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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소녀
변은비 저 / 최윤태 원저 | 파랑새 | 2020년 06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3 리뷰 8건 | 판매지수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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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0년 06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91쪽 | 270g | 140*208*14mm
ISBN13 9788961559003
ISBN10 896155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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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무도 없는 복도에 주수인의 목소리가 울린다. 걸음을 멈추고 돌아선 최진태 앞으로 조금 전의 맹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주수인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제가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코치님이 어떻게 아냐고요. 왜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해요? 코치님이 어떻게 아는데요?”
“넌 네가 뭐라도 되는 거 같지? 그냥 시키는 대로 해.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이런 유형의 선수들을 최진태는 잘 알고 있었다. 박 감독과 함께 독립구단에 있을 때 프로에서 내려온 선수들 대부분이 과거 자신의 화려했던 모습에 취해 현실을 인정하지 못했다. 실력을 키우기에 앞서 자신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오지 않은 걸 원망했다. 최진태가 보기에 주수인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 천재 야구소녀란 타이틀은 어디까지나 유소년에서나 통하는 말이란 걸 이 아이는 모르고 있는 것 같다.
---p.36 중에서

얼마나 많은 공을 던졌을까. 피로감에 주수인은 이제 서 있을 기력도 없었다. ‘삐’ 소리와 함께 스피건에 마지막으로 찍혀 있는 숫자를 보고 주수인은 그 자리에 천천히 주저앉아 버린다.
131km.
19살 소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한계와 마주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더 이상 속도가 올라가지 않을 거란 걸 온몸으로 느낀다. 발목을 감싸고 있던 모래주머니를 풀어헤치자 그제야 악물고 있던 소녀의 입술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p.61 중에서

바구니 안에 들어 있는 모든 연습공에 붉게 핏물이 배어 있다. 아무리 연습공이라지만 이 정도까지 망가진 공은 본 적이 없다. 누가 그랬는지 말해주지 않아도 이 공의 주인은 알 수 있다.
주수인. 한때 천재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그저 고집불통인 소녀. 최진태는 모른 척 고개를 돌리고 싶지만 생각처럼 쉽게 되질 않는다.
---p.68 중에서

“그러다 나처럼 못 가면? 그냥 빨리 포기하는 게 맞을 수도
있어.”
“싫어요. 저는 해보지도 않고 포기 안 해요.”
주수인은 다시 바닥에 쌓여 있는 공을 집어든 후 투구를 시작한다. 예전에 비해 많이 무너져 있는 투구 동작이었다. 손과 어깨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져 최진태도 주수인처럼 덩달아 얼굴이 찡그려진다. 최진태의 시야에 주수인의 피로 붉게 물든 공들이 들어온다. 이대로 놔두면 안 된다. 아무래도 방법은 하나뿐인 것 같다.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선택이라고 최진태는 판단한다. 학교 뒤뜰에서 오기로 공을 던져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다.
---p.76 중에서

“내가 뭘 도와주면 되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 알면 내가 코치 하지.”
“나도 프로팀 근처에도 못 가봤다니까. 그래도 괜찮은 거야?”
“제가 대신 가줄게요. 그럼 되잖아요.”
---p.81 중에서

“그럼 리틀 야구 때부터 같이한 거야?”
“네.”
“그때도 여자애는 주수인밖에 없었겠네?”
“네. 그래서 애들이 주수인을 굉장히 싫어했어요. 많이 괴롭히기도 했고.”
“왜?”
“아침부터 여자 보면 재수 없다고 감독님이 싫어하셨어요. 그래도 대놓고 그만두라고 할 순 없어서 먼저 포기하게 만들려고 단체 훈련을 엄청 시켰거든요. 그런데 정작 주수인은 안 그만두고……. 그래서 애들도 뭐……. 암튼 좀 그랬어요.”
“너는 어땠는데? 너도 주수인 싫어하고 괴롭혔어?”
“저는 그때 키도 작고 완전 약골이라서 주수인 반도 못 따라갔어요. 저 사실 고등학교 들어가서는 야구도 안 하려고 했거든요. 재능도 별로 없는 것 같고……. 근데 주수인도 같이 오고……. 또 지는 건 싫으니까. 그래서 열심히 한 거예요.”
---p.105 중에서

“뭐하는 거야 엄마! 비켜! 이러면 진짜 못 쓴단 말이야.”
“안 될 거 같으면 빨리 포기하는 것도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내가 그랬지! 괜한 오기로 그렇게 싸우면서 살 필요 없다고. 그런 거 없어도 사는 게 얼마나 힘든데. 왜 사는 걸 더 힘들게 만들고 있어!”
“왜 그러는 건데! 엄마가 뭘 안다고 그래? 비켜!”
불꽃에 서서히 글러브가 녹아든다. 주수인은 글러브를 꺼내려 하지만 앞을 막고 있는 엄마는 비켜설 생각이 없다.
“내가 모르긴 뭘 몰라? 내가 네 엄만데 내가 뭘 몰라!”
“내가 아직 잘하는지 못 하는지도 모르잖아. 내가 진짜 잘하는 거면, 진짜 그런 거면 어떡해? 그럼 너무 억울하잖아!”
---p.113 중에서

“뭐가 이러면 안 되는 건데? 제발 철 좀 들어 철 좀! 당신까지 왜 이러는 거야! 애 저렇게 놔두면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몰라서 그래? 어?”
“당신 수인이 야구하는 거 가서 본 적 있어?”
“뭐?”
“수인이 고등학교 들어가서 야구하는 거 한 번이라도 가서 본 적 있냐고!”
신해숙은 남편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한다. 마치 자신을 나쁜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아 억울하지만 딸이 고등학교에 들어간 뒤로 경기장에 한 번도 찾아가지 않은 건 사실이었다.
“우리 수인이…….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힘든 애야. 그거 알아? 어? 거기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힘든 애라고……. 그럼 우리가 도와줘야지 우리가 부모니까! 다른 사람들처럼 말리는 게 아니라 우리가 도와줘야 되는 거라고!”
---p.144 중에서

‘탁!’ 하는 경쾌한 소리가 숨죽인 그라운드를 울린다. 주수인이 던진 공은 안성찬의 배트에 맞아 높이 하늘 위로 솟구친다. 야구장에 있는 모두의 시선 또한 공의 포물선을 따라 하늘로 향하지만 태양에 가려진 공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늘을 바라보던 주수인은 문득 어릴 적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무도 함께 야구를 해주지 않았던 소녀는 운동장에 홀로 남아 야구공을 하늘 위로 던져야만 했었다. 자신이 던진 공을 다시 받으며 주수인은 야구에 대한 꿈을 키웠었다. 글러브 안으로 들어오는 공의 묵직한 느낌은 쓸쓸했던 소녀에게는 큰 희망이 되어주었다. 하지만 그 소녀는 이제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자신을 응원해주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야구를 하고 있었다.
---p.163 중에서

“이게 뭐예요?”
“열어봐.”
주수인이 서류를 펼쳐보자 처음 보는 소녀의 얼굴과 경기 기록들이 자세히 나와 있다. 야구부 입학 지원서다. 주수인의 시선은 다시 최진태에게 향한다.
“요즘 신입생 선발 기간이잖아. 이번에 우리 팀에 입학할 선수야.”
“네?”
(……)
“네가 있어서 지원할 수 있었던 거야.”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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