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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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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3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76g | 148*210*17mm
ISBN13 9791165701222
ISBN10 116570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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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러겠노라고 약속하면서 언젠가 다큐멘터리에서 봤던 오로라를 떠올렸다. 발밑 아득히 자리한 별에서 이곳을 향해 쏘아 올린 듯한 빛의 기둥. 정지해 있는 듯하다 어느샌가 저 멀리 헤엄쳐 가는 색색의 빛줄기들. 지금 내가 발을 딛고 있는 이곳에도 언젠가는 밤이 찾아오고 또 오로라가 넘실대겠지.
--- 「탐페레 공항」 중에서

오렌지나무가 흔한 도시, 세비야에서는 모든 것이 오렌지처럼 가볍게 걸려 있다. 어느 골목에서는 두툼한 하몽이 오렌지처럼 가볍게. 태양조차 가로수 열매의 하나처럼 흔하게 걸려 있는 이곳에서 가벼워질 수 없는 건 없다.
--- 「콜럼버스의 뼈」 중에서

“힘든데 비바람이 막 불어와. 그럼 시련이랑 비슷해. 시련의 뜻 궁금해했지?”
“네.”
“근데 조금 더 비슷해지려면 거기에 마음을 하나 더해야 돼. 쓰러지지 말자, 하는 마음을 더하면, 힘껏 더하면, 그러면 조금 더 비슷해져, 시련의 뜻.”
--- 「망아지 제이슨」 중에서

부엌 식탁에 앉아 캔 맥주를 앞에 놓고 그런 인간들을 우울하게 욕하고 있으면 모친인 해경은 그러지 말라고 했다.
“결국 다 죽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 미워할 사람이 없어.”
우리 모두가 죽는다는 사실만이 우리를 구원한다니. 그런 건 염세일까, 완벽한 처세일까.
--- 「모리와 무라」 중에서

말하자면 자신이 있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을 옮겨 적는다고 하는 편이 옳았다. 그곳이 뉴욕 타임스스퀘어이건 치앙콩의 후미진 골목길이건 개의치 않는다는 투였다. 타임스스퀘어에서는 뉴요커처럼 살았고 치앙콩에서는 치앙콩에서 나고 자란 태국인인 듯이 살았다. 그랬다. ‘살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하루오는 여행을 했다. 그걸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 「절반 이상의 하루오」 중에서

여행 경험이 많진 않지만 전부터 비행기표 알아보는 걸 좋아했다. 앞으로 절대 가볼 일 없고, 가보지 못할 나라라도 그랬다. 직장일로 영혼이 어둑해지거나 인간에게 자주 실망할 때면 혼자 이국의 낯선 도시를 검색해 보곤 했다. 태블릿 피시와 다정히 얼굴을 맞댄 채 열대 지방 햇볕 쬐듯 전자파를 쐬었다.
--- 「숲속 작은 집」 중에서

우주의 입장에서 보자면 지구는 그 많은 행성들 중 어쩌다 생긴 하나에 불과했고, 그중에서도 아주 작은 행성이었으며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고 해도 별 상관 없는 행성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그 안에서 존재의 이유조차 알 수 없도록 우연히 생긴 생명체였다. 사랑과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만든 것은 인간이다. 이 땅을 외롭게 만든 것은 오롯이 인간의 짓이라는 걸 상기할 때마다 나는 그저 이 행성을 떠나야만 그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 「사막으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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