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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

: 1888~1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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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462g | 145*213*30mm
ISBN13 9791187400394
ISBN10 1187400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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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대한 여러 첫인상 중, 나가사키항에 처음 도착했을 때 배 위에서 조선 사람들의 흰 옷과 통 넓은 바지를 보고 경악했던 것이 떠오른다. 왜 저런 옷을? 그리고 저 상투는 또 뭐지? 잠깐 사이 내 머릿속에는 ‘아마 저들은 저 상투를 아주 중시하나 보다’, ‘그 통 넓은 바지 솔기마다 한 땀 한 땀 조상님들의 은덕을 새겼나?’, ‘아니면 유교식 예절이거나 오랜 전통인가?’, ‘바지통이 넓을수록 소원이 이뤄지는 걸까?’ 등등, 바지통이 저렇게 넓을 수밖에 없는 수많은 이유가 떠올랐다 사라졌다.
- P.17

마침내 우리는 환상의 세계처럼 신비로움에 휩싸여 있는 그곳, 서울에 도착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서울은 동방에서 가장 그림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하나하나 들여다보면 사실 사람들을 벌벌 떨게 할 것투성이였다. 잔인한 인종이지는 않을까 하고 상상해오던 것과는 완전히 반대로 사람들은 어진 품성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곳 동방 전체에 만연한 소름 끼치는 관습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처음 오는 사람들을 완전히 공포로 몰아넣는 것인데, 바로 온 사방에 시체가 널려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슬픔 속에서도 예를 갖추어 시신을 매장하고, 고인의 부활과 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원한다. 하지만 조선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은 시신을 자리에 둘둘 말아 그대로 익어 썩어가도록 햇볕 아래에다 방치한다.
- P.20~21

생전 본 적 없는 엄청난 수의 개와 벌거숭이 아이들. 아이들은 내가 다가가기 무섭게 달아났지만 개들은 아니었다. 목을 곧추세우고 눈을 부라리며 대문 앞에서 나를 위협하거나, 대나무 울 뒤에서 으르렁거리며 짖어댔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조선말을 동원하여 이렇게 말했다.
“오, 이런! 안 씨, 도대체 이 수많은 개들을 왜 죽이지 않는 거죠?”
“아직 너무 일러요, 나중에 죽일 거예요.” 안 씨가 대답했다.
“아니, 나중에 말고 지금이요. 지금 개를 잡으면 바로 마을이 평화롭고 조용해지잖아요?”
“지금이라……. 아시다시피 봄에는 개고기가 별로 좋지 않아요. 여름까지 기다렸다 잡아야죠. 당신 나라에선 봄에 개고기를 먹어요?”
“으악, 아니요!” 나는 놀라서 대답했다. “언제 먹느냐의 문제가 아니에요. 개를 먹는 죄악은 절대 저지르고 싶지 않아요.”
“아예 안 먹어요?” 그가 또 물었다.
“절대로요! 우리나라에선 절대.”
곧이어 안 씨의 얼굴에 참 덜 떨어진 족속이구나, 하고 우리를 생각하는 표정이 뒤따랐다.
- P.36~37

잠시 생각에 푹 빠져 있던 나는, 내가 편히 잘 수 있도록 잠자리를 봐놨다는 안 씨의 목소리를 듣고야 정신이 들었다. 방은 길이 4미터에 폭 2.4미터, 높이는 1.8미터 정도 되었는데, 마을에 묵을 수 있는 방이 얼마 없다며 안 씨는 자신과 친구 한둘이 같이 자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친구? 누구요?”
“최 씨, 서 씨, 이 씨하고, 몇 명 더요.”
이 답답한 방에서 이렇게 많은 조선 사람들과 함께 자야 한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졌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당연히 모셔 와야죠!”라고 대답할 수밖에.
방 한쪽 끝에 새로 짠 자리를 깔았는데 꽤 좋아 보였다. 자러 온 사람들이 일렬로 몸을 눕힐 때까지 나는 앉아서 기다렸고, 안 씨는 호랑이를 대비해 문과 창문을 철저히 단속했다.
자리에 눕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agungi(아궁이)에 불을 엄청나게 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방바닥은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었다. 잠시 뒤 나는 안 씨를 흔들어 깨울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우리는 회의를 시작했다.
“아니, 날이 이렇게 따뜻한데 불을 왜 이렇게 때는 거예요? 나 죽어서 통구이 되는 거 보려고 이래요?”
잠이 아직 덜 깼던 안 씨는 대체 여기가 어디인가 정신을 차리느라 몇 분을 보내더니, 자기가 하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는데도 이 집 안주인이 불을 땐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걱정 마세요, 내가 해결할 테니.”
안 씨는 이렇게 말하고는 사람들을 다 깨우기 시작했다. 그는 아궁이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윗목의 쌀가마니들 사이에 자리를 최대한 겹쳐 쌓아 내 잠자리를 봐준 다음, 조선 사람들은 이 정도는 뜨끈뜨끈해야 편하게 잘 잔다며 나머지 사람들을 다 뜨거운 아랫목으로 몰아넣었다.
다음 날 아침 어렴풋이 잠에서 깼는데 숨이 꽉 막히는 것이 질식할 것만 같았다. 머리는 터질 듯한 데다 내가 어디에 있는 건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분간이 안 되었다. 나는 엄청 끙끙대며 한참을 고생한 후에야 겨우 일어나 앉았고, 그제야 대충 주변을 분간할 수 있었다.
- P.52~54

돈을 아무리 많이 주더라도 자신들의 풍습을 따르려는 상놈의 곧은 마음을 깨뜨릴 수는 없다. 이들은 돈이 편리함을 주기는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없으면 안 될 것이라고 여기지는 않는다. 꼭 액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조건들이 만족스러우면 하겠다고 할 것이고, 어떤 때는 돈을 좀 더 달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돈을 너무 많이 주면 또, 당신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들은 절대로 순수하게 돈에 의해서만 종속되는 관계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는다. 일이 끝난 후 우정과 감사의 마음으로 아주 약간의 성의 표시만 해주어도, 도움을 요청할 때마다 이들은 기꺼이 달려올 것이다. 순수하게 당신을 돕기 위해서 말이다. 만약 사이가 좀 틀어지게 되면 그는 돈을 더 달라고 할 것이고, 반대로 친분이 아주 돈독하면 적게 줘도 받아들일 것이다. 만약 잘못되어 관계가 파탄이라도 난다면 당신이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절대 일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온 마을 전체가 당신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 P.85

저녁은 김치 냄새, 국 냄새와 함께 그것을 한 번도 맛본 적 없는 외국인이 보통 ‘개’라고 부를 길게 찢은 고기가 모락모락 김을 내며 나왔다. 그것은 너무나 기다리던 냄새였기에 나는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남 서방은 “진지 맛있게 드시라.” 하고는 물러갔다. 노인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가 만약 내가 가진 재물에 어떠한 탐욕도 품지 않았다면 그는 진정 하나님 나라에서 멀지 않은 사람이었다. 보통 그런 상황에 있는 동양인들은 겉으로는 아첨하면서도 속으로는, “우리 조상님이 굽어 살펴주시는 나는 이렇게 굶주리고 있는데, 저 양놈 개새끼는 이 땅에서 제일 좋은 걸 처먹는다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중략)
나는 프라이팬 방바닥 위에서 잠을 잤고, 거의 새까맣게 구워졌다. 그러고 보면 이 온돌바닥은 모든 조선 사람의 기쁨이었다. 우리가 이들의 잠자는 방식에 불만을 가지는 것 이상으로 조선 사람들도 서양식 잠자리를 뒤떨어진 미개인들의 형편없는 문화라고 여겼으므로 우리처럼 자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P.145

조선 사람들의 방에서는 특유의 냄새가 났는데, 대체 무슨 냄새일까 알아내려고 몇 달 동안이나 애를 썼다. 어딜 가든 이 냄새를 맡을 수 있었는데, 마침내 냄새를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그건 두 냄새가 합쳐진 것인데, 하나는 구석에서 타닥타닥 타고 있는 아주까리기름 냄새였고, 다른 하나는 일렬로 천장에 매달려 곰팡이를 피우고 있는 콩 덩어리에서 나는 냄새였다. 겨우내 먼지와 거미줄을 뒤집어쓴 이 콩 덩어리111는 발효가 될 때까지 물에 담가놓았는데, 진액이 흘러나오면 끓여 간장을 만들었다.
- P.177

조선 사람들의 숫자 계산법을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는데, 나는 장사치에게 한번 이렇게 물었던 생각이 난다.
“이 자리 얼마예요?”
“오백 푼이요.”
“좋아요, 스무 개 주세요.”
“말도 안 돼요!” 장사치는 화를 내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많은 양은 육백 푼 밑으로는 못 팔아요.”
이곳에선 산수라는 놈이 파멸하여 영원히 사라져버린 것인가?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았다. 이들의 나이 계산법도 이상하긴 마찬가지여서, 나이 먹는 걸 태양이나 달의 절기에 근거하여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설날 떡국을 몇 번 먹었느냐로 결정했다. 이런 식으로 나이를 더 먹는다는 것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계산법에 따르면 아기가 만약 12월에 태어나서 설날에 차례를 드리기 위해 가족 모임에 참석했다면, 아기는 벌써 두 살이었다. 실제로는 태어난 지 오륙 일밖에 되지 않은 아기가 말이다.
-P.209

동양 사람들 사고방식으로는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란 개념 자체가 완전히 이질적인 것인데, 사실 조선에서는 사랑을 뜻하는 딱 맞는 단어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사랑이란 단어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어를 동원해서 그 뜻을 유추해야만 했는데, 조선 사람들에게는 정중하다, 존경하다, 아끼다, 뭐 이런 말들은 있지만 딱 사랑을 뜻하는 단어는 없기 때문이다.
남편은 사랑하지 않는 아내와 결혼하는데, 이것은 동양인들의 사고방식으로는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첫 번째 부인이 죽고 나면 두 번째 부인은 사랑하는 사람으로 얻었는데, 이것은 또 완전히 잘못된 것으로 사실상 죄악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남편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상당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이들에게 아내는 사랑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아버지로부터 아들로, 한 집안의 대를 이어주는 데 필요한 수동적인 존재일 뿐이었다. 아내는 이렇게 진창 속에 깊이 박힌 채 조상으로부터 후손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로, 자신에게 지워진 삶의 무게를 묵묵히 견뎌내고 있었다.
한번은 아내와 함께 길을 걷다가 고대 뱃사람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바위에 앉아 절망하여 펑펑 우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남자는 잠깐 눈을 들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고 엉엉 울기만 했다. 대체 무슨 일이냐는 우리의 계속된 물음에야 그는 아내가 죽었다며 “아이고! 아이고!” 하고 곡을 했다. 드디어 우리가 이곳에서 진짜 사랑을 찾아낸 것이었다. 우리는 사랑의 실체를 제대로 찾아낸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시 이렇게 물었다.
“하지만 아내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을 텐데, 왜 아내를 사랑하나요?”
“사랑? 누가 마누라를 사랑한다 그랬어요? 마누라가 내 옷도 지어주고 밥도 해줬는데, 이제 마누라 없이 어찌 살란 말이요? 아이고! 아이고!”
- P.228~229

조선에 처음 도착했을 때 나는 조선 친구들을 항상 진실로 대하고, 그들이 요청하는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도우려고 애썼다. 이곳에서 가장 흔한 작별인사는 “Nail do orita(내일 또 오리다)”인데, 대부분은 오지 않았다. 친구들 대부분이 이런 약속을 하고 돌아갔기에 나는 곧 내 가까운 친구들이 모두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오해했었다. 하지만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나자 나는 조선 사람들의 이런 말이나 약속은 꼭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인사치레임을 알게 되었다. 물론 친구들과의 평화와 신뢰도 굳건히 유지되었다.
- P.235

전쟁으로 인한 엄청난 부담이 조선의 북쪽 지역에 지워졌다. 평양은 황폐화되었고, 그곳으로부터 수 킬로미터 떨어진 시골까지도 전쟁이 남긴 악취가 진동하는 버려진 땅이 되고 말았다. 결국 청나라 군대는 압록강을 넘어 돌아갔고, 이 나라는 일본의 명령을 받는 정권의 수중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렇게 지배력을 확대하던 일본의 앞길을 끝까지 막아내던 사람이 있었다. 일본은 보낼 수 있는 가장 유능한 공사를 파견했지만, 자신이 외통수에 몰려 당했다는 걸 확인한 순간 그는 싸움을 포기하고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일본 공사로서는 제 나라의 안녕을 위하여 자신과 자신의 가장 유능한 보좌진을 교묘하게 제압했던 저 가녀린 체구의 조선 왕후의 용기와 날카로움 그리고 여성스러움을 경탄할 수밖에, 달리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대체 누가 이 공명정대한 시대에 이러한 비열한 행위가 행해졌다고 믿을 수 있단 말인가! 문명을 바로 세우겠다는 거짓 명분을 앞세워 별 장식과 금술, 견장으로 치장한 서양식 제복을 입은 사백 명의 남자가 어느 밤 궁궐 담을 넘었다. 이들은 동방에서 가장 우아한 언어150를 구사하고 있었으며, 그들의 목표는 의지할 데 없는 한 여인을 죽이는 것이었다. 바로 조선의 왕후를. 나는 사백 명의 장정들 중 남자다운 기상을 가진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는 사실에, 또 명령을 내리는 장교에서부터 맨 뒤 열의 졸병에 이르기까지 사백 명 모두가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겁쟁이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의문의 여지가 없는 진실은 이러했다.
그들은 저 ‘용맹스러운’ 사무라이 칼로 왕후가 죽을 때까지 난도질한 후에 시신에 석유를 붓고 형체를 알아볼 수 없도록 태워버렸다. 그들은 왕후를 틀림없이 제대로 처리했다고 확신하기 위해 궁녀를 서넛 더 죽인 후에야 행진으로 빠져나왔다. 아! 고결한 사백 군사여!
조선 국민들은 경악했고, 왕은 1895년 10월부터 1896년 2월까지 볼모가 된 채 잡혀 있었다. 그러던 왕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마침내 탈출했는데, 진실을 알고 있던 문명 세계는 모두 만세를 외쳤다!
- P.252~256

1895년 10월 8일, 궁궐 쪽에서 들려온 총성에 나는 이른 아침잠에서 깨고 말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나 가보았더니, 많은 조선 사람들이 머리채가 헝클어진 채 우왕좌왕 열린 옆문으로 궁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왜군 2개 중대가 궁궐 안에서 빠져나오는 것도 보았다. 30분 전, 바로 우리가 서 있는 이곳에서 Hong 장군이 총에 맞았다고 했다. 우리는 대체 이 쿠데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었다. 분명 왜군이 궁궐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늦게 왕후가 시해되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조지 허버 존스165 씨와 나는 다이 장군, 르 장드르 장군과 함께 이 참혹한 미스터리를 분석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왕의 처소 근처에 대기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전하의 권위가 떨어지고 곤경에 처하신 것을 지켜보자니 안타까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전하는 중전마마를 생각하며 울고 계셨다. 일본인이 중전을 죽였다고 왕께서 말씀하셨다. 이렇게 도움이 필요한 때에 전하를 도울 사람이 아무도 없단 말인가! 전하께서는 왕후의 복수를 하는 자에게는 자신의 머리칼이라도 잘라 신을 삼아주겠다 했다.
-P.269~270

그는 빽빽이 쓴 서신을 비밀리에 nai-in, 즉 궁녀를 통해 왕에게 전달했다. 궁녀들이 궐 밖 출입을 할 때면 경비병들의 수색을 받아야 했는데, 매섭게 추운 2월, 이 씨는 추위에 지친 경비병들을 여러 날에 걸쳐 진수성찬으로 융숭하게 대접했다. 경비병들은 자주 이렇게 대접을 받았는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2월 11일, 왕은 그의 작은 몸을 여성용 가마 뒤편에 실었고, 그 앞에는 나인 박 씨가 앉아 있었다. 세자 또한 이런 식으로 가마를 탔고, 이들은 천천히 궐문을 향해 나아갔다. 경비병들은 매서운 그날 아침에도 대접을 받았고, 모든 이들에게 느긋하고 친절하게 대하고 있었다. 경비병들이 가마 안쪽을 대충 흘긋 살펴보자 박 씨가 말했다.
“가림막을 내려주세요. 이 추운 아침에 굳이 왜 그걸 들어 올리나요?”
“통과.”
두 번째 가마도 이런 식으로 뒤따랐다. 왕과 세자가 이렇게 도시의 외국 지역으로 이동176하였고, 한 시간 뒤 전 세계는 아래와 같은 전보를 접하게 된다.
“조선 왕이 궁궐에서 탈출하여 러시아 공사관에 머무르고 있다.”
이 탈출을 기획하고 실행한 이범진 씨는 수상이 되었고, 땀과 눈물을 바친 일본의 노력은 연기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 P.274~276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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