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빵곰팡이가 수많은 실험에서 쓰이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이는 붉은빵곰팡이가 완전영양생물이기 때문에 성장이 대단히 빨라 인공 배양이 간단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살기 위해 스스로 필요한 영양소를 직접 만들어내는 생물을 ‘완전영양생물’이라고 한다. 하지만 영양소를 만들어내는 시스템은 몸에 상당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따라서 그 영양소가 몸의 주변 환경에 충분히 존재할 때는 스스로 만드는 것보다 ‘먹어서’ 보충하는 것이 ‘약’이 된다. 이렇게 많은 생물은 진화 과정에서 영양소를 만드는 행위를 멈추고 외부에 위탁하게 되었다. 이런 생물을 ‘종속영양생물’이라고 한다. 종속영양생물의 대표적인 것으로 바로 우리 인간을 들 수 있다. 비타민, 필수미네랄, 필수아미노산, 필수지방산은 모두 인간의 몸안에서 만들 수 없는 ‘필수’영양소이다. 많은 동물들이 비타민 C 이외의 영양소를 직접 만들 수 없는데, 인간은 비타민 C 조차도 만들지 못한다. 우리 인간은 외부로부터 섭취해야 하는 ‘필수’영양소의 수가 다른 어느 동물보다도 많으며, 살아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를 섭취해야만 한다. 게다가 인간은 유전이나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영양소 부족이나 불균형이 생기기 쉬운 동물이어서 영양소의 소비가 늘어날 때는 그만큼 영양소를 보충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우리 인간에게 영양은 생명의 원천이다. 영양소 중에서 비타민은 ‘필수’라는 말이 붙지 않지만, 비타민이라는 이름은 최초의 비타민 (B1)이 발견되었을 때 라틴어의 ‘생명(vital)’과 ‘질소를 함유하는 아미노화합물(amine)’이라는 의미로 붙여졌다.
--- p. 18~19
비타민을 교과서적으로 설명하면 ‘생물의 존재, 생육에 필요한 영양소 중에 탄수화물, 지질, 단백질을 제외한 유기화합물의 총칭’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비타민은 ‘유기물’이며 비교적 ‘흡수가 잘 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결핍증에 대단히 뛰어난 효과가 있다. 비타민 C 결핍증은 괴혈병이다. 괴혈병은 혈관의 재료인 콜라겐을 생성하지 못하는 질병으로, 체내에서 출혈이 일어나는 증상을 보인다. 대항해 시대에 채소와 과일을 장기간 섭취할 수 없었던 선원들에게서 증상이 나타났으며, 16세기 바스코 다 가마의 항해 때는 선원 180명 중에 100명이나 사망하기도 했다. 그 후, 영국 해군성의 제임스 린드가 레몬즙으로 이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또한 이런 발견 덕분에 선원들이 자우어 크라우트와 과일을 섭취한 결과, 사상 처음으로 괴혈병으로 인한 사망자 없이 세계주항(世界周航)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한편 비타민 B1이 부족하면 말초 신경 장애나 심부전을 일으키는 각기병에 걸릴 수 있다. 비타민 B1은 곡물의 배아에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정제된 곡물로부터는 섭취할 수 없는 영양소로 잘 알려져 있다. 1883년 해군 군의였던 다카키 가네히로는 음식에 따라 발생하는 각기병에도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해군성은 ‘병사식단개혁’을 추진하게 되었다. 그 결과 해군 내 각기병 환자 수는 급격히 감소하게 되었다.
--- p. 29~30
뼈는 몸의 다른 부분과 마찬가지로 합성과 분해를 반복하면서 항상 새롭게 만들어진다. 식품에서 섭취한 칼슘은 일단 위산 등에 의해 용해되어 주로 소장에서 흡수되어 피 속으로 들어가며, 당장 사용할 만큼만 남겨놓고 뼈에 비축된다. 이것이 바로 뼈 형성이다. 한편 혈액 속에는 항상 같은 양의 칼슘이 필요하기 때문에 혈액 내 칼슘이 부족하면 몸은 뼈에서 칼슘을 방출한다. 결국 뼈는 단순히 우리 몸을 지탱할 뿐만 아니라 부족한 경우를 대비해서 항상 출입이 가능한 칼슘의 저장 시설이라고 할 수 있다. 칼슘은 이렇게 대단히 중요한 미네랄이지만 그렇다고 칼슘을 영양제를 통해 듬뿍 섭취하는 것이 무조건 좋다고는 할 수 없다. 칼슘 부족은 골다공증,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 질환, 당뇨병, 경련, 저림, 불안, 우울증, 부정맥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혈중 칼슘이 불안정한 경우, 즉 마그네슘 부족 때문에 생긴다. 칼슘 부족 증상에는 칼슘을 안정시키는 마그네슘이 효과적이다.
--- p. 56
영양제는 일반적으로 영양 보조 식품이라고 불리며 비타민, 미네랄, 아미노산 등 영양 섭취를 보조하는 것이 목적인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보조 차원을 뛰어넘어 식사로부터는 섭취할 수 없는 많은 양을 섭취하는 것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꽁치를 먹어서 혈액 순환이 잘되게 하려면 한 마리를 통째로 2개월간 먹어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암세포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비타민 C의 양은 레몬 2000~3000개에 해당한다. 내가 실시하고 있는 분자영양학을 이용한 영양요법은 ‘영양소를 농축하여 효율적으로 섭취할 수 있게 만든 제품’인 영양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꽁치 사례는 극단적인 예에 해당하지만 영양 섭취를 위해 매일 똑같은 식사를 해야 한다면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영양제는 잘 활용하면 치료 기간을 단축시키며 식생활의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 p. 87
인간의 몸은 늘 다양한 호르몬의 기능을 통해 혈당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그중에서도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은 혈당치를 낮추는 기능을 담당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인슐린은 췌장의 랑게르한스섬(이자섬)이라는 조직에 있는 ß세포로 만들어지는데, 식사를 통해 혈당치가 올라가면 이 ß세포가 그 움직임을 재빨리 감지해서 곧바로 인슐린을 분비한다. 그리고 혈당이 온몸의 장기에 도달하면 인슐린의 기능으로 장기는 혈당(혈액 중의 포도당)을 세포 속에 집어넣어 에너지원으로 이용하거나 저장 혹은 단백질 합성과 세포 증식을 촉진하게 된다. 이처럼 식사를 통해 증가한 혈당은 신속하게 처리된다. 혈당치 측정은 공복 시에 이루어지며, 건강한 사람의 경우 90~100mg/dL을 유지한다. 하지만 이 수치가 85~80 이하로 떨어지면 저혈당에 해당한다. 뿐만 아니라 식후에는 140까지 올라갈 수 있는데, 췌장으로부터 분비되는 인슐린이 감소했거나, 인슐린 기능이 안 좋은 사람, 인슐린 기능이 떨어진 사람의 경우에는 식후 혈당은 200을 넘을 수도 있으며, 이를 당뇨병이라고 한다. 인슐린은 보통 3정도가 정상 수치다. (2~5사이) 그 이상이라면 당질 과다 섭취에 해당한다.
--- p. 117~118
만성 피로나 부신 피로와 마찬가지로 몸 어딘가가 아프다면 그 원인에는 반드시 영양 문제가 있다. 따라서 컨디션을 개선하고 싶다면 우선 자신의 평소 식사 내용을 돌아보고 개선해야 할 점을 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영양제 이전에 올바른 식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무엇을 먹느냐’ 보다 ‘무엇을 안 먹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설탕이나 단맛 음식을 과다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식사를 하거나 단맛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 효소의 도움을 받아 분해된 포도당에 의해 혈당치가 상승한다. 그중에서도 설탕은 분자가 작기 때문에 포도당으로 분해되는 속도가 빨라서 특히 공복 시에 섭취하면 혈당치가 급격하게 상승한다. 그 결과 혈당치를 낮추는 인슐린이 한 번에 다량 분비되면서 혈당치가 급격하게 떨어져 저혈당 상태를 유발한다. 체내가 저혈당 상태가 되면 뇌가 에너지 부족으로 공복이라고 착각하여 ‘단것(설탕)을 섭취해서 혈당치를 올려라’라는 명령 신호를 보낸다. 이렇게 되면 반복해서 단맛 음식을 찾게 된다. 바로 이것이 설탕의존증이다. 매일 무의식적으로 먹는 설탕은 이러한 의존증을 일으킬 수 있다.
--- p.13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