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자 정석원은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다섯 살 때부터 조부로부터 한학(漢學)을 익혔다. 1978년 연세대학교 중문과를 졸업하고, 국립대만 사범대학 국문연구소 석사(문자학 전공, 1983), 대만 동오대학 중문연구소 박사(한중문화교류 전공, 1991)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양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국의 문화와 한자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지은 책으로 《재미있는 漢字旅行》 1ㆍ2, 《新千字文》, 《部數로 통달하는 漢字》, 《지혜를 열어주는 故事成語 120》, 《문화가 흐르는 한자》 등이 있다.
■ ‘영혼이 있느냐, 없느냐?’ 사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 자신도 여태껏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내가 그녀에게 어떻게 대답해야 좋단 말인가? 나는 매우 짧은 순간이나마 주저하면서 생각해보았다. 이곳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귀신의 존재를 믿는다. 하지만 그녀는 도리어 귀신의 존재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지 않는가? 아니, 그보다는 영혼이 존재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까? 하필이면 나처럼 인생의 말로(末路)를 걷고 있는 사람에게 고뇌를 더 안겨줄 것은 또 뭐란 말인가? --- p.11
■ “당신, 어디 한번 생각해봐요. 여자들이 떼로 길거리를 걸어 다니는 것도 눈꼴사나울 판인데 머리까지 자르려고 드니. 내가 제일 고깝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그런 머리 자른 여학생들이라고. 솔직히 말해 군인이나 비적(匪賊)들은 그래도 용서할 구석이 있어요. 지금 천하를 어지럽히고 있는 건 바로 여자들이야. 마땅히 아주 엄하게 다스려야 해…….” --- p.79
■ 마을 사람들은 누구나 침을 삼키면서 신기해하는 가운데 소식을 기다렸다. 그들은 롄수가 서양식 교육을 받은 ‘이른바 신당(新黨)파라 전부터 도무지 도리에 맞지 않았던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쌍방 간에 대결은 불가피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아마도 깜짝 놀랄 뜻밖의 기이한 광경이 펼쳐질지도 모른다고 여기고 있었다. --- p.143
■ 내 마음은 점차 이들 원고로 가득 채워졌다. 나는 숨을 쉬기가 무척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고민이 되는 가운데 늘 생각해보았다.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실로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법. 만일 그러한 용기가 없어서 그저 허위에 안주한다면 새로운 인생길을 개척할 수 없는 사람이 되고 말 것이다. 새로운 인생길도 없을뿐더러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없다. --- p.199
■ “맞습니다……. 저는 알고 있어요, 저희같이 무식한 사람들은 아무것도 몰라요. 다만 저는 제 아버지를 원망하고 싶군요. 세상 물정은 털끝만큼도 모르고 나이가 드니 이제는 멍청하기까지 합니다. 그러니 저 ‘짐승 같은 아비’와 ‘짐승 같은 아들놈’이 하는 대로 휘둘릴 수밖에 없지요. 그리고 저놈들은 마치 상갓집 부고를 돌리기라도 하듯 서둘러 개구멍을 파고 들어가서는 나쁜 놈들과 작당이나 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