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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멍은 해녀

우리 어멍은 해녀

창비 청소년 시선-2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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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4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145*210*20mm
ISBN13 9791165700034
ISBN10 116570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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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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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멍은 해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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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너머 섬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자전거를 밀어 주면
청보리밭 사잇길 휘파람은 길어지고
휘파람 끝에 해녀복을 깁던 엄마
너울너울 팔을 흔드시네
자전거 바퀴 원주보다 크게 크게
빈 고둥 속으로 노을이 모이고
엄마 발밑 성게 껍질 무더기 위에
육성회비 고지서 반듯이 접혀 있네
손가락 마디마디 파도 자국 주름진 손
골라낸 성게 알은 소금기에 그을린 얼굴처럼 붉고
나는 어제보다 봉긋한 가슴으로 엄마를 불러 보네
---「해녀 딸」전문

섬의 입김을 받으며 자란 우리는
연두를 닮고 파랑을 닮고
모래는 보말 껍데기로 무지개 주문을 외우며
나를 불러내고 동무들을 불러내고
뚜껑 열린 장항
처럼 땡볕만 쫓아 뛰어다니던 하루
섬이 사람을 안고 저물어 가면

불경처럼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물에 들던 어머니는 잠시 두 손을 모으시네
---「절울」전문

바다가 궂은 날
집을 넘는 고함 소리들이 부딪쳐
창문이 깨졌다

밤잠을 빼앗긴 우리는
집을 뛰쳐나왔다

포구의 배들은 파도가 내지르는
욕지거리처럼 펄떡이고

고래 배 속 같은 골목길을
밤새 걸어 다닐 때 언니 손은
내가 바라보아야 할 작은 등대
---「자매」중에서

발아래 밟고 있는 까만 자갈들이
폭포처럼 추락했지만
바다가 되지 못한
수백 개의 눈동자로 보인 건
나뿐일까

폭포 소리와
파도 소리 사이를 메우는 바람에
할아버지 비명이 서렸을까
칠십 년이 지나도 스물다섯 살
---「정방폭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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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제주 바다의 싱싱한 짙푸름과 알싸한 갯냄새로 가득하다. 시 한 편 한 편이 제주 바다의 물고기인 양 아름답고 싱싱하다. “파도 자국 주름 진 손”으로 푸른 바다에 몸 맡겨 이리 궁글 저리 궁글 살아가는 해녀 엄마와 “등대처럼 서로를 비”추는 그 가족 이야기도 싱그럽고 아기자기하다. 가난한 삶이지만, “웃음은 크고 눈물은 환하고” 분노는 굳세다. 청소년의 감수성을 담아낸 언어가 감상에 흐르지 않고, 위트와 유머의 굵고 싱싱한 날것들이어서 좋다.
- 현기영 (소설가)
이 시집에는 해녀의 딸로 성장해 오는 동안 저절로 몸에 새겨진 체험적 진술은 물론, 가족과 어릴 적 동무들의 목소리로 들려주는 다양한 제주 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시들은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까지. 살아온 이야기인 동시에 살아갈 이야기이기도 하다. 시인이 들려줄 엄마와 딸의 대화들, 저 모슬포 바다 이야기가 자못 기대된다.
- 이종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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