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듯 우리 사회에는 마음이 병들고 아픈 아이들이 너무나 많다. 이들은 낮은 자존감과 낮은 자율성으로 무기력하며 우울함에 빠져 있다. 자해 놀이를 통해 스스로 상처를 내어야 간신히 살고 싶어진다는 아이들, 심리적 고통을 신체적 상처로 해소하는 아이 들의 문화는 무엇을 의미할까? 일방적인 강요 속에서 현재의 행복을 희생당하고 있는 것이 미래의 시민이라 불리는 우리 학생들의 안타까운 현주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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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어린놈이 뭘 알아!’라는, 지배적인 학교 구조에서 시민으로 출발할 때, 눈치 보며 억눌려왔던 학생들의 인권부터 바로 세우는 것이 시급하다. 타인에 대한 공감이나 위로, 사랑의 경험에 앞서 치열한 경쟁과 쉼 없이 돌아가는 사교육으로 밀어 넣는 사회 속에서, 이미 삶의 무게를 체감해버린 학생들에게도 존엄한 권리가 있다는 것부터 이야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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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민주주의에서 ‘아르케’가 없다는 말은 정답이 없기에 둥글게 모여 앉아 서로의 지혜를 모아 보자는 것을 의미한다. 일상적인 삶에서 모든 구성원의 지혜를 모아 공적으로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원천이자 교육의 본질이 아닐까. 자신의 삶에서 주인이 되어 스스로 그려 나갈 수 있는 그 힘을 교육이 맡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것이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학교의 사명이 아닐까. 민주주의가 ‘아르케’가 없다는 것은 ‘정해지지 않은 원리’를 채워야 하고, 함께하는 구성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교육을 통해 채움이 가능한 형태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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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에서는 수업이 공유되어야 하고, 학생과 교사는 그 수업에서 지혜를 모으거나, 교사들은 동료 교사와 함께 지혜를 모아내는 토론의 장인, 교육적 소통이 우선 필요하다. 민주적인 지혜를 모아내야 하는 당위 속에 우리 교사들에게 주어진 민주시민교육의 올바른 구현 방법은, 학교 운영 체제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민주적 교육과정 운영에 있다. 따라서 민주시민교육은 교육과정 운영의 지혜를 모아 소통하고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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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논의된 민주적 학교운영에 대한 구조와 과정을 교육과정에 견주어 보면, 이것은 잠재적 교육과정에 해당된다. 구성원들은 잠재적 교육과정으로부터 정의, 권력, 존엄성 및 자존감과 같은 중요한 교훈을 학습하게 되는데, 민주적 구조와 과정을 통해 체득되는 것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진정한 민주적 학교 운영은 잠재적 교육과정을 넘어서서 공식적·명시적 교육과정에서도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 민주적 교육과정에는 폭넓은 수준에서 정보 접근권과 참여의 권한이 보장되어야 하고, 모두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참여적 구조를 공식적인 절차에서 반영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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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민주시민 공통 교육과정 연수를 시작으로, 뒤이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별성, 유연성을 함양할 수 있는 민주시민 선택 교육과정 연수 개발까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과정은 교사의 민주시민교육 전문성을 높임으로써 민주시민교육을 학교에서 구현하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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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시민교육을 ‘민주시민 교과’를 통해서만 시도하게 되면, 실질적인 교육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경험 전반에 나타나야 하는 것이기에 모든 교과에서 민주시민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모든 교과서에서 민주시민의 요소를 내용적으로 지도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교사들이 민주적인 방식으로 수업 시간에 학생들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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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것으로, 정치적 중립성 유지의 의미를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학습자의 정치적 안목과 정치에 참여하는 역량을 길러주기 어렵다. 게다가 지금 과 같은 방식으로 정치적 중립성의 의무를 지키는 교사들에게 높은 수준의 정치적인 안목을 기대하기도 어렵게 한다. 이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은 정치적 참여 역량이 없는 교사가 정치적 참여 역량을 갖춘 학생을 기를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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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학생 자치 역량이 없는 것이 아니라 학생 자치 경험이 없을 뿐이다. 좋은 의도로 시작된 자치의 도전이 실패로 끝나더라도, 혼란과 갈등으로 내상을 입더라도 교사와 학생 모두가 행복한 교육 공동체를 꿈꾸며 함께 사는 학생 자치를 통해 경험하는 과정에서 교사도, 학부모도, 그리고 우리의 학생들도 진정한 주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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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학생들이 안전하게 시민사회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학생들이 친숙함을 느끼고 있으며, 비판적으로 문제점을 도출하여 개선하기 위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그러한 공간이 바로 학생들의 삶의 터전인 지역사회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자신의 지역사회를 통하여 자신이 학습한 것들을 경험하며 체화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위해서 학교 시민교육은 지역사회와 분리되어 논의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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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삶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자본을 뛰어넘는 철학과 공동체의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학생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무엇이든 경험하고 만날 수 있으며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누구라도, 언제라도 실패할 수 있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언제든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신뢰의 안전망이 바로 그러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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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교육이라든지 4차 산업혁명에 관한 담론이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사람을 위한 기술, 교육, 사회, 시스템”이어야 한다. 이때의 사람은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창의력, 협업능력, 더불어 살아가는 능력, 기술 활용 능력, 미디어 문해력, 공공성의 가치를 삶으로 실현하는 참여력 등을 갖춘 민주시민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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