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최지연과 같은 ‘우상향右上向의 작가’를 나는 최근에 본 적이 없다. 높고 험난한 산의 바위나 얼음을 오르는 예술적 행위를 ‘알피니즘alpinism’이라 하는데, 최지연의 글을 읽으면 매우 차갑고 뾰족한 설산 바닥의 첫 돌부터 차근차근 밟아 가는 ‘등로주의 알피니스트’가 연상된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지속적인 속도로 그는 본인의 산정山頂을 향해 오르는 중이다.
무엇보다 최지연이 일상에서 쉽게 지나칠 만한 ‘문제적 인물’을 찾아내는 솜씨는 감탄을 자아낸다. 첫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통의 어려움과 고된 노동, 불면과 불안에 시달리거나 예상치 못한 덫에 걸려들고 환각에 빠져든다. 이들이 일상의 행복과 안온의 외곽에서 허우적대는 근본적인 이유는 관계의 상실과 통증에서 비롯된다. 통증을 앓는 자는 많으나 이를 형상화하는 자는 드물다는 점에서 귀한 시선을 가진 작가이다.
또한 미세하고 연약한 사건에서 시작된 균열은 작품이 끝으로 갈수록 예측하기 어려운 비선형의 곡선을 그리며 파국으로 나아간다. 간혹 소설가들은 임팩트를 주기 위해 상당히 과감한 진행을 감행하기도 하는데 최지연은 ‘무리수’를 두지 않으면서 ‘묘수’에 가까운 플롯 진행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보편성과 고유성 사이의 절묘한 줄타기에 얼마나 다양한 전략을 추구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작가들 중에는 ‘그렇게 태어난 작가’가 있고 ‘크게 되어 가는 작가’가 있다. 예술과 창작이 단지 번뜩이는 영감의 세계가 아니라 피, 땀, 눈물이 동반된 수련의 영역이라면 결국 후자가 아직 다가오지 않은 세계를 우리 앞으로 꾸준히 당겨 오는 부류가 아닐까 한다. 최지연 소설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바로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는 건 이와 같은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