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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애의 도시 3부작 세트

김진애의 도시 3부작 세트

: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 + 도시의 숲에서 인간을 발견하다 + 우리 도시 예찬

[ 전3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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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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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년 11월 18일
쪽수, 무게, 크기 980쪽 | 크기확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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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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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김진애
김진애 삶의 테마는 사람이고, 그의 지적 뿌리는 도시와 건축이다. 건축으로 시작해 도시로 넓혀 공부하고, 현장 실무를 넘어 다양한 저작 활동과 정치 행위로까지 영역을 확대했다.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정의한 ‘활력적 삶(vita activa)’을 살아가려 애쓴다. 그래서 김진애는 이야기를 하고 글을 쓴다. 항상 사람을 가운데 두고.
김진애에게는 꼬리표가 많다. 20대엔 건축학도로 서울대 공대 800명 동기생 중 유일한 여학생으로, 30대엔 미 MIT 도시계획박사로, 40대엔 《타임》지가 선정한 ‘차세대 리더 100인’ 중 유일한 한국인으로, 50대엔 열정적인 18대 국회의원으로,
60대엔 〈김어준의 뉴스공장〉 ‘김진애의 도시 이야기’의 유쾌한 코너지기로, 또한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의 첫 여성 출연자 등으로. 김진애의 별명은 ‘김진애너지’다.
김진애는 일 년에 한 권 꼴로 책을 쓴다. 그가 전해주는 사람과 인생과 성장 이야기, 여행 이야기, 여자와 남자 이야기, 책 이야기, 집 이야기, 건축 이야기, 도시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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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모쪼록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 이야기가 되면 우리는 더 알게 되고, 더 알고 싶어지고, 무엇보다 더 좋아하게 된다. 자기가 사는 도시를 아끼고, 도시를 탐험하는 즐거움에 빠지게 되고, 좋은 도시에 대한 바람도 키운다. ‘살아보고 싶다, 가보고 싶다, 거닐고 싶다, 보고 싶다, 들러보고 싶다’ 등 ‘싶다’ 리스트가 늘어난다. ‘싶다’가 많아질수록 삶은 더 흥미로워진다.
도시 이야기엔 끝이 없다. 권력이 우당탕탕 만들어내는 이야기, 갖은 욕망이 빚어내는 부질없지만 절대 사라지지 않는 이야기, 서로 다른 생각과 이해와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얽히며 벌이는 온갖 갈등의 이야기, 보잘것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삶의 세세한 무늬를 그려가는 이야기,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수많은 인간관계의 선을 잇는 이야기,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과 함께 인간의 한계를 일깨우는 이야기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도시 안에 녹아 있다.
--- p.7~8 「프롤로그_ 사람이 들어오면 도시는 이야기가 된다」

익명성이라는 조건 위에서는 길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도시의 약속이다. 길을 다니는 즐거움을 만드는 것은 가장 고도화한 도시 예술이다. 광장에서 표현의 자유와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익명의 시민들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시의 약속이다. 광장에서의 환희를 독려하는 것은 순간이나마 도시의 익명성을 넘어서게 하는 가장 고도화한 도시 예술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길과 광장에 대해 저마다 어떤 감정을 갖고 있다. 추억, 그리움, 설렘 그리고 부러움 같은 것들이다. 아마도 ‘문화 유전자’로 사람들의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도시에서 길과 광장이 끊임없이 재소환되는 현상을 봐도 그렇다.
--- p.53 「콘셉트 1_익명성」

영화감독들은 우리 공간에서 나타나는 혼성적 성격을 아주 잘 포착해내곤 한다. 생각하건대, 우리 영화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우리 공간의 특성에 대한 긍정이 작용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공간 감성과 영화 감성이 맞아떨어졌다고 할까, 공간적 상상력과 영화적 상상력이 같이 성장했다고 할까? 이명세 감독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부산의 40계단과 달동네의 미로와 같은 골목 세계의 심리를 귀신같이 포착해냈고, 박찬욱 감독은 〈박쥐〉에서 일본풍과 근대풍과 전통 한복집의 혼성적 공간이 풍기는 기묘한 욕망의 세계를 그려냈다. 〈아가씨〉나 〈올드보이〉처럼 완벽하게 설계한 세트 공간에서 연출된 감성과는 또 다른 리얼한 상상력이다. 봉준호 감독의 첫 번째 장편영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시대 의식과 공간 의식을 버무리는 솜씨에 감탄했었다. 어디에나 있을 법한 고층 아파트 단지의 외피가 품고 있는 공간들, 그 안을 찾아다니고 헤매고 숨으며 펼치는 좌충우돌과 희망을 그려냈던 그 봉준호 감독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설국열차〉에서 인류적 군상을 포괄하는 선형이자 원형적인 열차의 잡종 공간을 그려내는 것이 흐뭇했다.
--- p.129 「콘셉트 4_알므로 예찬」

솔직히는 문제를 제기한 내가 오히려 놀랐다. 청취자들이 전해주는 일련의 에피소드들을 들으며 웃음도 터져 나왔다. 나는 ‘앉싸(양변기에 앉아서 소변보기)’와 ‘서싸(양변기에 서서 소변보기)’가 그리 싸움거리가 되는지 몰랐다. 두 단어가 그토록 널리 쓰이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집뿐 아니라 직장에서도 ‘뒷말거리’였다는 것도 알았다. 그나마 우리 집에서는 평화가 나름 정착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 계기이기도 했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키우며 얼마나 속을 끓이는지 새삼 알게 되기도 했다. ‘앉싸’를 잘하던 서너 살 아이가 유아원에 다니면서 ‘서싸’를 고집하게 되는 현상에 한숨을 쉬게 된단다. 본능과 습관을 두고 얼마나 많은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지, 남녀가 같이 산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새삼 깨달았다. 상당한 남자들이 이러한 문제 제기 자체를 ‘모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단순하게 청결과 청소의 기준으로만 볼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심리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 p.188 「콘셉트 7_코딩과 디코딩」

그렇다면 도시 차원에서는 아파트 단지가 어떤 문제를 일으킬까? 사회 심리가 아니라 기능적인 측면만 따져보더라도 여러 문제들이 있다.
첫째, 길이 없어진다. 정확히 말하면 길이 줄어든다. 길이 차지하는 면적은 비슷할지 몰라도 길이로 보면 3분의 1이나 4분의 1로 줄어든다. 재개발을 생각하면 금방 이해가 될 것이다. 동네를 실핏줄처럼 엮던 골목길들이 모두 단지 안에 포함되어버리고 단지를 에워싸는 큰 도로만 생기는 것이다. 요즘은 통으로 지하 주차장만 만드는 것이 대세라서 아예 아파트 단지 내에는 비상시 소방도로만 만들고 나머지는 다 보행로다. 이 보행로는 주변 동네 사람들에게 쉽게 오픈되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동네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 길이 뚝 끊겨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흔히 생긴다.
--- p.221~222 「콘셉트 8_욕망과 탐욕」

달동네는 설계해서는 만들 수 없는 공간이다. 건축가 없는 건축, 도시계획가 없는 도시의 정석이다. 필요한 대로 생기고 필요한 대로 변한다. 그러면서도 도시를 이루는 기본적인 룰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개별적인 변화와 다양성과 즉흥성과 의외성이 흥미진진하다. 그렇게 50년, 60년, 70년을 살아내는 생명력을 유지한다. 과연 우리가 만든 신도시들은 이럴 수 있을까?
--- p.304 「콘셉트 12_진화와 돌연변이」
사람은 도시를 만들고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 ‘도시는 전문가가 만들고 나는 살고 있을 뿐이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 도시의 시민으로서 당신이 하는 일상의 행위 하나하나가 도시를 만든다. 어떤 집을 선택하느냐, 어떤 길을 걷느냐, 어떤 일을 하느냐, 어떤 물건을 사느냐, 무엇을 먹느냐, 어떻게 노느냐 등 이 모든 행위들이 도시를 만든다. 도시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동기에 따라 매일매일 움직이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든다는 점에서, 사람이 만드는 것 중에 가장 복잡한 대상이라고 할 만하다. ‘도시란 인간이 만드는 최고의 문화 형태’라는 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 p.15 「프롤로그_도시를 읽으면 인간이 보인다」

나는 지금도 자주 길을 잃어본다. 시간이 남으면 일부러 차를 세우고 주변 동네를 훠이 둘러본다. 길에서 보이는 단서를 찾고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모습과 행동에서 단서를 찾기도 한다. 도시에 대한 새로운 호기심이 동하는 순간이다. 하기는 도시에서뿐이랴.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기 위해 기꺼이 새로운 분야에 발을 들여놓고 새로운 나침반을 찾아 나름대로 길을 찾아본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또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작동한다.
길을 잃어야 찾을 수 있는 보물들, 어떤 것들일까? 당신의 기억을 곰곰이 들추어보라. 길을 잃으면 진귀한 보물을 찾게 된다. 길을 잃기 위해서 길을 잃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해서 길을 잃어보는 것이다. 인생이 계획대로만 된다면, 사업이 궁리한 대로 순항하기만 한다면, 일이 척척 이루어지기만 한다면, 결국 진짜 보물은 찾지 못하고 말지 않을까? 당신의 방황을 축복하라. 그 축복의 순간을 위해서 때로 방황하라.
--- p.64 「길을 잃어야 보물을 찾는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 질문에 어떻게 하라고 단정하고 싶지 않다. 개인의 선택이다. 다만 개인이 어떤 선택을 하건 간에 사회 전체로서는 공동체의 이익, 삶의 질에 대한 고민, 경쟁력과 삶의 질의 궤적을 맞추려는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뉴욕이라는 거대도시, 도시 중의 도시, 최정상의 도시가 걸어온 길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소수의 탐욕이 극한으로 추구되었을 때는 언제나 위기로 치달았고 그 위기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을 오랜 시간 고통의 늪으로 몰아갔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행위에서 사적인 욕망과 공적인 풍요 사이에서의 균형을 잡아보라. 경쟁력과 삶의 질의 균형에 대해서 항상 고민해보라. 보고 싶지 않은 것에 눈을 감지 말고, 듣고 싶지 않은 것에 귀를 기울여보라. 우리가 가진 두 얼굴을 직시해보라. 두 얼굴에 담긴 가치관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보라.
--- p.141 「도시의 두 얼굴을 보라」

흠뻑 빠져보려면 몸으로 빠져야 한다. 몸을 쓰면 마음도 열리고 정신도 깨이며 영혼도 맑아진다. 그렇게 푹 빠지면서 맛보고 나면 이게 더 빠질 일인지 아닌지 감도 확실히 온다. 도시에서 온몸을 쓰는 가장 쉬운 비결은 걷기다. 두 다리를 움직이고, 발바닥을 땅에 붙이고, 온몸을 바로 세우며 걷고, 걷고, 또 걸으면 평소에 잠자고 있던 감각들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아주 단순한 비결이다. 비결은 그 단순함에 있다.
--- p.209 「걷고, 걷고, 또 걷다」

그 도시를 알려면 새벽부터 밤까지 온전한 하루를 보내는 편이 좋다. 몇 시간씩 잠깐 여러 날을 보내거나 특정한 장소를 골라 가보는 것도 좋지만,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온종일을 보내면 그 도시의 전모가 보인다. 이상하게도 자기가 사는 도시에서 이런 경험을 하기란 은근히 쉽지 않다. 항상 거기에 있기 때문에 그럴 필요성을 딱히 느끼지 않기 때문일 게다.
여행의 좋은 점은 어떻게 하루를 보내면 좋을지 고민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이 기회를 어떻게 살려야 할지 요모조모 계획하고 온종일 빨빨거리면서 무언가 찾고 더 체험하려 든다. 여행에서 이렇게 하듯, 당신이 사는 도시에서도 고민해보라. 예컨대 당신을 찾아온 손님과 함께 하루를 보낸다면 하루를 어떻게 디자인할 것인가?
--- p.224~225 「온전한 하루를 쓰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아주 특별한 재능이 있다. 거리를 순식간에 광장으로 만들어버리는 재능이다. 이 재능은 2002년 월드컵 거리 응원에서 완벽하게 발휘되었다. 정말 마술과도 같은 장면이었다. 광장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거리에서 시작되었고 급기야 거리를 광장으로 만든 마술이었다. 독자들은 그때 장면만 떠올려도 가슴이 뛸 것이다. “이런 장면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외신들이 연이어 보도하던 그대로다. 아침이면 빨간 점점의 사람들이 나타나서 거리 모퉁이를 장식하다가 드디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인도를 잔뜩 메우고 드디어 차도에까지 부풀어 거리 전체가 광장이 되어버리는 모습. 그 자발적인 모임에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의 점으로 시작해서 전체를 물들여버리는 마술을 만들어낸 것이다.
--- p.275 「사람 속에 풍덩 빠져라」
파리의 진짜 도시적 매력은 동네 하나하나가 생생하게 살아 있다는 점이다. 동네마다 독특한 명소들이 있어서 한번 들여다보기 시작하면 찾아볼 곳이 너무도 많다. 어디나 그리 다를 바가 없어 보이면서도 거리마다, 동네마다 각각 다르다. 역사의 기억과 이야기가 풍부한 덕분도 있지만 공공에서 문화적 투자를 잘 분배한 지혜도 큰 역할을 했다. 그래서 아무리 관광객들이 붐벼도 파리 시민들은 그저 담담하게 도시 속에서 도시의 삶을 사랑하면서 살아간다.
우리 도시도 마음에 품은 동네가 더욱 많아지는 도시가 되면 좋겠다. 우리가 사는 제1동네, 우리가 일하는 제2동네 그리고 우리가 즐겨 찾는 제3동네는 어디인가? 살고 일하는 동네는 하나밖에 없더라도 즐겨 찾는 제3의 동네는 가짓수가 훨씬 더 늘어날 수 있다. 찾아볼 제3동네를 많이 가진 사람은 진짜 도시인이 되어 도시의 삶을 즐길 테고, 제3의 동네들을 많이 품은 도시는 더욱 매력적인 도시가 될 것이다. 매력적인 동네들이 매력적인 도시의 삶을 만든다.
--- p.12~13 「복간에 부쳐」

산조가 끝이 없는 소리인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 도시, 우리 동네도 끝이 없는 진화의 과정을 따라간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제각기 자신의 가닥을 잡으려 애쓰는 듯싶다. 확실히 서구의 교향곡이나 오케스트라의 성격과는 다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서구 도시에는 확연한 질서가 있다. 눈에 보이는 질서가 잘 잡혀 있다. 시작도 끝도 선명하고, 단락도 분명하다. 스타일을 오더(order, 질서) 라 부를 만큼 명쾌하다.
우리 도시, 우리 동네, 우리 공간은 짚어내기 훨씬 어렵다. 조직적이지도 않고 체계적이지도 않다. 닫힌 공간이 아니라 열린 공간이다. 질서가 손에도 눈에도 잘 잡히지 않는다. 무질서해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우리 도시에서, 어떻게 우리 도시 고유의 산조를 짚어볼 것인가? 그 안에 숨겨진 가닥은 무엇이고 매듭은 무엇인가? 어떻게 전개되며 어떻게 진화되는가? 사람은 그 사이에 어떻게 흐르는가?
--- p.22 「서언」

무엇보다 감탄할 만한 정조의 위업은 화성 광역의 저수지 사업이다. 물이 귀한데 왜 수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모를 이 평야에, 저수지를 통해 물을 공급함으로써 농업을 융성시켜 화성의 자급자족기능을 높이려는 혜안이다. ‘서호’와 ‘만석거’ 등 저수지를 만든 정조는 100년 전 미국의 유명한 조경가 옴스테드를 다시 100년 앞지른 광역적 생태조경가라 자랑할 만하지 않을까.
지금도 수원천이 마르지 않는 이유는 상류 저수지 덕분이다. 몇 년 전 화성 내 수원천 복개를 한다고 해서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었다. 다행히 살아남은 수원천. 여전히 화홍문 아치 밑으로 풍성한 물이 흘러넘치고, 내 어릴 적 빨래터였던 수원천은 지금 생태계의 보고다. 정조의 리더십은 실무자를 발탁하고 실용 제안을 독려했다는 점이다. 정교하게 자른 큰 돌을 이어 붙이는 방식, 전벽돌을 구워내어 쌓았던 축성방식, 공격과 방어의 기본에 충실한 설계가 그래서 탄생했다.
--- p.88~90 「수원 화성」

동대문시장에는 동대문 스타일이 있다. ‘재래시장을 현대식 건물에 옮겨놨을 뿐’이라고 비판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그게 ‘동대문 스타일’ 아닌가? 도쿄에 연 ‘동대문시장’에서는 상품뿐 아니라 점포 구성, 분위기까지도 동대문시장을 그대로 옮겨놓아 고객 체험을 자극한다는 얘기이고 보면, 동대문시장의 분위기는 그 자체로 문화적 어필이다.
싸구려 같다, 촌티 난다고 할 일이 아니다. 쇼윈도형이 아니라 ‘자물자물 1평형’이고, ‘로드숍형’이고, ‘상품터치형’이다. 장터 같고, 가게 같고, 수많은 상품이 먼저 눈을 압도하는 것이다. 당장 내 것이 될 것 같은, 내 몸에 걸칠 수 있을 듯한 스타일, 이 동네의 매력이다, 유럽 명품 브랜드가 아니면 어떻고, 미국 대중 브랜드가 아니면 어떠랴. 중국, 러시아, 일본에서 통하면 되고 베트남, 몽골에서 동대문 스타일이 통하면 되는 것이다. 그게 바로 월드 클래스 동대문시장의 힘 아닐까.
--- p.125~126 「서울 동대문시장」

온갖 공연과 행사를 알리는 길거리 포스터를 보기만 하는 것으로도 젊음의 거리임을 느낄 수 있는 대학로. 그러나 젊음이 나이로 정의되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젊음은 젊은 정신으로 영원히 젊다. 진짜 젊은이라면 화장 분칠 요란한 카페에 등을 돌리리라. 진짜 젊은이라면 데이트 코스에 ‘무대 한 판’을 넣으리라. 연극 같은 인생의 연기력을 닦기 위해서라도. 대학로에서 출발한 영화 스타가 드디어 연극무대에 돌아왔을 때 티켓박스 앞에서 긴 줄도 마다 않고 표를 사리라. 우리의 스타들이 영화와 연극을 넘나들며 연기 내공을 닦도록 박수를 아끼지 않으리라.
인생은 연극, 도시는 무대다. 무대여, 대학로의 패권을 잡아라. 우리를 영원히 젊게 하라!
--- p.160 「서울 대학로」

잡종. 우리 도시를 잡종이라 부르면 어쩐지 기분이 언짢은가? 뭔가 격이 떨어지는 것 같은가? 어딘지 씁쓸한가?
그러나, 잡종은 지극히 매력적이다. 복잡하기 때문에, 다양한 성격이 교차하기 때문에, 수없이 많은 변종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살아있는 ‘이 시간’을 표현하기 때문에. 나는 우리 도시의 잡종성에 매력을 느낀다. 물론 전통적으로 순종성이 강한 공간의 매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마치 시간이 정지한 듯한, 시간이 무한한 듯한 전통 마을, 전통 동네, 전통 건축의 그 순수한 공간의 멋에 빠지는 것도 좋다. 전통 공간을 잘 보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마음을 끓이기도 하고 보전하는 일에 목청을 높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우리 도시의 잡종성에 은연중 끌린다.
--- p.283~284 「잡종으로서의 우리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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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해박한 지식과 세련된 안목으로 도시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삶의 냄새를 포착한 놀라운 작품. 읽다 보면 연신 “그래, 맞아.”라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독자는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을 이 책을 통해 세세하게 바라보며 새로운 안목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저자의 전문성이 돋보이지만 읽기 어렵게 만드는 전문적인 표현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 누구나 편하게 읽을 수 있다. 아무런 내용도 없으면서 눈속임으로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른 책들이 판치는 세상에서 이 책은 한줄기 소나기 같은 청량감을 준다.
- 이준구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이 책은 김진애가 건축가나 도시계획박사의 눈이 아닌, 시인의 마음 혹은 음악가의 감성으로 여러 동네를 답사한 기록이다. 김진애는 우리 동네들이 어떻게 자라고 어떻게 다듬어지고 어떤 마음과 의미를 담는 그릇이 되는지를 자상한 눈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마치 갑골문자를 해독하고 있는 학자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커뮤니티의 골목과 표정 하나 하나를 해독(解讀)해준다. 우리는 그 글을 통해 그가 벽돌이 아니라 마음으로 집을 짓는 건축가이며 시멘트가 아니라 사랑의 열정으로 도시를 세우는 설계자임을 다시 깨닫게 된다.
- 이어령 (문학평론가,초대 문화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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