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머리에
들어가며 고대인의 생각을 만나는 낯선 여행 제1장 구석기문화: 생각의 시작 제2장 신석기문명: 토기와 무덤 제3장 청동기문명①: 신과 인간의 만남 제4장 청동기문명②: 종교와 권력 제5장 암각화: 문명과 사람 제6장 철기시대의 역사와 문화: 신과 영웅 제7장 삼국시대의 건국 이야기 제8장 샤머니즘: 왕에서 백성으로 제9장 음양오행론: 세상 돌아가는 원리 제10장 불교①: 낯설고 매력적인 관념과 문화 제11장 불교②: 국가와 정토왕생 제12장 신선신앙: 장생의 욕망, 불사의 삶 제13장 도교: 무위자연과 기층신앙 제14장 유교: 통치이념과 사회질서 제15장 고분벽화: 삶과 삶 사이의 예술과 신앙 제16장 고대의 사상과 종교의 본질을 상상하며 주 ? 찾아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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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에 종교가 들어오다
후기 철기시대부터 삼국시대로 이어지는 후반부(6~14장)에서는 현대의 우리에게도 익숙한 종교와 사상이 본격적으로 소개된다. 청동기시대 이후 부족국가의 형성에 따라 현실의 권력관계가 중요해지면서, 창세신화는 뒷전으로 물러나고 영웅신화의 시기가 도래한다. 고구려, 백제, 신라, 부여, 가야는 각자의 지배층이 지니는 우월함과 신성성을 부각하기 위해 시조의 영웅신화와 건국신화를 백성들에게 전파했다. 6~7장은 삼국시대가 형성되면서 만들어진 각 나라의 건국신화에 얽힌 이야깃거리들을 풀어낸다. 특히 영웅과 하늘이 신성시되는 이유, 동명왕신화와 가야 건국신화가 여러 갈래의 내용으로 전해지는 이유 등 피상적인 지식으로 신화를 접했을 때는 무심코 지나치게 되는 대목들을 짚어내며 신화의 목적과 상징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8장에서는 샤먼이 가지는 사회적 영향력의 부침을 시대의 변화와 더불어 설명하며 샤머니즘의 원리와 흥망에 대해 말한다. ‘신과 만나는 사람’의 전통이 지금도 남아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을 떠올리며 읽어내려가다보면, 인간이 가진 근원의 두려움이나 한계가 시대나 문명과 큰 상관이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세계의 운행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등장한 음양오행론은 9장에서 설명된다. 저자는 음양오행론에 대해 그 단어 자체의 익숙함에 비해 이론의 내용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본원리를 소개한다. 특히 음양오행론이 역사시대에 한반도에 자리 잡은 종교와 사상에 흡수되어 각각의 이론적 토대를 이루는 일부가 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10~14장에서는 한반도에 전파된 불교, 도교, 유교 사상의 주요한 가르침, 삼국에 유입되던 배경과 그에 따른 당시 사회상의 변화 등을 두루 살핀다. 특히 종교의 유입 과정과 그 흐름을 살핌으로써 삼국시대 당시 동아시아 외교의 단면까지 엿볼 수 있다. 불교, 도교, 유교는 같은 시기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종교라는 이유로 함께 묶이곤 하지만, 각각의 관심사나 시각은 판이하게 다르다. 하지만 중국 남조로부터 온 유불선 삼교 융합의 관념은 삼국시대 한반도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삶의 길을 찾는 데 유불선을 가릴 것이 무엇이냐’라는 태도로 각 종교의 가르침을 깨달음의 도구로 사용하며 공존을 도모했던 당시의 모습을 보면, 여러 종교가 적대적으로 대립하는 오늘날을 반성하게 된다. 인간과 하늘의 매개, 벽화 고대인들이 자신의 삶터와 죽음터에 그림을 남긴 것은 역사에서도 유독 흥미로운 대목이다. 저자는 교과서나 여러 역사책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소개되어온 이 그림 미술을 전문가로서 자세히 설명한다. 알타미라, 라스코 등 구석기시대 동굴의 벽화는 당시 사람들의 생존과 깊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들에게 생존은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에만 달린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은 그림을 통해 강한 존재와 ‘함께 있기’를 원했고, 그 바람을 그림으로 남겼다. 그리고 이러한 욕구는 자연스레 보이지 않는 존재와 초자연적 힘에 대한 동경과 두려움으로 연결됐다. 자연만물에 대한 숭배, ‘여신’ 개념과 형상화, 개인과 세상에 대한 고대인의 관점을 차례로 접하다보면, 고대인과 우리가 공히 자연이나 보이지 않는 존재 앞에서 약해지는 동시에 그것들을 해석하고자 애쓴다는 점을 발견하며 묘한 일체감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전공분야인 암각화와 고분벽화에 대해서 각각 별도의 장을 마련해 더 깊은 이해를 돕는다. 구석기시대 동굴벽화에서 시작된 벽화미술의 흐름은 신석기~청동기시대의 암각화로 이어진다. 5장에서는 암각화가 남겨진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두 가족의 대화를 통해 암각화의 의미를 탐구한다. ‘암각화는 어디에 남겨질까’ ‘암각화는 무엇을 표현한 것일까’ 같은 질문을 던지며 선사시대 사람들이 제의와 그림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려 했는지 탐구해간다. 역사시대로 넘어가면서 그림은 무덤 안으로 자리가 옮겨졌다. 15장에서 설명하는 고분벽화는 역사시대 사람들의 내세관을 형성한 불교, 도교, 신선신앙 등의 영향을 받아 다양한 형태로 곳곳에 남겨졌다. 삼국시대 사람들은 죽은 사람이 내세에 강한 존재들의 보호를 받고 더 나은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의 내용을 정했다. 저자는 고분벽화를 살피며 단순히 내용을 돌아보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종교와 사상이 혼재되어 다양한 형태의 내세관이 제시되던 당시 사회 모습을 재구성한다. 아주 먼 사람들, 아주 가까운 생각들 현대인이 고대의 사상과 종교를 공부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옛사람들의 삶과 생각을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깨닫는 것은, 수천 년의 시간이 무색하리만큼 그들의 고민이 지금 우리의 것과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저자는 “선사시대나 지금이나 논리적 전개 과정이 더 복잡해진 것 말고 사람이 세상을 보는 눈, 우주를 이해하고 설명하는 방식이 질적으로 얼마나 크게 달라졌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라고 말한다. 고대의 생각들이 이렇듯 긴 생명력을 유지하는 힘은 어디서 나올까? 살아남는 것 이상을 생각할 여유가 많지 않던 고대부터 인간 삶을 근본적으로 성찰해온 것은, 그러한 행위가 실은 생존과 긴밀히 연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당장 책에서 소개되는 종교와 사상은 오늘날 한국인의 의식 깊숙하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고대의 사상을 살펴보는 일은 저자가 말하듯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는 것’과 다르지 않다. 동아시아의 한반도와 그 인근에 정착해 주변 집단과 교류하고 환경을 감당하며 긴 시간 살아왔던 고대 한국인의 생각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자는 것이 이 책이 마지막으로 남기는 메시지다. 멀게 느껴졌던 고대의 생각들은 이미 우리에게 도착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