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사회학자들은 부유함보다 빈곤함을 연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문화사회학자들은 특권의 지속성으로 관심을 돌렸고 교육의 영역에서 고학력의 부유한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어떻게 우위를 전달하는지 밝혀 왔다. 하지만 이 분야의 풍성한 연구 성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 고소득 엘리트의 재생산이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는 거기서 빠져 있다. 우리는 심지어 같은 대학을 졸업한 학생 중에서도 가장 엘리트적인 배경을 가진 학생이 가장 많은 돈을 버는 일자리를 갖는 경향이 있음을 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어떻게, 그리고 왜 벌어지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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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신입 단계의 일자리를 연구과제로 선택한 이유는 학생들이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한 후, 경제적 계층화가 발생하는 최초의 순간을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력 초기에 얻은 일자리는 한 개인의 직업과 경제에서 궁극적인 성공을 성취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나는 대학이나 전문대학원을 갓 졸업한 신입사원으로서 가장 높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일자리를 선택했다. 바로 일류 투자은행, 경영 컨설팅 회사, 로펌의 일자리들이다. 이들 기업 중 한 곳에 일자리를 얻으면 순식간에 소득 기준 최상위권에 속하게 된다. 게다가 이런 유형의 회사에 채용되었던 전력은 기업은 물론, 정부나 비영리기관에서 고위급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선결조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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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평가위원들은 ‘최고의 인재들’이 최고의 엘리트 대학에 집중돼 있다고 믿고 있었다. 엘리트 대학에서 받은 입학허가를 ‘지적 능력’이 탁월하면서 모든 면에서 균형 잡힌 사람임을 알리는 신호로 보는 것이다. 이런 믿음 때문에 기업들은 지원자 심사의 첫 번째 단계를 엘리트 대학의 입학사정 위원회에 아웃소싱하는 격이다. 경영 컨설턴트인 로건은 “우리가 찾고 있는 후보자의 자질 중 많은 부분이 다트머스대학이나 하버드대학이 예비 신입생들이나 지원자들에게서 찾는 자질과 같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녀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가 이들 학교에서만 채용을 하려는 이유 중 일부는 그들이 우리가 할 일 중에 3분의 2를 이미 해두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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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우리 인력에 대해 다른 경쟁사에 비해 특이하다고 느끼지 않았으면 합니다. 출신 대학이나 배경이 정상에서 너무 많이 벗어난다면, 고객에게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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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한 장에 쓰인 내용으로 한 사람을 판단하기는 쉽지 않죠. 그건 결코 공정하거나 정확한 일도 아니고요. 엄청난 자격을 갖춘 사람들 중에서 누군가를 선택해야 하는데, 당락은 결국 평가자의 개인적 취향, 그리고 후보자가 평가자와 특정 경험을 공유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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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자들은 백인, 상류층, 중상류층 문화와 연관되는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축구, 야구, 탁구와 같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스포츠보다 라크로스, 필드하키, 테니스, 스쿼시, 조정처럼 경기를 하려면 돈을 들여야 하는 ‘클럽’ 스포츠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투자은행가이자 열렬한 스쿼시 선수인 샌딥은 이런 평가를 내렸다. “당신은 디트로이트의 공립학교에서 스쿼시 선수를 결코 발견할 수 없을 겁니다. 코트가 없기 때문이죠. 심지어 그들은 그런 게임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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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우리 같은 회사나 투자은행에서 인턴십을 했던 사람들은… 여름 동안 고등학생이나 할 법한 아르바이트를 했던 사람들과는 달리 지난여름에 번듯한 자리를 확보할 만큼 충분히 추진력이 있었다는 걸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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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원자와 20분 동안 이야기합니다. … 정해진 질문은 대개 없습니다. 후보자를 평가하는 방법은 면접관에게 달려 있습니다. … 하지만 이제 막 졸업한 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업무 관련 기술이나 지식을 테스트하기는 어렵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지원자에게 연봉 16만 달러를 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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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합성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는 배우자와 자녀, 친구들보다 동료와 더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저는 매일 함께 일하면서, 해외 출장에 동행하거나 기상이변으로 공항에 갇히게 되거나 업무를 마치고 맥주 한잔을 하러 갈 때 편안하게 느낄 동료가 필요합니다. 케미스트리가 있어야 하죠. 따라서 지원자는 명석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마음에 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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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사람이 투자은행가인 삼촌과 함께 자라서 어린 시절부터 항상 투자은행가가 되고 싶어 했는지, 아니면 그들이 뉴스에서 투자은행이 급여가 가장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지원했는지 궁금합니다. … 만약 돈 때문에 이끌렸다면 그들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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