적인 사고가 작용 하여 자신의 기존의 생각을 확장하게 된 학생도 있고, 전혀 새로 운 생각을 하게 된 학생도 있었다. 또한 윤희의 소감문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가 얼마나 심각한 문제 인지 정확하게 인지한 학생들이 있었으며, 플라스틱이 일회용인 줄 알았는데 분리수거가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은 학생도 많았다.
--- p.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