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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창비시선-456이동
이상국 | 창비 | 2021년 03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9 리뷰 9건 | 판매지수 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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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24쪽 | 174g | 126*200*8mm
ISBN13 9788936424565
ISBN10 8936424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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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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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일이다.

세상에 온 지 얼마 안 돼 숨을 놓은 조카를

형님이 안고 나는 삽을 들고 따라갔다.

아직 이름도 얻지 못한 그애를 새벽 솔밭에 묻고

여우들이 못 덤비게 돌멩이를 얹어놓고 온 적이 있었다.

내가 사람으로 살며 한 일 중

가장 안 잊히는 일이다.
--- 「오래된 일」

―――――――――――――――――――――――――――――――――

우리 동네 문구점 주인은 나를 사장님이라고 부른다.
속수무책이다.
가내수공업인 시 공방(詩工房)의 주인으로 치자면
나도 사업주이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사장은 아니다.
동네 문구점 주인이여
나를 아저씨라고 불러다오.
어려서부터 말 따라 노래 따라
해 지고 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을
사장은 무슨 사장,
아저씨라고 불러다오.
바람처럼 낙타처럼
마을과 장터를 떠돌았으나
아직 동네에서조차 이름을 얻지 못한 나를
그냥 아저씨라 불러다오.
시 아저씨라고 불러다오.
--- 「시 아저씨」

―――――――――――――――――――――――――――――――――

나도 내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선덕여왕 시절쯤부터 중천을 떠돌던 내가
어느날 발 크고 소리 잘하던 정선 사람
내 어머니 자궁에 전광석화처럼 뛰어들어
늙은 시인이 될 줄은 몰랐어
그래도 그게 어디냐
벌레도 아니고 마소도 아니고
그것도 노래하는 사람이라니,
(…)
오, 생 하나가 고작 이런 것뿐이라니,
그렇다고 그런 나를 어떻게 피해 가겠어
미시령 동쪽 바닷가에 이층 방 한칸 세 놓고
늙어가는 아내와 티브이 드라마를 볼 줄은 몰랐어
나도 내가 여기까지 올 줄 몰랐어
그래도 실없는 나의 노래가
끝까지 내 편이 되어줄 줄 어떻게 알았겠어
--- 「끝과 시작」 중에서

―――――――――――――――――――――――――――――――――

오래 기다렸다.

길은 사람을 기다리고
사람은 길을 기다렸다.

지구를 다 돌아도 차마 못 가고
아끼고 아껴둔 마지막 길,

언제 가면 못 가랴만
이 길로 우리는 더 갈 데가 있고
올 사람들이 있으니

꿈에 그리던 저 북관(北關), 통천 거쳐 문천 영흥 지나면 함흥이다. 함흥에서 냉면 먹고 덤비 북청 가면 거기서 반나절 나라 꼭대기 청진 나진 눈 내리는 국경을 넘어 유랑과 항일의 땅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절하자. 그리하여 천지를 뚫고 몇날 며칠 유라시아로 가자. 더 먼 아프리카로 가자.

가서 세계를 데리고 오자
--- 「동해북부선」

―――――――――――――――――――――――――――――――――

진포(津浦) 가에 내리는 눈은 버려진 그물 위에 내리고
횟집 간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기도 한다.

진포 가에 내리는 눈은 어판장 핏물 위에 쌓이고
북어 대가리에도 쌓이고
보망(補網)하는 어부들 어깨에도 쌓인다.

진포 가에 내리는 눈은 폐선에 모여
죽은 불가사리들의 꿈을 덮어준다.

진포 가에 내리는 눈은
종일 파도다방 창가에서 누굴 기다리기도 하고
민박집 굴뚝에 올라가 몸을 녹이기도 한다.
--- 「겨울 아야진」

―――――――――――――――――――――――――――――――――

한미한 가문에서 태어나 겨우 시를 읽었으나 버릴 데가 없었으므로 같잖은 문장으로 여기저기 글을 내다 팔고 한때는 절머슴을 살기도 했네. 조선인으로는 혁명을 꿈꾸었던 교산이나 생과 시를 일치시켰던 매월당, 술에 먹을 갈았다는 연암을 좋아했고 한국인으로는 봉하 처사 무현당(武鉉堂)을 사랑했네. 이들은 누구에게 매이길 싫어했거나 스스로를 우습게 여겼던 자들로 명절에 따로 메를 지어 올리네.

생각건대 나는 나의 늙은 감옥, 내 먼 조상에는 광개토대왕도 있었으나 나는 너무 오래 서울과 일인칭에 시달렸네. 아, 어디에 광막천지가 있어 광개토라니. 그래도 아직 오지 않은 나라와 안 살아본 생이 있고 눈비 오는 진포(津浦) 가 어디쯤 술 파는 노래방도 있으니……
--- 「늙은 처사의 노래」 중에서

―――――――――――――――――――――――――――――――――

길 가다가 시 한행을 주웠다.
그걸 잃어버릴까봐 천천히 걸었다.

(…)

텅 빈 공양간에서 늙은 보살 혼자 저녁을 자신다.
해 질 때는 부처도 가엾다.

(…)

공자를 화장실에 두고 읽는다.
소인배는 혼자 놔두면 나쁜 생각을 한단다.
--- 「무제시초(無題詩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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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에서 동으로 사백리를 가면 속초가 있는데, 동해안의 물결이 발끝에서 혀를 날름거리고 백두대간이 북에서 남으로 치달리는 게 훤히 보이는 고을이다. 여기에 한 화공(畵工)이 산다. 일찍이 고아한 수묵담채에 남다른 내공이 있는 그를 화백(畵伯)으로 부르는 이도 있으나 그는 한사코 가내수공업으로 시를 생산하는 공방(工房)의 주인으로 산다 한다. 놀라운 것은 그가 붓을 들어 화폭을 채우면 그게 마치 문장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다저녁때 오는 눈을 그리면 운이 느껴지고, 늙은 보살이 혼자 저녁 자시는 걸 그리면 행과 연이 보이고, 동해북부선 철도를 그리면 그림 안에 세계가 떡하니 들어찬다. 이 신통한 기술은 오래전부터 그가 재바른 것을 멀리하고 허투루 붓을 놀리지 않으며 살아온 탓이다. 그의 화폭을 들여다보면 기승전결이 단정한 선비의 한시를 읽는 것 같다. 때로는 견결한 정신주의자의 면모가 엿보이기도 한다. 한가롭고 태평한 듯 보이지만 그의 심 사는 편치 않다. 배배 꼬인 현실이 슬프고 제 잇속을 챙기는 장사꾼이 싫은 것이다. 그가 좋아하는 것은 해 질 녘의 어스름한 허무와 벗들과 돼지껍데기 안주로 떠들며 소주를 마시는 일과 눈먼 멸치를 넣고 끓인 근댓국이다. 이즈음 서울과 일인칭에 시달리는 젊은 화공들은 닿지 못할 진창을 그는 진경으로 환원한다. “면(面)이 텅 빈 저녁으로/태평양이 문지방까지 차오르던 농협 숙직실에서/짜장면에 배갈을 마시던 물치.”(「물치」)라는 구절을 읽다가 먹먹해졌다면, 그리하여 물치항으로 당장 떠나고 싶다면 그에게 근접했다는 뜻이다. “아직 오지 않은 나라와 안 살아본 생”(「늙은 처사의 노래」)이 쉽게 오지 않는다는 걸 넌지시 우리에게 알려주시는 그에게.
- 안도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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