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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입니다
eBook

김지은입니다

: 안희정 성폭력 고발 554일간의 기록

[ EPUB ]
리뷰 총점9.5 리뷰 13건 | 판매지수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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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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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0년 0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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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51.99MB ?
ISBN13 97911608923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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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프롤로그 / 안희정을 고발한다: 세상을 향한 두 번째 말하기

1장 미투: 권력을 향한 고발

“너도 미투할 거냐?”
이상한 여자
살아 있는 권력 앞에서 진실을 말하기로 결심하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던 일주일
- JTBC 「뉴스룸」 인터뷰
집도 직장도 잃다
내가 증거임을 스스로 증명하는 싸움
미투 이후 50여 일간의 사건들
조직적 음해의 시작
“얼굴을 꼭 드러냈어야 했어요?”
- 「뉴스룸」 출연 당일 새벽

2장 노동자 김지은

나, 김지은
‘정알못’ 노동자
대통령을 만드는 곳
첫 여성 수행비서가 되다
수행비서의 역할
- 도지사 수행비서 업무 매뉴얼
24시간 수행비서의 생활
조직의 이상과 현실
일상적 폭력과 다음 범죄를 위한 사과
모든 과정은 위력 그 자체였다
큰일과 작은 일
여자다움
권력자, 수행비서를 자르다
성희롱 사건 보도를 막아라, 지사님 심기가 언짢으시다
- 비서 업무의 특수성과 권력 관계

3장 피해자 김지은

보호는 없었다
“정조보다 무엇이 더 중요했습니까?”
안희정의 증인들
내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직장 상사였다
333일 만의 유죄 판결
또 다른 악몽의 시작
합의, 연인, 불륜
연관 검색어: 안희정 김지은 문자
다시 이어지는 마녀사냥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 버텼다
“내가 아는 김지은을 믿으니까.”
- 동료들이 보내온 탄원서
- “우리 모두가 김지은이다.”
- 왜 피해자의 곁에 서기로 했습니까?

4장 세상과 단절

방어기제
괜찮다고 말하지만, 사실 괜찮지 않다 / 어느새 1년 / 미세먼지가 반갑다 / 또다시 자학 / 신경쇠약 / 산지옥, 강박 / 할 수 있는 것, 할 수 없는 것 / 가짜 뉴스 / 여자 그리고 엄마 / 호떡을 사 먹어도 될까요? / 제가 일상을 살아도 될까요? / 통조림, 냉동식품, 포장 음식 / 모자를 처음 벗은 날, 바람을 느끼다 / 빗속에서, 보호를 느끼다 / 세탁소: 이름을 말하는 일 / 작은 위로 / 잠들지 못하는 밤 휘휘 글을 쓴다 / 다시 봄, 끝나지 않은 여정 / 여름, 보호 장치 다이어트의 계절 / 팔찌 / 테러 / 나는 건강해야만 한다 / 공허 / 고양이 구원 / 두근두근 첫 영화 / 선물 / 투명친구 / 밥에 대한 예의 / 냉장고 앞 선인장 / 지은이와 지은이의 친구들을 만나다
보호격리
무죄 선고 그 이후 / 병상일기 / 안정제를 내려놓다 / 시간이 너무 느리다 / 병실에서 부치지 못한 편지 / 봄에 용기를 / 퇴원을 연기하다 / 세상의 온도 / 떨어지는 꽃잎에도 눈물이 났다

5장 그래도 살아간다

미투 이후의 현실
대한민국의 수많은 여성이 ‘김지은’으로 살고 있다
치유, 피해자들의 연대
일상 회복 프로젝트
밖으로 나가봅시다
한 걸음 나아가다
봉사를 시작하던 날
다시 세상에 나갈 수 있을까
성폭력, 보통의 경험
- 내일의 용기

6장 위드유: 연대의 마음이 모이다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변호인단
김지은과 함께하는 사람들
첫 조력자, 문 선배
캠프 동료이자 증인, 구자준
직장 동료이자 증인, 정연실
직장 선배이자 증인, 신용우
가족
고마운 분들께 드리는 글

에필로그 / 살아서 증명할 것이다
부록 1 / 세상에 외친 목소리
부록 2 / 재판 기록

저자 소개 (1명)

eBook 회원리뷰 (13건) 리뷰 총점9.5

혜택 및 유의사항?
당신들은 이 책을 읽으라~!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e****s | 2020.07.13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누군가에게 '이 책 한번 읽어봐'라는 식의 권유를 대체로 안하는 편이라 생각한다. 가끔씩 이야기 중에 떠오르는 책을 소개하는 경우들은 있지만 말이다. 이 때문에 간혹, 아내가 재밌게 읽었다고 하는 책에 내가 손을 대지 않는 경우, 아내가 좀 서운해 하는 경우가 있다. 공감, 공유에 냉랭하다는 불만이다.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보라는 권유를 들을 때, 약간 짜증이 나기도 하는데....;
리뷰제목

누군가에게 '이 책 한번 읽어봐'라는 식의 권유를 대체로 안하는 편이라 생각한다. 가끔씩 이야기 중에 떠오르는 책을 소개하는 경우들은 있지만 말이다. 이 때문에 간혹, 아내가 재밌게 읽었다고 하는 책에 내가 손을 대지 않는 경우, 아내가 좀 서운해 하는 경우가 있다. 공감, 공유에 냉랭하다는 불만이다. 여러번 반복해서 읽어보라는 권유를 들을 때, 약간 짜증이 나기도 하는데.... 미안한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건 단지 그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내 나름의 선택에 의한 책읽기를 하는 다소 편협한 내 버릇때문에 그런것인데 말이다. 


다행히도, 이 책은 아내의 권유에 응할 수 있는 조건에 맞았다. 처음부터 관심이 아주 많았던 것은 아니었기에, 반복되는 것 같은 내용이나 저자가 힘들게 써내려간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던 과정의 자기 심리 설명 부분은 살짝 가볍게 넘어가기도 했지만, 저자가 어떻게 싸웠었고 적들은 어떻게 공격을 했었는지가 궁금했기 때문에 손에 잡았고, 꼬박 몇 시간에 걸쳐 단숨에 이 책을 읽고나서 그러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쨌거나 현재 우리 사회의 상황은 분명 그 이전보다 개선이 된 것이라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상식과 기대에 여전히 못미치는 전근대적인 행태들에 여러번 좌절하게 된다. 무엇보다 민주주의와 정의를 내걸고 벌어지는 무수히 많은 관행적이고 기형적인 행태들에 기가 차다. 내가 또한 남자이기에, 당연히 이 사안을 좀 더 가볍게 여기고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하게 되더라. 그간 대충 파악했던 근거로, 도대체 저자가 왜 저런 특수한 정치집단에, 그것도 코어그룹에 물리적으로 저처럼 가까운 위치에 있을 수 있었는지가 석연치 않았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을 설명한 저자의 글을 읽고나서, 이 사회의 핵심 권력층은 어쩌면 저자와 같이 어정쩡한 출신(!)의 개인들을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외곽에 배치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너서클 출신도 아니고, 제도적으로 안정적인 공채출신 공무원도 아닌, 그 무수히 많은 계약직 지식노동자들의 풀을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그들의 불안한 지위를 이용해서 자신들을 위한 총알받이에 사용하기도 하고, 충성경쟁을 통해 과거와 다른 방식으로 자기편을 양성하는게 아닌가 싶다. 이런 행태는 모든 정치그룹에 유사하다고 알고는 있지만, 소위 진보임을 자처하는 이들은(중도 좌파이건 어쨌건) 그래서는 안되는 법인데 말이다. 토대없는 이미지만 남은 그들의 허위의식이 날것으로 들어나고 있다. 


그런 구조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는 사실, 그들 중 많은 이들이 권력자의 범죄를 옹호하려고 애를 써왔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드러내 준 저자의 용기에 감사를 보낸다. 그리고 살아주었음에 경의를 보낸다. 저자가 바랬던 바는 아니었을 수 있겠으나, 지금 시대에 여전히 만연한 성폭력 관행에 대한 저항의 상징이 된 현실을 가능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계속 키워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더 큰 일은 안하셔도 좋다. 계속 살아남아 정상적인 삶을 유지함으로 써 이 사회에 힘을 보태주기를 바랄 뿐이다. 


이 책에서 드러난 범죄가 아니더라도 안희정이란 사람을 신뢰하지는 않았지만, 1차 그리고 2차 가해에 참여했던 많은 이들은, 그들이 최소한 정상적인 사회에서 정상적으로 살아가고자 한다면, 이 책에서 던져진 수많은 질문들에 대해 진실된 답을 하고, 또한 사과를 해야만 할 것이다. 그리고, 슬프게도 이런 요구는 오거돈이나 박원순 등의 정치인/그 그룹에 속해있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해당된다. 그들에게 이 책을 일독하기를 권한다. 


원하면 선물해줄 의향도 있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파워문화리뷰 말할 수 없던 것을 말해야 할 때 - 김지은 『김지은입니다』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C*****C | 2020.09.01 | 추천3 | 댓글2 리뷰제목
 사람 없는 한강변에서 자유롭게 바람을 쐤던 작은 일상조차 큰 행복이었다는 김지은 씨 경험담에 그녀의 책과 함께 공원을 걷고 싶었다.   제임스 설터의 에세이집 중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원제 'don't save anything'의 반어성을 살린 국내 번역 제목)이 있다. 김지은 『김지은입니다』는 그보다 더 절박하다. 쓰지 않으면 철저히 왜곡된 채 기한도 제재;
리뷰제목

 

사람 없는 한강변에서 자유롭게 바람을 쐤던 작은 일상조차 큰 행복이었다는 김지은 씨 경험담에 그녀의 책과 함께 공원을 걷고 싶었다.

 

 

 

제임스 설터의 에세이집 중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것들』(원제 'don't save anything'의 반어성을 살린 국내 번역 제목)이 있다. 김지은 『김지은입니다』는 그보다 더 절박하다. 쓰지 않으면 철저히 왜곡된 채 기한도 제재도 없이 떠돌 것이기에 어떻게든 남겨야 했다. '제발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 이 책에 얼마나 많은지. 사람이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사회는 민주주의든 자유주의든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신변의 위험을 느껴 살아남기 위해 본명과 얼굴을 공개해야 했던 김지은은 민주주의, 진보주의, 인간의 존엄을 정치로 실현하겠다는 자들이 모인 곳이 가장 권위적이며 이기적이고 폐쇄된 착취의 온상이었다고 고발한다. 여성이었기에 더 무시당하고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며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 책은 성폭력이 전면에 나와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인간이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폭력적인 사회', '권력', '위력', '갑질'을 행사하는 자들이 개인을 얼마나 파괴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위계 사회'의 문제점을 깊게 생각게 한다. 위력을 향위하는 자는 성폭력이 최상위 폭력임을 알기에 그것을 행사하고 그 힘을 만끽한다. 거기 인간은 없다. 그러므로 '페미니즘'은 '폭력'에 대한 전면적 거부이자 평화 메시지로 수렴된다. 그녀가 고발을 결심한 것이 단지 자신의 피해만이 아니라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있을 피해를 막기 위해서였다는 점도 그것을 시사한다. 안희정의 핵심 참모였던 문 선배가 자신의 인간관계와 안락한 미래보다 '정의'를 위해 김지은을 돕기로 한 결정적 첫 도움도 그러한 의미다. 그녀의 삶은 정말이지 노예의 삶이었다. 누구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

 

 

모든 사안에 객관성과 신중을 요구하는 내 모습이 2차 가해가 되지 않는지 자주 고민한다. 이해나 공감조차 희박하지만 이해나 공감이라는 것이 일회성 구세군 모금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계이고, 정확한 사실 관계가 뚜렷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사변을 내놓다 보면 실수는 돌이킬 수 없어서다. 사행성 언론, 찌라시와 가짜 뉴스, 악플이 이런 폭력을 무수히 낳고 있는 걸 매일 보니까.

 

 

최종 유죄 선고 후 나는 이 책을 마주했다.

아프고 불편한 것을 더더 마주하고 이겨내야 하는 세상이기에

나를 포함한 세상의 많은 김지은 씨, 힘내십시오.

 

 

10개월짜리 단기 행정 인턴에서 시작해 기간제 근로자, 연구직을 거쳐 계약직 공무원이 되었다. 계약 연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는 일밖에 모른다고 할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 그렇게 6년을 버텼고 학교도 어렵게 졸업했다. 나는 금융채무자이자, 병환 있는 가족을 부양하는 실질적 가장이자, 성과로 평가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였다. 안희정 측 변호인이 나를 가리켜 말한 ‘고학력 엘리트 여성’은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친 결과일 뿐이었다. 내 또래의 많은 이가 나와 비슷하게, 제각기 노력하며 살고 있다.

 

제일 처음 인계받은 내용은 지사가 구두를 편히 신을 수 있도록 어떤 위치에 어느 정도의 각도로 놓아야 하는지였다. 지사가 공관에서 나가서 들어오기까지의 모든 것이 다 수행 업무라 생각하면 된다고 했다. 그래서 시작이 지사의 구두였다. 구두를 신고 나서는 순간부터 지사의 일정이 시작된다. 수행비서는 그 전에 모닝콜로 깨워드리고, 일정 준비, 가방 들고 나오기, 문 열어드리기로 업무를 시작해 지사가 일정을 마친 뒤 공관에 짐 넣어드리기, 문 닫아드리기까지 해야 일단 지사와의 동행 수행 업무가 끝난다. 그리고 다시 내일의 업무를 위해 다음 일정 자료를 숙지하고 설명할 수 있도록 재차 확인하고 동선을 모두 파악하여 필요한 연락이나 조치를 취한다. 수행비서는 지사보다 2시간 일찍 일정을 시작해 1시간 늦게 끝마치는 패턴이었다.

그리고 아주 세세한 사항들까지 교육받았다.

“멍 때리지 마라, 절대 기다리게 해서는 안 된다, 격식 있는 자리인지 미리 확인해라, 지위에 맞지 않는 자리를 싫어하신다, 행사 시 앉는 자리에 착석하는 끝까지 봐야 한다, 보안이 필요한 식사는 수행비서 개인 카드로 결제해라, 사우나, 미용, 마사지 등 지사의 개인 일과 비용도 수행비서 개인 사비로 써라, 지사 가족들의 비용도 수행비서가 부담한다, 현금을 넉넉히 가지고 다녀라, 한도 500만 원짜리 카드를 만들어라, 지사의 식성을 파악해라, 아주 세세한 음식 기호를 외워서 맞춰드려야 한다, 얼굴이나 이름을 못 외우니 수행비서가 보조 기억 장치로 있다가 옆에서 알려드려야 한다, 각종 신고서도 수행비서가 써서 챙겨드려라, 경제 용어도 외워라, 못 알아들으면 안 된다, KTX를 탈 때 수행비서 앞에 있는 받침대는 지사의 커피와 가방을 놓을 수 있게 펼쳐놓아라, 아메리카노에 각설탕은 1개, 시럽일 때는 2번 펌핑해야 한다, 빵을 사 오라 하면 크루아상이나 따뜻한 플레인 베이글을 사라, 크림치즈와 나이프를 같이 준비해드려라, 가끔 단 것을 찾으시면 그럴 땐 옛날 꽈배기를 사라, 우유는 예전에는 커피우유만 드셨으나 요즘에는 흰 우유를 주로 드신다, 꼭 빨대 챙겨라, 자주 부르고 자주 심부름을 시키신다, 병장을 웃기는 이등병의 마음을 가져라, 공식 일정 이후 시간, 기업, 친구, 여자 이야기는 주변에 함구하라, 특히 여자 관련해서는 인수인계서 메모에서도 삭제해라, 단어 언급조차 하지 말고 어디에 쓰지도 마라, 보고 듣고 알아도 비밀을 유지하고 반드시 함구하라, 중요하니 재차 강조한다 (…)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인수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사님 기분’이다, 여기에 별표 두 개를 그려라, 인수인계 사항들은 모두 지사님 기분을 맞춰드리기 위한 것이다.

 

세 명의 판사는 피고인 안희정에게는 묻지 않았다.

 

 

‘왜 김지은에게 미안하다 말하며 여러 차례 농락했는가?’

‘왜 직접 페이스북에 합의에 의한 관계가 아니었다고 썼는가?’

‘왜 세 번이나 입장을 번복하였는가. 일관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가?’

‘왜 검찰 출두 직후 휴대폰을 파기했는가?’

 

 

왜 법원은 가해자 안희정에게는 묻지 않았을까?

 

‘위력은 존재하나 위력이 아니다. 거절은 했지만 유죄는 아니다.’

‘합의하지 않은 관계이나 강간은 아니다.’

‘원치 않은 성관계는 있었으나 성폭력은 아니다.’

 

도대체 뭐가 아니라는 것인지 모르겠다.

재판부가 내게 했던 것처럼 안희정에게도 16시간을 질문했다면 1심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1심 내내 안희정에게 무언가를 묻지도 확인하지도 않은 재판부는 그의 말이 더 일관되고 진실하다고 판단했다. 최초 나의 언론 고발 직후 안희정은 합의되지 않은 관계였음을 인정했고, 모두 자신의 잘못이라고 말했으며, 미안하다고도 했다. 범죄에 사용한 휴대폰은 파기했다. 진술을 여러 차례 번복했고, 증거를 스스로 없앴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고인을 심문하지 않았다. 묻지 않았다.

 

나를 음해하고 공격했던 사람들이 바로 전자의 그 시선을 이용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주요 행위주체들의 담론분석 결과,) 가해자 측은 성범죄 사건을 ‘합의에 의한 관계’ ‘불륜 관계’로 정의하면서 ‘법적 문제’에서 ‘도덕적 문제’로 전환시키고, ‘꽃뱀’ 담론을 끌어와 생존자를 가정 파탄을 초래한 ‘가해자’로, 안희정과 그의 주변 사람을 ‘피해자’로 이미지화했다. 또한 ‘성적 자기결정권’에 관한 페미니즘 담론을 재해석하여 성폭력의 책임을 생존자에게 돌리는 전략을 취하며 성폭력 문제를 ‘개인화’했다”.

 

어느 한 가해자만의 특수한 방어 전략은 아니다. 가해자의 가족, 특히 아내들은 적극적으로 2차 가해에 동참한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오직 가족과 관련해서 의리를 지킬 것을 요구한다. 여성의 명예와 평판은 여전히 정상가족을 잘 유지하는지 여부에 달려 있다. 그 결과, 친족 성폭력의 피해자에게 친엄마가 나서서 침묵을 종용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피고인을 대통령 만들겠다고 여러 해를 바쳐왔던 사람들뿐 아니라 피고인의 가족들에게도 나는 철천지원수나 다름없었다.

 

상사에게서, 교수에게서, 선배에게서 힘의 작동 원리에 따라 작용-반작용의 법칙이 함께 적용되는 것이 위력이다. 위력의 무서운 점은 위협적인 말을 듣지 않아도, 스스로 몸이 굽혀진다는 것이다. 위력은 상대를 압도하는 힘이다. 타인의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유형적·무형적인 힘이다. 폭행이나 협박을 동원한 경우는 물론, 사회적·경제적 지위를 이용하여 의사를 제압할 경우도 포함된다. 우리는 살면서 그런 힘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고, 느끼고, 경험하고 있다. 때로는 직급으로 인해, 때로는 성별로 인해, 때로는 나이로 인해, 때로는 조직이나 재물로 인해……. 그렇게 각자의 일상에 위력은 늘 존재하고 있다. 그 위력에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참는 일은 많다. 그럼에도 개인은 그 안에서 자신의 업무나 학업을 쉼 없이 이어나간다. 위력이 존재한다고 해서 학교나 직장을 바로 그만두지는 않는다. 그것이 위력의 실상이자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실이다.

 

24시간 업무 중인 수행비서에게 상사의 지위는 24시간 그대로 유지된다. 그것을 고의적으로 성범죄에 이용한 가해자는 마땅히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현실은 이 중요한 판단을 기피하였다.

나는 더 이상 노동자가 아니다. 일도 하지 못하고 수입도 없다. 생계를 늘 걱정한다. 고소 이후 일 년이 넘게 재판에만 임했다. 노동자로서 성실히 살아왔던 내 인생 전체가 한 노동자의 삶으로서 인정받기 이전에 피해자다움과 배치되는 행동으로 평가받았다.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기를 바라며 대학원에 간 것은 ‘범죄를 거절했어야 마땅한 판단력 있는 고학력 여성’이라는 가해자의 논리에 사용되었다. 이전 일을 그만두고 선거 캠프에 들어간 것은 팬심에 의한 것이 되었고, 근무 시간 제한 없이 일에 매진했던 것은 피고인을 좋아해서였다고 매도되었다.

만약 당시 정상적인 노동자로서의 삶을 보장해달라고 더 강하게 요구했다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까? 일을 외면하고 현실에서 도망치면 피해자다운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직장이 절실했던 내가 당장 관두고 다른 일을 찾았다면 피해자다운가? 이미 안희정 사단으로 꼬리표가 붙은 내가 오도가도 못 한다는 건 함께 일했던 이들이 가장 잘 알았다. “본인이 관뒀대.” “일도 잘 못해.” 평판조회 한두 번이면 끝이다.

‘안희정 무죄’라는 판결문을 받아 든 날도 있었다. 끝내는 ‘안희정 유죄’라는 정당한 판결문을 손에 쥐었지만 여전히 내 삶은 쏟아지는 2차 가해 속에, 기울어지고 삐딱한 시선 속에, 일하지 못하는 처참한 비(非)노동자의 그것이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2
구매 김지은입니다 읽었습니다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플래티넘 H******h | 2020.07.26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완전히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일종의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 경험이 현재진행중이라, 뭐랄까,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잘 알기에 끔찍해할 것도 없이 읽었습니다. 김지은씨의 피해에 무감각하다는 뜻은 당연히 아닙니다. 서로 같은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게,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나의 심정을 묘사하는 데 사용할 문장과 표현들이 되풀이되었기에 얼굴을 보지 못했어도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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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일종의 마녀사냥의 대상이 된 경험이 현재진행중이라, 뭐랄까,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잘 알기에 끔찍해할 것도 없이 읽었습니다. 김지은씨의 피해에 무감각하다는 뜻은 당연히 아닙니다. 서로 같은 편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게, 책을 읽으면서 내가 나의 심정을 묘사하는 데 사용할 문장과 표현들이 되풀이되었기에 얼굴을 보지 못했어도 연대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가해자에게 응당한 처벌을 가함은 당연하고, 피해자가 특히 더 당당하게 살아가는 것이 당연시되는 사회를 바랍니다.(아직도 관련 기사 댓글에는 뭐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책까지 내냐는 의견이 대부분입니다.) 책 내용의 평가 보다는, 이 책을 구입해서 읽었다는 행위로 김지은씨와 수많은 여성들에게 연대함을 선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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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32건) 한줄평 총점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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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피해자에게 일상을
7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7
다**독 | 2020.07.08
구매 평점5점
읽어야만 하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렇다.
7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7
w********r | 2020.06.08
구매 평점5점
작가님의 일상이 돌아오길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6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6
크*빵 |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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