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미국의 시대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또는 적어도, 아직 해돋이도 시작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미국의 시대는 헛된 기대였다. 즉, 진보적 미국인의 의식 속에는 한 가지 지배적 욕망이, 낡은 것을 제거하려는 욕망이 있었다. 지배자들을 제거하고 민중의 의지를 찬양하라. 민중의 의지라는 것은 단지 허구에 불과하기 때문에 찬양은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민중의 의지라는 이름으로 지배자들을 제거하라. 당신이 지배자들을 제거했을 때 당신에게 남는 것은 민중의 의지라는 이 단순한 구절이다. 그때 당신은 멈추어 서서 숙고하고, 당신 자신의 온전함을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삶의 터전으로서의 미국의 영혼」중에서
이 모범적 미국인은 무미건조하고 도덕적이고 공리주의적인 작달막한 민주주의자로, 그 어떤 러시아의 허무주의자보다도 낡은 유럽을 파괴하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했다. 그는 집에 머물면서 양친에게 복종하는 아들처럼 내내 조용히 양친의 권위를 증오하고 내내 조용히 자신의 영혼으로 양친의 권위뿐만 아니라 양친의 전 존재까지도 파괴하고 있는 아들처럼 시간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조금씩 마모되는 방식으로 유럽의 파괴 문제를 끝내려고 했다. 벤저민은 정신적으로는 유럽의 집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정신적 고향은 과거에도 유럽이었고, 지금도 유럽이다. 비록 미국이 엄청난 양의 금을 쌓아 올렸지만, 이것은 정말 짜증나는 유대 관계다. 엄청난 양의 금은 단지 분뇨 더미일 뿐이다. 미국이여, 미국이 미국 자신에게 진정한 실체가 될 때까지 아마 금은 계속 분뇨 더미로 남아 있을 것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중에서
‘크레브쾨르는 우리가 만난 수많은 사람처럼 지적인 야만인이 되고 싶어 했다. 자연의 달콤한 아이들처럼. 자연의 야만적이고 피에 굶주린 아이들처럼. 백인 미국인들은 자신들을 지적으로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한다. 특히 백인 여자 미국인들이 그렇다. 그리고 가장 최근의 고난이도 곡예는 다시 이 “야만인”의 고난이도 곡예다. 자동차, 전화, 물질적 돈과 이상 등을 버리지 못하는 하얀 야만인들! 자동차를 타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야만인들이여! 그럼에도 충분히 야만적이 아닐까, 당신 신들이여! ---「헥터 세인트 존 드 크레브쾨르」중에서
미국에서의 민주주의는 유럽에서의 자유와 결코 동일하지 않다. 유럽에서 자유는 위대한 삶의 약동이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민주주의는 언제나 반생명적이었다. 아브라함 링컨 같은 미국의 최고의 민주주의자들은 자신들의 목소리에 언제나 희생적이고 자기 살해적인 어조를 띠고 있었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언제나 자기 살해적인 형식이었다. 아니면 타인을 살해하는 형식이었다. ---「페니모어 쿠퍼의 가죽 각반 소설」중에서
에드거 앨런 포는 다만 사랑, 사랑, 사랑만을, 강렬한 진동과 고양된 의식만을 알았다. 마약, 여자, 자기 파괴 등에 몰두했지만, 어쨌든 고양된 의식의 오색찬란한 황홀경과 사랑의 감각과 의식 흐름의 몰입의 감각을 추구했다. 그의 내면에 있는 인간의 영혼은 이성을 잃었다. 그러나 길을 잃지는 않았다. 그는 우리에게 인간의 영혼이 어떠했는지 숨김없이 이야기했고, 따라서 우리는 인간의 영혼의 모습을 마주해야만 했다.
『미국 고전문학 강의』는 호손, 멜빌, 휘트먼을 비롯한 미국 고전 작가 여덟 명의 작품을 해석하고 논평하는 책으로, 당시 로렌스가 문학비평 잡지에 투고했던 기존의 글들을 한데 모아 수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작업하여 1923년에 비로소 펴낸 책이다. 이 책은 지극히 논쟁적이며, 긴장감과 박진감이 묻어 있다. 글의 내용뿐만 아니라 글쓰기 스타일에 있어서도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전달하는 참신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러므로 독자는 주의력을 기울여 앞뒤를 자세히 살피면서 읽어야 한다. 수많은 인유와 은유, 패러디와 풍자를 많이 사용하고 있고, 글쓰기의 방식은 매우 시적이고 극적인 방식을 택하고 있기 때문에 각 단어와 문장에 숨겨져 있는 의미와 의도를 놓칠 수 있다. 이러한 로렌스 특유의 기법을 유의하면서 읽는다면, 독자들은 미국 고전문학에 대한 로렌스의 날카로운 비평을 대할 때 잠에서 깨어나는 강렬한 기운을 느낄 것이다. 텍스트가 제공하는 드라마틱한 독서의 즐거움은 배가될 것이며, 강력하게 입맛을 돋우어주는 흥미로운 독서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