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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드 바 텐드
엔드여기 바그리고 텐드저기
해이수
자음과모음 201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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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엔드 바 텐드
리키의 화원
한산 수첩
옴 샨티
요오드
김 강사와 P교수
낙산
종이배

해설 산다는 것의 위대함에 대하여 _이경재
작가의 말

저자 소개 1

2000년 [현대문학] 중편 부문으로 등단하여 소설집 『캥거루가 있는 사막』과 『젤리피쉬』, 장편소설 『눈의 경전』과 『십번기(十番棋)』가 있다. 심훈문학상, 한무숙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등을 수상했다. 단국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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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11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60쪽 | 320g | 138*203*13mm
ISBN13
9788954440271

책 속으로

저는 당신이 기억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잊었지만 분명히 기억하는 한 가지는……
당신의 손길입니다.
---「작가의 말」중에서

고비를 나오기 전, 기념품을 늘어놓고 파는 허름한 좌판에서 나는 물고기 목걸이를 발견했다. 매끄럽고 단단한 옥돌로 만든 물고기는 손가락만 한 크기였다. 물건을 파는 여인은 고비의 돌로 만든 물고기라고 했다. 무딘 조각칼로 가늘게 홈을 낸 입과 아가미 주위로 반원 모양의 비늘이 서툴게 새겨져 있었다. (……) 정교하지 않은 솜씨가 고비의 분위기와 어울렸다. 물고기를 조각한 장인은 어쩌면 바다를 본 적이 없을지도 몰랐다.
--- p.25~26

“(……) 사람들이 떨어지는 이유는 간단해요. 나를 보는 게 아니라 남을 봐서 그래요. 남들을 기준으로 삼는 거죠. 남들에게 박수받고 멋지게 보이고 싶은 거예요. 그러면 영원히 성공할 수 없어요. 영원히 불행해요. 남들이 만든 기준은 매번 바뀌잖아요.”
--- p.57

시계 수리 기술자의 시간에는 무엇보다 진정성의 맥박이 뛰고 있었다. (……) 나는 사장님과 인사를 나누며 이렇게 가게 안에 수많은 시곗바늘이 돌아가고 추가 흔들리면 어지럽거나 불안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악수를 하던 그가 일축했다.
“건 모르는 소리여. 우덜은 저거시 안 움직이면 불안혀.”
--- p.91~92

완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토대가 되는 팔꿈치, 전완, 손 바깥으로 중력을 배분시켜야 하지만 실력이 그렇게 완벽하지 못했다. 완은 이대로 목이 부러지고 머리가 터져도 상관없다고 여겼다. (……) 요즘처럼 자신이 고통을 담기에 적당한 그릇이라는 사실을 절감한 적이 없었다. 고통스러울수록 슬픔의 면적이 줄어든다는 것은 다행이었다.
--- p.111~112

강 대표는 자주 같은 꿈을 꾸었다. 그것은 자신이 슈퍼맨처럼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고래가 되어 바다를 마음껏 헤엄치는 식의 공상적이고 황당한 꿈이 아니었다. 그저 우리가 흔히 보는 트럭에 소금을 가득 싣고 시골길을 달려서 자신이 그것을 가가호호 한 됫박씩 나눠주는 꿈이었다. 학교 혹은 유치원, 급식소에 원하는 만큼 퍼주는 일이었다.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 p.147

책상에 앉은 P교수를 향해 만필은 몇 발짝 걸어갔다. 주둥이가 넓고 속이 깊은 화병에는 물이 찰랑찰랑했다. 만필은 자신의 외손으로 오른쪽 팔꿈치를 움켜쥐었다. (……) 터져 나오는 신음을 참으려 이를 앙다물었다. 그리고 왼손으로 자신의 오른팔을 있는 힘껏 비틀어 뽑아서 화병에 그것을 꽂았다. 붉게 물든 피가 화병에서 흘러넘쳐 책상을 적시고 아래로 는적는적 흘러내렸다.
--- p.180~181

한참을 걸으니 그네가 보였다. 한 쌍의 은목걸이처럼 걸린 그네에는 붉은색과 파란색 안장이 달려 있었다. 그네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모래톱에 돋아났다. 유독 세희의 것은 길쭉하고 새카맣고 그윽한 향기가 풍겼다. 두 그림자는 공중으로 치솟을 때마다 모래바닥에서 서로 겹쳐졌다 나눠지고 포개졌다 떨어졌다.
--- p.200

위태위태하게 흔들리며 떠가던 종이배가 어느 순간 이끼 낀 바위에 걸려 빙글빙글 맴을 돌았다. 병일은 개울가로 조심히 내려와 팔을 뻗어 그 맴도는 배의 길을 풀어주었다. 순간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애잔하게 얽히자 지연의 말소리가 건너오는 듯했다.
―나는 네가 아이를 싫어하는 줄 알았어.

--- p.232

출판사 리뷰

삶의 경계가 만들어내는 이분법적 공간,
‘엔드(여기)’ ‘바(그리고)’ ‘텐드(저기)’


표제작 「엔드 바 텐드」는 제목에서 이미 드러나고 있듯이, 몽골과 서울을 소설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몽골이 모래언덕과 사랑이 가득한 곳이라면, 서울은 온갖 차별적 기호와 물질로 가득한 곳이다. 그러므로 몽골에서 ‘나’는 어떤 조건과도 상관없이 ‘그녀’와 사랑을 나눌 수 있지만, 온갖 차별적 기호와 물질로 가득 차 있는 서울에서는 ‘그녀’와의 관계는 불가능에 가깝다. 서울로 돌아온 그의 삶의 실상은 작열하는 태양 아래 무거운 등짐을 지고 뜨거운 모래산을 건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어디선가 거대한 모래언덕이 허물어져 내리는 굉음이 들렸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지며 한쪽 무릎이 꿇리고 발목이 접혔다. 나는 허리를 굽히고 고개를 떨어뜨리며 손바닥으로 땅을 짚었다. (「엔드 바 텐드」, 41쪽)

‘여기’와 ‘저기’에서 오는 삶의 격차는 「김 강사와 P교수」에서도 잘 감지된다. 시간강사로 일하는 서른아홉 살의 김만필이 겪는 주된 갈등은 P교수의 추천대로 ‘세계문화교류센터의 계약직 직원이 되는 것’과 ‘구속 없는 영혼의 예술가가 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는 고민에서 발생한다.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다가 어깨와 팔이 사라진 어머니, 술집에서 엉망으로 행동하다 오직 성기밖에 남지 않은 대학 동기 등, 환상적인 기법을 사용하고 있는 이 작품의 결말에서 만필은 권력자로 군림하는 P교수를 찾아가 자신의 오른팔을 비틀어 뽑아 그것을 화병에 꽂음으로써 비극적 상황에 대한 실감을 더욱 배가시킨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모래산을 건너는 듯한
‘지금-이곳’에 대한 뜨거운 성찰


「한산 수첩」 「옴 샨티」 「요오드」 등의 작품에서도 해이수는 한층 낮아지고 깊어진 시선을 통해 ‘지금-이곳’의 삶, 즉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삶의 의의를 아름답게 펼쳐” 보이고 있다.(작품 해설, 257쪽) 이 소설집에서 가장 해이수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한산 수첩」의 주인공은 충남 한산시장을 찾아 그곳 사람들의 삶을 취재하고 기록한다.

“야, 넌 소설가가 뭐 대단한 건 줄 알아? 사람 사는 이야기 적는 거잖아. 시골 장터 가서 현지인들 인터뷰 따고 정리하는 게 뭐가 어려워?”
3주 내로 인터뷰 스무 꼭지를 건져 오라는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짓자 선배는 언성을 높였다. (「한산 수첩」, 72쪽)

“영업을 하는 시골 상인들에게 ‘현실적 이윤’과 무관한 ‘막연한 인생담’ 요청은 당혹스러울 게 분명”(「한산 수첩」, 79쪽)하다고 생각했지만,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를 기다린 사람처럼 술술 이야기를 풀어가는 시장 상인들을 통해 ‘나’는 “공동체 지향적인 삶의 자세”를 깨닫게 된다. 또한 「리키의 화원」에서 다시 대중의 인기를 얻기 위해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출연한 ‘나’는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며 갑자기 스타가 된 리키가 우승 소감으로 “다만 눈앞의 장애물에 집중할 뿐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리키의 화원」, 51쪽)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현재에 몰입하는 삶의 건강함을 느낀다. 한반도의 외진 한산시장부터 서울의 뒷골목까지 찬찬히 살펴보고 있는 해이수의 “한층 낮아지고 깊어진 시선을 통해 펼쳐진 지금-이곳의 삶은 참으로 따뜻하다. 그 따뜻함은 문학적 정진과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인해 가능했을 것이다.”(작품 해설, 257쪽) 『엔드 바 텐드』가 한국문학이 독자에게 귀환하는 하나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추천평

지구 남반부의 호주와 지구의 지붕인 히말라야를 거쳐, 해이수는 한반도의 외진 한산시장과 서울의 뒷골목까지를 찬찬히 살펴보고 있다. 또한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에 집중하는 삶의 의의를 아름답게 펼쳐 보인다. 한층 낮아지고 깊어진 시선을 통해 펼쳐진 지금-이곳의 삶은 참으로 따뜻하다. 그 따뜻함은 쉼 없는 문학적 정진과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로 인해 가능했을 것이다. 『엔드 바 텐드』가 한국문학이 독자에게 귀환하는 하나의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 이경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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