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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쉬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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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58g | 148*210*16mm
ISBN13 9791165700812
ISBN10 116570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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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건강한 지구를 꿈꾸는 당신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 지구와 생명을 테마로 한 단편 소설집. 기후 위기, 플라스틱 문제, 육식 문화 등 더 나은 지구를 꿈꾸는 모두와 나누고 싶은 여덟 편의 소설을 엮었다. 결국 인류의 위기가 될 지구의 위기는 어디쯤 와있고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지금 우리가 주고받아야 할 이야기들이 여기 이 소설들 속에 있다. -소설M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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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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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내가 무엇을 피하려고 했는지 이제는 안다. 내가 어떨 때 거짓말하는 인간인지, 무엇을 부끄러워하고 무엇에서 도망치는 인간인지 생각하기 싫었다. 그런 나를 내게서 빼고 싶었다. 그래서 잊고 살았다. 비슷한 일이 반복될수록 더 잊으려고 했다. 결국 나는 나쁜 것을 나누며 먹고사는 어른이 되었다. 괜찮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괜찮겠지, 괜찮겠지, 아직은 괜찮겠지, 기만하는 수법에 익숙해져 버린 형편없는 어른.
--- 「돌담」 중에서

북극엔 호의도 없었다. 북극의 모든 존재는 얼음을 딛고 서 있었다. 모두가 얼음 위에 서서 끝을 알 수 없는 어둠과 날카롭게 찌르는 듯한 햇살, 피부를 벗겨 내는 바람과 추위를 견뎌 내며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했다. …… 문제는 아푸트와 우나아크, 아푸트와 키쿠트, 키쿠트와 아이들 사이를 지탱하던 질서와 순리의 밑바탕이 녹아내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 「약속의 땅」 중에서

조이는 플라스틱 통을 버리고 무인도로 올라섰다. 섬의 모습은 기괴했다. 축구 경기장만 한 크기의 섬에는 나무가 다섯 그루 정도밖에 없었다. 숯이 되어 까맣게 타 버린 목재를 누군가 일부러 심어 놓은 것처럼, 나무들에는 생명력이 없어 보였다. 마른 이파리들만 몇 개 달려 있을 뿐이었다. 커다란 쓰레기가 섬 군데군데 방치돼 있었다. 해류에 밀려온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한군데 쌓였고, 넘쳐흐른 쓰레기들이 옆으로 퍼져 나갔다. 한때 무언가를 포장했을 수십만의 플라스틱 포장재들이 썩지도 않고 쌓여 가고 있었다.
---「심심풀이로 앨버트로스」 중에서

흰 개가 찬성 주위를 빙그르르 돌며 찬성의 몸 냄새를 맡았다. 그러곤 뭔가 결심한 듯 찬성의 손바닥에 코를 대고 킁킁대다 혀를 내밀어 얼음을 핥았다. 순간 물컹하고, 차갑고, 뜨뜻미지근하고, 간지럽고, 부드러운 뭔가가 찬성을 훑고 지나갔다. 난생처음 느껴 보는 감각이었다.
--- 「노찬성과 에반」 중에서

유리병 안에 은하의 심장이 있었더라면 언니는 되찾으러 갔을까. 아마 그랬을 것이다. 유리병 안에 언니의 심장이 있었더라면 은하는 되찾으러 갔을까. …… 은하는 언니의 심장을 포기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유리병 안에 언니의 발가락이 있었더라면 은하는 어떻게 했을까. 금세 답이 나오지 않았다. 심장과 발가락은 어떻게 다른 걸까.
--- 「신체 적출물」 중에서

“아저씨는 학생들이 왜 왕따를 만드는지 아세요?”
“생각해 본 적이 없구나.”
“두려움 때문이에요. 언제 순위가 떨어질지 모르니까, 절대적인 약자를 만들어 자신을 위로하는 거죠.”
--- 「어느 시인의 죽음」 중에서

엄마는 못된 일을 저지른 아이라도 결국 품에 안아 주었다. 그런 식으로 지구에서 태어난 모든 생명체는 안식을 맞이했다. 때문에 지구로부터 거부당했다는 사실을 알아챈 인간들은 몹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감히 그럴 수가 있지? 엄마는 어떤 아이라도 용서해야 했다.
--- 「어스」 중에서

근사하지 않아? ‘간지러’ 조개 하나에 ‘나도’ 840개. 상상해 봐. 그 잔잔한 바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파도 하나. 그렇겠지? 그건 바람의 말일까, 바다의 말일까.
--- 「조개를 읽어요」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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