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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라서 그립다

혼자라서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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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5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86g | 128*188*14mm
ISBN13 9791196742317
ISBN10 119674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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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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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것을 서서히 낡아가는 것이라 하면 생에 대한 모독이 될까? 내 고향 집 슬래브 지붕은 그 옛날의 푸른색을 다 버리고 칙칙한 빛깔로 변색 돼 버린 지 오래다. 비가 올 때마다 바다 빛 지붕은 자신의 살갗을 마당으로 조금씩 조금씩 토해 냈던 것이다.
--- 「남쪽 푸르른 바다」 중에서

진정한 사랑은 영원히 이미지로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내 전 생애를 온통 얼룩지던 사랑이 어느 날 눅눅한 잎사귀로 지고 말때, 돌연 나는 삶에 어색해진다. 나와 내 삶 사이에 서걱거리던 억새들이 바람에 썰물처럼 눕는다.
--- 「사랑으로 지다」 중에서

우리 기억의 노트에 이제는 한 생명으로 자리잡아서, 그 작달막한 몸으로 노래하고 춤추는 여자가 있다. 흑백 영화 ?길?에서 나오는 백치의 여인 젤소미나는 우리 고향 마을 어귀에서 누구나 볼 수 있던 추억거리에 다름 아니다. 우리가 어릴 적에 살던 동네에는 젤소미나와 같은 ‘덜 떨어진’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그런 백치 여자들의 한명으로 자리잡은 것이 영화 ?길?에서 나오던 순수한 영혼의 소유자 젤소미나이다.
--- 「젤소미나」 중에서

내가 사랑하던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패혈병으로 이승을 등졌다 한다. 어느 봄날이었을까? 시인은 뜨락에 피어난 장미 가시에 손가락을 찔렸는데, 그것이 그의 향기로운 목숨을 저, 세상으로 앗아가 버리고 말았다 한다. 패혈병이란 온몸을 맴도는 피에 세균이 번식하는 것이라 했던가? 장미를 사랑하던 시인은 장미에서 사랑과 죽음을 동시에 발견하였고, 마침내 이 세상에 대한 집착이 사라져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 「라이너 마리아 릴케를 추억하며」 중에서


어느 날,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나에게 편지 한 통이 날아왔다 하자. 흰 봉투에 담긴 사연은 전혀 내가 추론할 수 없는 사람의 것. 그로부터 편지는 계속해서 이어져, 봄에서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진다. 아마, 내가 살아오면서 부대끼었던 숱한 사람들 속에서 그는 갈대처럼 서걱거렸으리라. 그런 가운데 그는 나와 한 순간 눈빛을 주고받기는 했으련만, 곧 나에게서 잊혀버린 것이리라.
--- 「모르는 사람으로부터의 편지」 중에서

인생의 절반은 그리움으로 범벅이 된다. 아니, 거의 전 인생을 그리움으로 채우는 경우가 있다. 그리움은 실재의 반대이거나 현재 삶과는 별개의 실체가 아니다. 현존하는 모든 것은 그리움의 자식이다. 그리움은 가상이지만 현실과 떼려야 뗄 수 없게 뒤엉켜있다. 때문에 우리는 종종 사랑에 빠질 때, 온몸 달아오르는 사랑에 빠질 때, “그가 그리워”라고 말하고는 한다. ‘그립다’는 것은 ‘사랑한다’이다.
--- 「그리움의 오후」 중에서

누구나 간간히 무소유의 성자니 무소유의 스님 혹은 무소유의 철학자 등의 말을 들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정 스님, 성철 스님이 그런 쪽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표자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 두 분은 삶과 철학을 올곧게 무소유로 일관했다.
--- 「무소유의 삶? 아니, 무소유의 삶에 대한 흠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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