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알리다가 아니었더라면, 아슬레는 혼자, 완전히 혼자였다. 어머니 실리야가 죽어서 영원히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로 누워 있는 것을 보았을 때 그가 떠올렸던 단 한 가지, 그것은 바로 알리다였다. 그녀의 검고 긴 머리, 그녀의 검은 눈동자. 그녀의 모든 것. 그에게는 알리다가 있었다. 이제 그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사람은 알리다였다.
--- p.14
난 곧 아이를 낳게 될 거야, 오늘이고 내일이고 아이가 태어날 거라고, 그녀가 말한다 응, 아슬레가 말한다 그런데 어디에도 우리가 갈 곳이 없어, 그녀가 말한다
--- p.18
아슬레의 연주 속에 그녀는 계속해서 떠오르고 아버지 아슬락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 그녀는 자기 삶과 자기 미래를 듣고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미래 속에 있는데 모든 것이 열려 있고 모든 것이 어렵다, 하지만 그곳에는 그 노래가 있다 그것이 사람들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노래이리라
--- p.23
그 운명이 어디에서 오는가 하면, 나는 슬픔이라고, 무언가에 대한 슬픔이거나 아니면 그냥 슬픔이라고 답할 게다, 음악 속에서 그 슬픔은 가벼워질 수 있고 떠오를 수 있게 되는 거고 그 떠오름은 행복과 기쁨이 될 수 있어, 그래서 음악이 필요한 것이고, 그래서 나는 연주를 해야만 하는 거지
--- p.50
알리다가 곁에 가까이 앉아서 울자 그는 자신의 팔을 알리다에게 어설프게 걸쳐 그녀를 꼭 끌어안는다 그렇게 그들은 그곳에 앉아 서로를 느끼고 같은 것을 듣고 있음을 느끼고 이제 함께 떠올라 날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아슬레는 자기 자신보다도 알리다를 더 보살펴 주고 싶다고, 세상에 좋다는 모든 것을 그녀에게 주고 싶다고 마음속으로 느낀다 … 그러고서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모든 것은 정해졌다,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아니면 무얼 더 말하는 게 좋은지 그런 것은 없이, 모든 것이 이야기되었고 모든 것이 정해졌다
--- p.63~64
이제 다시 우리만 있네, 알리다가 말한다 당신과 나, 아슬레가 말한다 그리고 아기 시그발, 알리다가 말한다
--- p.88
이건 특별한 순간이야, 여기 내가, 나처럼 비참한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을 사러 가는 길이니까
--- p.136
안 돼, 당신 오늘은 벼리빈에 가면 안 돼, 그랬다간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날 거야, 나쁜 일이 일어날 거라고, 그랬다간 뭔가 끔찍한, 무섭고 끔찍한 일이, 그런 일이 일어날 거라 감히 상상도 못 하는, 견딜 수 없고, 모든 걸 파멸시킬 뭔가가 일어나고 말 거야
--- p.173
너는 그저 잠이 들렴, 울지 말고, 그저 살아 숨 쉬렴, 그저 행복하고 진실되렴, 그저 살아서 네가 되렴
--- p.187
너 거기 있구나, 우리 착한 아기, 넌 세상에서 가장 착한 아기야, 너 거기 있고, 나 여기 있지, 여기 반짝, 저기 반짝, 겁내지 말렴, 우리 아기, 우리 소중한 아기, 그러자 아슬레는 푸르게 반짝이는 피오르 위로 떠오른다 그리고 알리다가 잘 자라 우리 아기, 너는 그저 떠오르고, 너는 그저 살아가고, 너는 그저 연주하렴, 우리 착한 아기, 라고 말하자 그는 푸르게 반짝이는 피오르를 넘어 높이 푸른 하늘로 떠오른다, 그리고 알리다가 아슬레의 손을 잡고 그는 일어서서 알리다의 손을 잡는다
--- p.188~189
모든 것이 고요해지고 오직 바다가 가볍게 철썩이며 뱃전에 출렁이는 소리만 있을 뿐이다, 출렁임 그리고 철썩임 그리고 거의 다 탄 장작에서 나는 타닥거림, 그리고 알리다는 그녀를 감싸 안는 아슬레의 팔을 느낀다 그는 속삭임으로 내 소중한 사람, 내 유일한 사람, 그건 당신이야, 영원히 당신이야, 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꼭 안고 그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그러자 그녀가 당신은 영원히 내 소중한 사람이야, 라고 말한다, 그러자 그녀의 귀에 아기 시그발의 평온한 숨소리가 들려오고 아슬레의 평온한 숨소리가 들려온다 그의 온기가 그녀 안으로 스며드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와 그는 평온하게 숨을 쉰다 모든 것은 잔잔하고 잔잔한 움직임이 있다 그녀와 아슬레는 똑같이 잔잔하게 움직인다 모든 것이 고요하며 믿을 수 없을 만큼 파랗다
--- p.228~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