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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0월 07일
쪽수, 무게, 크기 600쪽 | 700g | 130*213*35mm
ISBN13 9791159922671
ISBN10 1159922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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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트는 해가 갈수록 체중과 체지방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 신경 쓰였다. 자신이 통통한 또는 까다롭고 뚱뚱한 남자의 어기적거리는 걸음걸이로 걷는다고 생각했다. 실제 그의 걸음걸이는 100프로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았으며, 테리 슈미트 외에 그 누구도 그의 걸음걸이에 대해 어떠한 생각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지난 분기 동안에는 아침에 인터콤 라디오로 WLS 뉴스와 토크쇼를 들으며 면도를 하다가 종종 움직임을 멈추고 매 분기마다 점점 진해지고 있는 듯한 얼굴의 희미한 주름과 처진 살을 보면서 거울 속 자신을 미스터 스퀴시라 불러보곤 했다. 자연스럽게 그 이름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다. 무시하거나 저항하려고 노력했지만, 이 브랜드 이름과 로고는 그 자신을 향한 어두운 조롱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스스로에 대해 생각할 때면 자신을 미스터 스퀴시라 칭하게 될 정도였다. 머릿속에서 자신의 얼굴과 미스터 스퀴시의 통통하고 악의 없는 아이콘이 서로 녹아들어 새로운 얼굴이 생겨났다. 선으로 된 조잡한 얼굴은 어떤 면에서는 똑똑해 보이기도 했다. 누군가는 작은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이용해볼 수도 있겠지만, 그 누구도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진정으로 알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그런 얼굴.
--- p.60~61

아침에 화장실 거울 앞에서 면도를 할 때면 슈미트-미스터 스퀴시는 얼굴에 나타나기 시작한 희미한 주름을 자세히 살펴보거나 창백한 주근깨를 의미 없이 이리저리 이어보며 머릿속으로 머지않은 미래에 생길 깊은 주름살과 처짐과 멍든 것 같은 다크서클을 그려볼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십 년 후 바로 이 자리에 똑같이 서서 지금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마흔네 살 먹은 턱과 뺨을 면도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모공과 손톱을 살펴보고 이를 닦고 얼굴을 관찰하는 등 한 치도 다르지 않은 일련의 동작을 하며 올해로 이미 8년째 다니고 있는 똑같은 회사에 출근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을. 가끔은 상상의 범위를 넓혀 피폐해진 얼굴로 희미한 형태의 육체를 휠체어에 기댄 채 따가운 햇볕이 내리쬐는 파스텔색 주변을 배경으로 무릎에는 담요를 얹고 기침을 하는 모습까지도. 그러니까 언급할 가치도 없을 만큼 있음직하지 않은 일이 실제로 일어나 슈미트가 로버트 아워드나 다른 수석 리서치 책임자를 밀어내고 대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해도 실질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는 팀Δy의 세후 수익 중 지금보다 더 큰 금액을 받게 되어서 보다 안락하고 좋은 시설을 갖춘 아파트에서 마스터베이션하며 잠을 청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과 중요한 사람인 척 많은 물건과 겉치레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다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중요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거대한 체제 속에서 어떤 실질적인 변화도 일으키지 못할 것이다. 지금처럼.
--- p.82~83

콜럼버스시 경찰청 조사위원회는 거친 단면으로 부러진 분필과 커다란 팔 동작, 그리고 책상에 놓인 존슨 선생님의 서류 가방이 가까웠다는 점을 ‘인질 안전에 대한 인지된 위협’으로서 사살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들었지만, 사실 서둘러 발포하도록 그들을 자극한 것은 의심의 여지없이 존슨 선생님의 표정과 흔들림 없이 지속되던 고음과 분필 내려놓고 두 손 펴서 앞에 들고 칠판에서 떨어지라는 경관들의 명령에도 아랑곳없이 점점 더 무섭게 열중하며 칠판 위의 언어적 혼돈에 글씨를 더하던 그의 완벽한 무심함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이 두려움을 느꼈다는 것, 이것만이 유일한 진실이다.
--- p.169~170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몇 시간 뒤에 아빠가 스스로를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만든 것은, 엄마와 함께 작은 수건 두 개를 교차시키고 거즈를 덧대어 아이에게 할 수 있는 한 단단하게 기저귀를 채우면서 너무나 간절하게 지금 이 순간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아빠는 아이를 신생아처럼 한 손으로 뒷머리를 받쳐 들고 집 밖으로 달려나가 과열된 트럭에 올라타고 타이어에 불이 날 정도로 빠르게 달려 시내의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세입자용 문은 하루 종일 그대로 매달려 있다 결국 경첩에서 떨어져나갔다. 하지만 이미 너무 늦었다. 고통이 멈추지 않고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자 아이는 스스로를 떠나 아래에서 전개되는 일들을 위에서 굽어보는 법을 익혔다.
--- p.201

마을 주교들은 지난한 논의와 토론 끝에 투표를 거쳐 아이의 부모에게서 양육권을 박탈하고 아이에게, 이를테면 마을 전체의 피후견인 혹은 피부양자 자격을 주고 미성년자도 성인도 아니고 주교나 향사나 샤먼을 비롯한 그 어떤 계급에도 속하지 않는, 전례 없고 유일무이한 완전히 새로운 법적 신분을 부여하기로, 이와 동시에 아이의 명목상의 ‘부모’에게는, 마을이 그들에게서 부모의 자격을 찬탈한 대가로 특별한 권리와 특전을 부여하기로 결정하고―주교들은 이 정교한 타협안을 도출하기 위해 다름 아닌 그 아이를 비밀리에 찾아가 도움을 받았습니다―마을에서 기하학적으로 정중앙이 되는 지점에 아이를 위해 높은 고리버들 연단 혹은 연대를 특수 제작하고는 극도로 엄격하고 정밀한 알현 시간대와 방식을 설정합니다. 즉, 마을 사람들은 매 태음 주기마다 한 번씩 마을의 정중앙에 있는 연단 앞에 모여 계급 체계와 소속 가문의 지위에 따라 줄을 서서 연단에 앉은 아이 앞에 한 명씩 출두하여 자신의 질문이나 분쟁을 제시하고, 아이가 율법에 따라 판결을 내리면 플랜틴 바나나나 딕딕 둔부살이나 그 밖에 공인된 가치를 갖는 물건을 바칩니다. 이는 아이가 자신의 명목상 부모의 꼬몽디 ‘피부양자’로 살지 않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원시적이지만 상당히 복잡한 법적 합의에 따라 제공되는 공물입니다. 그다음에 친구에게 지인이 들려준 이야기의 정황은 ‘평범하다’거나 ‘뻔하다’라고 밖에는 말씀드릴 수가 없겠습니다.
--- p.213~214

정신과 선생은 괜찮은 사람이었다. 투실투실하고 몸집이 크고 나이는 좀 있고 황갈색 콧수염이 난데다 사근사근하고 뭐랄까, 허물없는 그런 사람이었다. 선생이 살아있던 때를 내가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남의 말을 꽤나 잘 들어주던 그는 내 얘기에 약간은 거리를 두고 흥미와 공감을 보였다. 처음에는 선생이 나를 싫어하는 건가, 혹은 나랑 있는 게 불편한가 싶었다. 그는 아마 자신의 진짜 문제가 뭔지 이미 알고 있는 환자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게다가 약물치료를 강요하는 쪽이었다. 나는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것이 꺼려졌는데, 사기 좀 덜 쳐보겠다고 약을 먹는다는 게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다. 약을 먹고 효과가 있다 한들, 그게 내 의지의 결과인지 약의 효과인지 어떻게 알아요, 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이미 내가 사기꾼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 문제가 무엇인지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기만을 그만둘 수가 없었다. 첫 이십여 회의 상담 동안 무척 솔직하고 숨김없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실은 펜싱 경기를 하듯 선생을 완전히 쥐고 흔들면서, 요컨대 나는 단순히 자신의 진짜 문제가 뭔지 요만큼도 모르면서 어쩌다 얻어걸려 상담을 받으러온 그런 유의 환자도 아니고 자신에 대한 진실을 전혀 자각하지 못한 사람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나도 선생만큼은 똑똑하다는 사실을, 나에게서 내가 이미 깨닫고 이해한 것 이상은 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알려주려 했던 것이다
--- p.253~254

기만적인 인간으로 사는 것과 타인을 사랑할 수 없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같은 것이라 하더라도(내가 아무리 멍석을 깔아줘도 거스태프슨 선생은 이러한 가능성에까지는 영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능력의 결여는 최소한 문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모델 혹은 렌즈가 되었다. 게다가 처음에는 이게 공포를 심화하는 동시에 스스로에게 허락하지 않은 인정을 타인으로부터 얻기 위해 사람들을 조종하려는 욕구를 강화하는 자기혐오를 줄인다는 측면에서 기만의 역설에 대항할 만한 유력한 방법으로 보였다.
--- p.293

자, 이제 드디어 지루한 개요를 거쳐 내가 약속했던 지점에 다 왔다. 죽는다는 건 어떤 건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은 거잖아. 맞지? 누구나 그걸 알고 싶어 하지. 당신도 마찬가지고. 당신이 기어이 그걸 강행할지 말지는 차치하고서라도, 내가 당신을 말릴 거라고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당신을 말릴지 아닐지는 차치하고서라도. 우선, 그건 다들 생각하는 것과 매우 다르다. 사실 당신은 그게 어떨지 이미 알고 있다. 당신은 이미 당신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들의 규모와 속도가 그중에서 당신이 다른 사람에게 전달할 수 있는 말도 못하게 작고 불충분한 일부분과 얼마나 다른지 알고 있다. 당신 안에 있는 광대한 방이 어느 한 시점에 온 우주를 구성한 모든 것들로 가득 차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 밖으로 뭔가를 꺼내려면 옛날 문에서 볼 수 있는 손잡이 밑의 작은 열쇠 구멍을 통해 어렵사리 쥐어짜내야만 하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서로를 그 작은 열쇠 구멍을 통해서만 보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처럼.
--- p.312~313

어머니는 나에게 솔직한 의견을 물었고, 나는 우리의 관계에서 솔직하지 않은 대답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눈가 잔주름은 이제 확실하게 사라졌지만, 어머니의 얼굴은 미친 듯한 공포로 영원히 일그러진 가면처럼 보인다고. 스튜디오 시스템으로 제작된 1935년작 고전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에서 신부 역의 엘자 란체스터가 프랑켄슈타인을 처음 보는 장면의 엘자 란체스터 같다고. 두 번째 시술을 한 지금은 짙은색 안경을 껴봤자 크게 벌어진 입과 하악골 팽창과 돌출된 힘줄과 기타 등등 때문에 별반 소용이 없다고. 그래서 이제 어머니는 또 다른 소송을 진행 중이었고, 자신이 선택한 변호사의 사무실을 방문할 때 매번 버스를 타고 가는 어머니를 내가 에스코트했다.
--- p.324

지난가을부터 이 점에 있어서 호프는 막무가내다. 다시 말하면, 이 입증되지 않은 내 ‘코골이’가 자신의 꿈이 아닌 엄연한 현실이라고 확고히 단언하는 것이다. 어두운 침실에서 호프가 갑자기 잠에서 깨어 소리를 질러대는 통에 나까지 정신이 번쩍 들어서(마치 한밤중에 전화가 울리면 신호음 혹은 ‘벨소리’가 밝은 대낮과는 퍽이나 다른 방식으로 정적을 흔드는 것처럼) 아드레날린이 온 신경계를 맹렬히 통과하는 상태로 똑바로 앉게 될 때마다 ‘코골이’로 인한 고충을 토로하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감지되는 히스테리를 통해 그녀가 바로 직전까지 잠을 자고 있었거나 일종의 몽상적인 가수 상태에 있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상태에 있는 사람은 ‘자면서 “말”하고’ 과거와 현재와 사실과 꿈을 뒤죽박죽으로 지어내고 그걸 모두 ‘믿기’ 때문에 어떻게 해도 논리적으로 대화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나는 호프를 달래는 것을, 혹은 대충 인정하고 넘어가기를 대체로 거부해왔다. 사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혼 생활에도 선이 있는 법이다. 이 갈등이 시작된 지난가을에는 어둑해진 침실이라는 ‘현장에서’ 나는 아직 잠이 들지 않았다고, 잊어버리고 다시 자라고, 단지 꿈일 뿐이라고(꿈이라고 하면 호프가 어찌나 분하고 약올라 하는지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 ‘어조’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그로부터 몇 시간은 족히 잠을 이룰 일말의 가능성조차 사라지곤 했다) 말하며 알아듣게 타일러보려 하거나 설득을 시도한 시기가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 나는 줄곧 내가 그녀의 잠을 방해한다는 불평을 들을 때마다 ‘현장에서’ 반응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대응하기를 거부하려고 노력했고 혹은 시도했고, 대신 다음 날 아침이 되기를 기다린 후, 당시 나는 잠이 들기도 전이었다고 항의하고, 조심스럽게 내 ‘코골이’에 관한 그녀의 격한 꿈의 정도와 빈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말하고, 병원에 가보는 것이, 가능하다면 약을 처방받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호프는 이 점에 있어서 자신의 주장을 조금도 굽히지 않으며 완고하게 ‘자고 있던 사람’은 다름 아닌 나이고, 내가 이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혹은 인정하지 않고 자기를 ‘믿지’ 않는다는 건, 내가 뭣 때문인진 모르겠지만 ‘자기에게 화가 나’ 있거나 아니면 무의식적으로 자기에게 ‘상처’를 주고 싶어 하는 것으로밖에 해석되지 않으며, 여기에 ‘병원에 가야’ 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나인데, 내가 자기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나 스스로가 ‘옳다’는 사실을 증명하고자 하는 이기심보다 조금이라도 크다면 병원에 가는 걸 주저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 p.356~358

“그러니까 제가 옳게 이해했다면 진짜 문제는 공정성이군요. 아내분이 공정하지 않다는 거군요.”
“진짜 문제는 이 모든 게 기괴하고 비현실적이고 말 그대로 ‘백일악몽’이라는 겁니다. 아내가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에요. 내가 깨어 있는지 아닌지를 나보다 자기가 더 잘 안다고 주장하고 있어요. 불공정이 문제가 아니라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상황이라고요. 나는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앉아서 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고요. 이게 꿈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이 사실을 의심한다면 제정신이 아닌 거겠죠. 하지만 아내는 어느 모로 보나 이 사실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고요.”
--- p.371~372

호프와 본인은 일주일에 한 번, 매주 수요일에 총 4주에서 6주 동안 수면 클리닉을 방문하여 면밀한 관찰하에 수면실에서 일박을 하도록 예약되어 있었다. 그 준비 과정인 접수 단계에서는, ‘일박’ 세션을 진행할 때 제반 수면 환경과 습관을 가급적 비슷하게 ‘재현’할 수 있도록―물론 육체관계나 성적 루틴은 제외하고 말이죠, 라고 일말의 어색함 혹은 ‘부끄러움’도 드러내지 않으며 수면의학 전문의가 말하자 호프는 내 눈을 피했다―호프와 내가 매일 밤 잠자리에 들고 잘 준비를 하는 루틴 혹은 ‘의식’(수면 전문가는 많은 부부가 이러한 ‘의식’을 갖고 있으며, 구체적인 내용은 부부마다 고유한 혹은 서로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과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 p.390

“그걸 역으로 말하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고 있는 거라고도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자기만의 똥 경험이 없는 사람은 없잖아.”
“자기 혼자만의 경험이잖아요.” 동일한 장거리전화의 일부이긴 했지만, 이 마지막 응수는 별도로 로렐 맨덜리, 그러니까 앳워터가 출장 중일 때면 그의 전화와 팩스를 처리하고, 리서치팀의 고글들이 보내주는 리서치 아이템 중에서 ‘세상의 요모조모’에 쓸 만한 아이템을 선별하고 조사하며, 그를 대신해서 편집부 인턴들과 소통하는 그의 담당 인턴과 나눈 후속 대화의 일부였다. “혼자만의 특별한 장소에서 혼자서 처리하고 물로 내려버리잖아요. 눈에 안 보이게 말이에요. 이건 사람들이 평소에 생각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중 하나예요. 아무도 그 얘기를 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는 거라고요.”
--- p.431~432

앰버 몰트케는 만약에 이게 평범한 방식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면 단지 표현력과 기교적인 디테일이 뛰어난 모사에 불과했을 것이고, 애초에 이게 특별한 이유는 그 물질이 무엇인지와 이게 남편의 볼기에서 완전한 형태를 갖춰서 나온다는 사실 때문임을 꼭 집어 말하고는 자신이 이러한 기본적인 사실이, 그러니까 이게 남편의 똥이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고 회자되길 원하는 이유가 대체 무엇일지―똥이라는 단어를 매우 단조롭고 무미건조하게 발음하며―다시 한번 수사적으로 물었고, 앳워터는 자기도 그에 관해 생각해보긴 했다고, 작품의 생산방식이라는 문제와 작품이 평범한 공예품보다 어쩐지 더 자연적인 동시에 덜 자연적으로 생각되는 이유가 바로 그 방식이라는 점이 현기증 나게 관념적이고 복잡하게 느껴진다고, 하지만 이렇든 저렇든 간에 〈스타일〉의 일부 독자들이 불쾌해하거나 침해적이라고 느껴서 개인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는 요소들이 필시 있을 것이라고 자인하고는 몰트케 씨나 아니면 적어도 몰트케 부인이 공공연한 노출이라는 조건에 대해 그녀가 스스로 인정하고 싶어 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게 개인적으로도 일적으로도 궁금하긴 하다고 실토했다.
--- p.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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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우리가 소설, 더 나아가 예술에서 보고자 하는 것, 원하는 것은 뭘까. 천재적 재능 덕분이건 괴팍한 성격 때문이건, 집요한 강박과 비대한 자의식, 어리석은 욕심 때문이건, 한계를 시험하는 유형의 작가들이 있다. 언어의 한계, 사고의 한계, 감정과 기억, 신체와 행위의 한계. 다시 말해 인간 존재의 모든 것을 담아내려는 작가들. 그런 시도가 옳은 것인지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계와 부딪치려고 했을 때만 탄생하는 것이 있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소설이 그 완벽한 사례다. 그의 소설은 중독을 끊을 수 없는 도박이나 컴퓨터 게임, 입안이 찝찝해질 때까지 먹어대는 불량 식품과 같다. 자기혐오와 연민이 뒤섞인 채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자의식 기계. 그의 소설에는 깨달음도 교훈도 즐거움도 없다. 소설을 읽는 내내 우리는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할 뿐이다. 인간이란 무엇이고 우리는 왜 삶을 이어가야 하는가. 한계가 명확한 질문에 죽기 직전까지 집착하기 또는 죽음과 함께 집착하기. 실비아 플라스의 말처럼, 그리고 우리는 알게 된다. 모든 것을 알고자 할 때 그것이 우리가 무(無)에 가장 가까이 근접했다는 신호라는 사실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소설은 그러한 한계의 흔적이자 망각의 신호다.
- 정지돈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미국에서 가장 대담하고 재능 있는 젊은 작가로 자리 잡았다. 문화의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날카로운 눈과 끝없이 건조한 유머 감각을 뽐낸다. 그는 휘황찬란한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고 뛰어난 감수성으로 인간의 감정들을 탐구한다.
-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자신의 글에 등장하는 모든 분야의 대가다. 그는 용어를 섭렵하고 엄청난 에너지를 바탕으로 고집스럽게 장대한 생각들을 쏟아낸다.
- 뉴욕 타임스
기가 막히게 기발하다. … 유려한 글솜씨를 자랑하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으스대듯 재기를 뽐내는가 하면 복잡다단한 인간 감정들을 빈틈없이 이해하기 때문에 분별력 있는 사람이라면 그가 엄청나게 불행하기를 바랄 도리밖에 없다. … 하지만 골자만 남은 월리스조차 장대한 모더니즘이다. 정교한 플롯과 부조리한 베케트식 유머와 SF급 세계관이 천천히 흐르는 현실적인 의식의 흐름과 함께 펼쳐진다.
- 타임
사과도 자격도 필요하지 않은, 지성과 연민과 서정의 비할 데 없는 조합.
- 엘르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걸출함은 끓어오르는 고통과 노이로제에 시달리는 인물을 제시하면서도 독자로 하여금 이 인물의 부조리한 존재에 마음을 쓰게 만드는 능력에 있다.
- 시카고 트리뷴
이 단편들을 읽는 진정한 즐거움은 월리스가 독자를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데려가는 모습을 보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그의 파충류 같은 지성이 꿈틀거리며 지면을 미끄러지듯 나아가고 끝이 갈라진 혀를 날름거리고 벽에 붙은 언어의 파리를 또 한 번 낚아채는 모습을 보는 데 있다.
- 덴버 포스트
오늘날 미국 소설에 아방가르드 문학이 남아 있다면, 그 선두에는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가 있다.
- 뉴어크 스타레저
월리스는 아직까지도 독자에게 문학이라는 경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작가다. 동맥류를 유발할 정도로 독자를 웃길 때조차도.
- 토론토 글로브 앤 메일
꼭 읽어야 할 기발한 단편들. … 작가가 문장을 다루는 솜씨에 감탄하게 될 것은 물론이고, 그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쓰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오블리비언》은 월리스 최고의 작품집이다.
- 루미네이터 리뷰
일류 문장가. … 월리스는 거침이 없고 제정신이 아닌 것으로 보일 만큼 상상력이 뛰어나다. 미로 같은, 인형 안에 또 인형이 든 마트료시카 같은 그의 플롯 가닥들을 따라가는 모험심 넘치는 독자들은 당대 픽션 중 가장 뛰어난 문장들로 보상받을 것이다.
- 멤피스 플라이어
동시대의 다른 어떤 미국 작가도 우리의 머릿속을 끊임없이 스쳐가는 파편화된 말의 흐름들과 가식들을 이토록 공을 들여서, 그러면서도 유쾌하게 이성적인 생각들로 정리하지 못했다. … 《오블리비언》은 월리스가 수준급의 응집성을 자랑하는 작가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걸작이다.
- CultureVulture.net
월리스는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계속해서 뛰어난 작품들을 선보여 왔다. … 《오블리비언》에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작품들이 담겨 있다. … 책을 읽으며 소리 내어 웃지 않을 수 없었다.
- 뉴스데이
월리스가 능수능란하게 언어를 다루는 솜씨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다. … 《오블리비언》에서 그는 또 한 번 짜릿한 산문의 정수를 보여준다.
- 필라델피아 시티 페이퍼
《오블리비언》은 또 한 번 픽션의 편지 봉투를 여는 행위이자 기이하고 복잡다단한 의식으로 떠나는 새로운 여정이다. … 심리적·언어적 걸작이다.
- 버팔로 뉴스
무한한 재능을 가진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의 단편들은 운 좋은 독자들을 부조리하고 웅장한 ‘오블리비언’으로 데려간다.
- 배니티페어
차분하면서도 내밀한 〈오블리비언〉은 결혼생활의 중압감을 그린 존 업다이크의 고전을 엑스레이로 투사한 듯한 독서 경험을, 어쩐지 으스스한 느낌으로, 제공한다. … 월리스는 침묵 속에서 발악하는 삶을 위한 새로운 어휘를 꿈꾸어냈다.
-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이 작가를 주목하라. … 누구도 현대인의 삶의 위선과 추악함을 그리는 그를 피해갈 수 없다.
- 시카고 선 타임스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를 읽는 것은 최고의 록 밴드를 듣는 것과 같다.
- 블랙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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