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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진찰하는 여자의 속삭임

나무를 진찰하는 여자의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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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08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465g | 152*195*20mm
ISBN13 9788970416083
ISBN10 8970416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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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사가 되고 나서 자주 듣는 질문이 있다. “나무와 말할 수 있나요?” 대답은 ‘그렇다’일 수도 있고, ‘그렇지 않다’일 수도 있다. (중략) 특수한 능력을 개발하지 않아도 나무에게 나타나는 현상을 그때그때 잘 살피기만 하면 된다. 나무가 알아서 표현해 주는 것을 ‘잘 진찰하는 것’이 나무와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의 시작이다. 나무는 ‘몸 그 자체’로 말한다. 그것을 ‘언어’로 읽어낼 수만 있다면 ‘말하고 있다’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귀가 아니라 ‘눈을 기울여 듣는다’는 자세로 나무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언뜻 보면 조용하기 그지없는 흙이지만 그 속은 엄청나게 분주한 주방과도 같다. 지렁이에 진드기, 톡토기는 물론, 더 작은 균이나 박테리아 등의 토양미생물까지 모두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들은 식물이 썩은 잔해를 먹거나 죽은 동물의 뼈를 부수고 간 것을 계속 먹으면서 포슬포슬하고 맛있는 흙 알갱이를 만들어 간다. 이렇게 만들어진 맛있는 흙의 영양분은 나무를 건강하게 만들고, 또한 다시 나무가 죽어서 썩으면 토양미생물들의 영양분이 된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아주 좋은 관계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사실은 악조건의 날씨가 반드시 나무를 괴롭히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바람으로 흔들리지도 않고 아무 자극도 없으면 뿌리는 계속 약해지게 된다. 오히려 바람이 있기 때문에 그 저항에 의해 발달하게 되는 것이다. 튼튼한 뿌리의 곡선은 요컨대 사람으로 치면 험한 산골에 사는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생긴 생활근육 같은 것이다. 이 ‘느티나무 수원’의 느티나무는 토양환경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한 만큼 반대로 울퉁불퉁 기세가 왕성한 아름다운 뿌리를 뻗게 된 것일 터. 강을 달려온 바람은 엄하게,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느티나무를 키워낸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무의사인 내 입장에서 보면, 길가에서 보는 버섯들은 사실 친구라고 말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게다가 나는 버섯을 보면 버섯이라는 근사한 명칭이 아니라, ‘부후균(腐朽菌)’이라고 진료 차트에 기록한다. 그렇다. 버섯은 나무를 썩게 한다. 사실 나무에게는 상당히 무서운 존재인 것이다.

진딧물은 무당벌레 같은 천적이 존재한다. 균형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다양한 종류의 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되도록 주의를 기울여 나무를 심는 것이 중요하다. 부드러운 부엽토분이 많은 건강한 토양을 유지하고 통풍이 잘 되게 하면 해충만 발생하는 일은 없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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