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쿠르 문학상은 작가 공쿠르에서 따온 이름이다. 공쿠르와 콩쿠르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공쿠르(Goncourt)는 사람 이름이고, 콩쿠르(Concours)는 음악·미술 등을 장려할 목적으로 열리는 경연 대회를 뜻하는 보통명사다. 피아노 콩쿠르, 음악 콩쿠르 등으로 사용된다. 문학의 나라 프랑스에는 공쿠르상, 르노도상, 메디시스상, 페미나상 등 4대 문학상이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하고 권위 있는 상은 공쿠르상인데, 세계적으로도 노벨문학상을 제외하면 최고로 친다. (…) 공쿠르상은 일생에 한 번밖에 받을 수 없지만, 공쿠르상을 두 번 받은 유일한 작가가 있다. 바로 로맹 가리다. 그는 1914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나 프랑스에 정착한 러시아 이민자였지만 프랑스어를 모국어보다 더 아름답게 구사했던 천재 작가다. 그는 1956년 42세의 나이로 『하늘의 뿌리(Les Racine du ciel)』라는 소설로 공쿠르상을 받아 프랑스 문단의 떠오르는 스타가 된다.
--- p.29~31
우리나라에서는 샹파뉴를 삼페인이라 부르고, 부르고뉴는 영어식으로 버건디라고 부르기도 한다. 어떤 신문기사를 보니 “샴페인은 샹파뉴 지방에서 나는 발포성 백포도주를 가리킨다”고 정의되어 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샴페인과 샹파뉴는 같은 것이다. 삼페인이든 샹파뉴든 모두 상파뉴에서 생산되는 포도주를 말한다. 샴페인은 샹파뉴의 영어식 발음일 뿐이다. 샹파뉴는 포도주 중에서 가장 비싼 술이다. 프랑스에서도 보통의 서민들은 샹파뉴를 자주 접할 수 없다. 결혼식이나 특별한 축제 때나 맛볼 수 있는 고급 와인이 바로 샹파뉴다. 샹파뉴 지방은 원래 양질의 포도주 산지였는데, 기원 후 92년 로마 황제가 이탈리아산 포도주의 경쟁 상대가 될 것을 우려하여 포도밭을 파괴해버렸다고 한다.
--- p.46
‘레 노스 블랑쉬(Les noces blanches)’는 프랑스어로 ‘결혼식’이 라는 뜻이다. ‘레(Les)’는 정관사 복수형이고, ‘노스(Noces)’는 보통 복수로 사용돼 ‘결혼, 결혼식’을 의미하며, ‘블랑쉬(Blanche)’는 ‘순백의, 하얀’이란 뜻으로, 블랑쉬는 블랑(Blanc: 흰색)의 여성형이다. 그러니까 ‘레 노스 블랑쉬’는 ‘초혼, 처녀결혼’을 의미한다. 신랑신부가 마주 보고 함께 발을 내딛는 첫걸음이니까 프랑스 사람들도 이 말에서 저절로 행복과 낭만을 떠올릴 것이다. 단수의 노스(Noce)도 ‘결혼식, 혼례’라는 뜻이 있지만, 구어로 ‘떠들며 소란 피우기’나 ‘방탕한 생활’이라는 뜻도 있다. (…) 프랑스인 중에는 가톨릭 신자가 많은지라 보통은 성당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시청에 가서 다시 한번 공식적인 혼인서약을 한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는 하객들이 모인 가운데 그야말로 시끌벅적한 마을 잔치를 벌인다. 춤추고 노래하고 함께 음식을 즐기며 밤늦게까지 소란스러운 하루를 즐긴다.
--- p.94
“여행 중 호텔에서 며칠 묵었는데 아침마다 식당에서 같은 프랑스인을 만났다. 그 프랑스인은 눈을 마주치면 ‘보나페티’라고 인사했다.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멋쩍어하며 ‘네, 자니윤입니다’라고 대답했다. 다음 날 또 그 프랑스인은 ‘보나페티’라고 말했고, ‘자니윤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다음 날도 계속됐다. 그러다 보나페티가 ‘맛있게 드세요’를 뜻하는 프랑스어임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식당에서 그를 다시 만나자 먼저 자신 있게 ‘보나페티’라고 말을 했다. 그러자 그 프랑스인은 떠듬거리며 ‘자니윤입니다’라고 대답했다.” 혹시 프랑스 식당에서 프랑스인이 ‘보나페티’라고 인사하면 당황하지 말고 ‘보나페티’라고 답하자.
--- p.112
프랑스 사람은 스포츠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그중에서도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아마 축구일 것이다. 이 밖에도 사이클이나 테니스 등의 스포츠를 좋아한다. 프랑스인이 가장 열광하는 스포츠 행사로는 다음의 세 가지를 든다. ‘투르 드 프랑스’ ‘롤랑 가로’ 그리고 ‘샹피오나 드 프랑스 드 풋볼’이다. 이 세 가지 모두 국민적 관심을 끄는 대회들이다.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는 7월이 되면 먼저 사이클 대회 ‘투 르 드 프랑스’의 시작을 기점으로 열기가 달아오른다. 8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는 축구 시즌이 계속된다. 프로 축구 시즌이 끝나는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는 약 2주에 걸쳐 세계 4대 테니스 대회 중 유일하게 서민적인 클레이(흙) 코트에서 벌어지는 프렌치 오픈 테니스 대회를 즐긴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프렌치(또는 프랑스) 오픈’이라고 부르지만, 이 대회의 정확한 명칭은 ‘Internationaux de France de Roland Garros(프랑스 롤랑 가로 국제대회)’다. 롤랑 가로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국제 테니스 대회라는 뜻이다. 프랑스에서는 이를 줄여서 ‘롤랑 가로’라 부른다.
--- p.149
[내 이름은 김삼순], 2005년에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던 인기 드라마다. 김선아가 역을 맡아 열연한 주인공 삼순이는 자신이 프랑스 요리학교 ‘코르동 블루(Le Cordon Bleu) 출신이라는 것에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코르동 블루의 정식명칭은 ‘레콜 드 퀴진 뒤 코르동 블뢰(L'Ecole de cuisine du Cordon Bleu)’다. ‘코르동 블뢰 요리학교’란 뜻이다. 영어 블루(Blue)의 프랑스어 발음은 ‘블뢰’에 가깝다. 「르몽드(Le Monde)」 신문을 그냥 ‘몽드’ 신문이라고 말하지 않듯이, 사실은 정관사 ‘르(Le 또는 라La)’도 같이 붙여주는 게 좋다. (…) 삼순이가 다녔던 르 코르동 블뢰는 요리와 제과제빵에서 100년이 넘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 사립학교다. 사실 학교라기보다 학원이라는 표현이 맞을 텐데,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국제적인 명성을 갖고 있기에 학교라고 부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숙명여대가 이 학교를 유치해 2002년 4월 ‘르 코르동 블뢰-숙명 아카데미’를 설립했다. ‘르 코르동 블뢰’는 말 그대로 풀어보면 ‘푸른 리본’이라는 뜻인데, ‘뛰어난 미식 요리’를 상징하는 말이다. 그 연원을 따지자면 16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578년 프랑스 국왕 앙리 3세는 ‘성령기사단(L'Ordre des Chevaliers du Saint Esprit)’을 창단했는데, 그 멤버들은 길게 늘어뜨려진 푸른 리본의 십자훈장을 달고 있었기에 ‘르 코르동 블뢰’라고 불렸다. 특히 성령기사단은 호화로운 만찬이 뒤따르는 격식 있는 파티로 유명했다. 이러한 연유로 18세기에 들면서 르 코르동 블뢰라는 말은 훌륭한 요리라는 뜻으로 쓰이게 된다.
--- p.220~221
역사적으로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거대한 변화를 우리는 ‘르네상스’라고 부른다. 세계사 책을 읽다보면 등장하는 르네상스는 14~16세기 이탈리아·프랑스 등 서유럽 문명사에 등장하는 거대한 문화운동을 일컫는 말이다.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통설인데, 이탈리아어로는 Rina Scenza(리나 셴차)지만 프랑스어 ‘르네상스(Renaissance)’가 더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프랑스어 ‘네상스(Naissance)’는 탄생을 뜻하고, ‘르네상스’는 ‘재탄생, 재생, 부활’이란 의미다. (…) 서구인이 자신들도 그리스인이나 로마인처럼 문명과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음을 깨닫고 중세시대를 지배하던 신 중심의 세계관에서 탈피해 인간 중심으로 세계를 바라보기 시작한 사조를 말한다. 르네상스 시기에 이르러서야 인간은 인간 고유의 가치를 지닌 창조적 표현을 존중함으로써 예술·철학·과학·윤리학 등이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 p.262~264
‘노블레스(Noblesse)’는 원래 ‘귀족’이란 뜻으로 사회적 상층을 가리키고, ‘오블리주(Oblige)’는 동사원형 오블리제(Obliger)의 3인칭 단수 형태로 ‘책임이 있다,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지도층이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고위공직자를 비롯해 사회지도층은 사회를 이끌어가는 집단이니만큼 자신들이 누리는 지위나 특권에 따르는 사회적 의무에 대해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것이다.
--- p.293
「르몽드」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일간지이고, 마몽드는 한국 모 화장품 회사의 화장품 브랜드다. 둘 다 ‘몽드’라는 단어를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몽드’는 영어의 ‘World’에 해당하는 단어다. 즉 ‘세계’라는 뜻이 다. 르(Le), 마(Ma), 몽드(Monde)는 각각 별개 단어이므로 ‘르 몽드’ ‘마 몽드’라고 띄어 쓰는 것이 맞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통상 붙여 쓰고 있으므로 편의상 붙여 쓰기로 하겠다. 「르몽드」의 ‘르’ 는 정관사(The)이므로 ‘The World 신문’이 된다. (…) 외부권력으로부터 철저한 독립과 재정 자립은 「르몽드」가 지켜온 오랜 전통이다. 재정적으로 대기업 광고보다는 신문 판매 수입에 더 의존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르몽드」의 재정구조 를 보면 신문판매 수입이 약 70퍼센트, 광고 수입이 30퍼센트 정도다. 광고수입이 70퍼센트를 훌쩍 넘는 보통의 신문들과는 정반대의 수입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온라인 기사도 당일치만 무료로 볼 수 있고 그 외에는 모두 유료로 서비스하고 있다. 이것이 경제권력의 압력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있는 「르몽드」의 비결이다.
--- p.310, 313
프랑스어 ‘앙가주망(Engagement)’에는 ‘약속·병역 지원·계약·개시’ 등의 뜻도 있지만, 보통은 작가나 지식인·예술가의 ‘사회적 실천이나 참여’를 가리킨다. 역사적으로 지식인의 사회참여는 프랑스에서는 뿌리 깊은 전통이라고 할 수 있다. 빅토르 위고·에밀 졸라를 거쳐, 장 폴 사르트르·피에르 부르디외로 이어지는 프랑스 민중주의의 전통이다. 프랑스인이 자랑하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 『노트르담의 꼽추』 등 불후의 명작을 남긴 위대한 작가였지만, 그 또한 행동하는 지성인이자 공화파 정치인이었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150년 전에 이미 ‘유럽합중국’을 예견했던 정치인이었고, 1851년 12월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제국(Empire) 건설을 위한 쿠데타를 일으키자 ‘헌법을 뒤엎고 시민의 의사를 짓밟는 정변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라며 나폴레옹에 맞서 저항한 용기 있는 지식인이었다.
--- p.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