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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후의 지암일기

윤이후의 지암일기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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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1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1272쪽 | 1916g | 160*230*60mm
ISBN13 9788994606576
ISBN10 8994606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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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3년 1월 16일 경신]오후에 비가 오다가 저녁 무렵에 그침
새집 뜰 앞에 유자, 모과, 괴산대리자槐山大梨子를 심었고 옛집의 남쪽 창밖에는 사철동백, 으름덩굴을 심었다. 또 죽도에는 유자, 괴리자槐梨子 사철동백, 으름덩굴을 심었다. 지난겨울 동짓달 20일 전에 진달래를 화분에 심어 방안에 뒀었다. 섣달 20일 후에 꽃을 피웠는데, 지금은 활짝 피어 탐스럽고 고운 모습이 볼만하다. 하루는 아내가 와서 완상하다가 글자를 모아 시구를 지었다.

早發一盆花 꽃 한 화분이 일찍 피자
春色滿房中 봄기운이 방안에 가득하네
老人少如花 노인은 꽃처럼 젊어지고
靑春長不盡 청춘은 길이 끝나지 않기를

아내는 글을 모르며 다만 아이들이 책을 읽을 때 곁에서 듣고 기억하여 잊지 않고 있었을 뿐이다. 그래도 책을 읽어 배운 사람과 자못 비슷하니 비록 부녀자이지만 물려받은 문장이 있는 것인가. 지금 여기에 지은 마지막 구는 나의 늙음을 가련하게 여겨서 다시 젊어지길 축원한다는 뜻을 말한 것인데, 압운押韻을 이해하지 못해 제대로 된 시구는 못 되었지만 기상이 꽤나 좋고 넉넉한 맛이 있어 볼만하다. 오랫동안 병을 앓아서 점차 위태로운 고질이 되었지만 (…) 이를 통해 볼 때 장수도 기대할 만하다.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것을 기록하는 것이 매우 우습지만, 죽을 뻔했다가 약간 소생한 후에 볼만한 기상이 있어 이렇게 적어 둔다.
--- p.132

[1694년 6월 27일 계해]맑음. 소나기가 간간이 내림
내가 함평에서 귀향한 후 세상일에 전혀 뜻을 두지 않고 오직 밭 갈고 우물 파는 것만을 일삼아 왔는데, 아내와 아이들이 자못 이를 근심하여 매번 서울로 돌아가기를 곁에서 간절히 권했다. 서울에 있는 동료들도 편지로 시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뜻을 말하기도 하고, 혹 한단학보邯鄲學步라는 말로 나를 조롱한 이도 있었으나, 나는 번번이 웃으며 응하지 않았다. 친상親喪을 당하자, 집안사람들의 뜻은 모두 장례가 끝나면 상경하여 거상居喪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으나 나는 더욱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시국이 뒤집어지고 나서야 전에 이러쿵저러쿵했던 자들이 비로소 내 뜻에 감복했다. 하물며 나를 조롱한 자들은 유배형에 처해졌으니, 생각건대 필시 나를 부러워해 마지않을 것이다. 아! 나는 진실로 어리석으므로 오늘날의 일에 대해 선견지명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다만 감개한 바가 있어서 구차하게 용납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날 요직에 있던 여러 재신宰臣 중 남쪽 지방으로 귀양 온 이들이 모두 내가 화망禍網에서 벗어난 것을 축하하기에, 내가 답하기를 “본래 용렬한 제가 어찌 감히 환란을 미리 알아차릴 수 있었겠습니까?”라고 했는데, 이 말을 전해 듣고 내가 말을 야박하게 한다고 여기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내가 죽도를 점유하려고 계획한 지 여러 해가 되었는데, 종서는 서울에 있었으므로 아직 보지 못하고 있다가 오늘 비로소 나를 따라왔다. 그러고는 올라가서 한번 둘러보기도 전에 마음으로 기뻐하고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좋아하니, 이 아이의 소견이 그리 범상하고 누추하지는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시사時事를 이야기하며, 출사하면 안 된다는 뜻으로 내게 경계하여 말하기를, “이 죽도가 있어 더욱 세상을 잊을 수 있겠습니다.”라고 한다. 아이의 이 말이 참으로 내 마음을 잘 파악하고 있으니 탄복하고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 p.344~345

[1696년 7월 22일 병자]맑음
성덕항이 왔다. 팔마로 돌아왔다. 이대휴를 역방했다. 길에서 양득중梁得中을 만났다. 가지개加知介가 13일에 아이를 낳다가 죽었다고 한다. 이 사람은 내 유모 소생인데, 작년에 와서 만난 후로 다시 보지 못했다. 굶주린 나머지 사산하고 자신도 역시 일어나지 못했으니, 매우 비참하다. 커서는 용모가 그 어머니와 흡사하여 내가 볼 때마다 눈물을 훔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작년에 와서 만났다가 황원黃原으로 돌아가겠다고 할 때 슬퍼해 마지않기에, 나도 눈물을 삼키며 잘 타일러 보냈었다. 그런데 그것이 영원한 이별이 될지 어찌 알았겠는가. 너무도 애통하다.
--- p.693~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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