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영어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대학에서 피아노를 공부했다. 1998년 노르웨이로 이주한 후 크빈헤라드 코뮤네 예술학교에서 피아노를 가르쳤다. 현재 스테인셰르 코뮤네 예술학교에서 가르치며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2002년부터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 등 스칸디나비아문학을 번역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노르웨이번역인협회 회원(MNO)이 되었고, 2012년과 2014년에 노르웨이문학번역원(NORLA)에서 수여하는 번역가상을 받았다. 2019년 한·노 수교 60주년을 즈음하여 노르웨이 왕실에서 수여하는 감사장을 받았고, 2021년에는 스타인셰르시에서 수여하는 노르웨이예술인상을 수상했으며, 2021년과 2022년에는 노르웨이예술위원회에서 수여하는 노르웨이국가예술인장학금을 받았다. 옮긴 책으로는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 시리즈와 『가부장제 깨부수기』 『벌들의 역사』 『이케아 사장을 납치한 하롤드 영감』 『유년의 섬』 『잉그리 빈테르의 아주 멋진 불행』 『자연을 거슬러』 『초록을 품은 환경 교과서』 『나는 거부한다』 『사자를 닮은 소녀』 등이 있다.
나는 한스가 행복하기만을 바랐다. 그가 나와의 관계 때문에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불행해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나는 비록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입 밖에 내려니 쉽지 않았다. 벌써 몇 주째 그 말을 하려고 애를 써보았다. 단지 몇 마디 말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너도 알다시피...."나는 숨을 고르며 나직이 말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미소를 지으며 내 말을 듣고 있다는 표시를 해주었다. 나는 그에게서 당신을 보았다. 폐에 공기를 채우려 다시 숨을 들이쉬었지만, 이번에는 사정없이 덮쳐오는 피곤함과 맞서 싸워야만 했다. "너도 알다시피 난 네가 자랑스럽단다." 나는 안간힘을 쓰며 겨우 말을 이었다. "네 어머니도 마찬가지야." 한스는 내가 잊고 있던 그만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소년 시절의 눈빛이었다. 내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을 때의 눈빛. 마치 이 세상에는 그와 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한 눈빛.그가 눈을 깜박였다.그가 허리를 굽혀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잘 알고 있어요, 아버지."
그렇다, 나는 지금 여기 있다, 나는 지금 여기 앉아 있다, 문득 공허감이 나를 덮쳤다, 마치 지루함이 공허함으로 변해 버린 것 같았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두려움일지 몰랐으니, 왜냐하면 가만히 앉아 마치 아무것도 없는 공허 속을 바라보듯 앞쪽을 멍하니 바라보았을 때 나는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다. 텅 빈 무의 세계.
지금 그 존재는 더이상 순백색 빛을 발하지 않지만, 그렇다, 그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지만 여전히 그곳에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고 있다, 반짝인다는 말, 순백색이라는 말, 빛을 발한다는 말의 의미도 사라진 것 같다, 마치 모든 것의 의미가 사라진 것 같다, 의미라는 것, 그렇다, 의미라는 것 자체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모든 것은 단지 거기 있을 뿐이고, 그것들은 모두 의미 그 자체다.
나는 둥근 바위에 앉아 검은색 양복을 입은 남자를 바라본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렇다, 나는 지금 숲속에 있다, 하지만 평범한 보통의 숲에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안 그런가.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여자는 입양인들의 삶이 성공적이라 간주하는 일반적 사고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입양인들을 동정 어린 눈으로 보는 일반적 시각에 화가 난다. 여자는 입양인이라는 이유 때문에 여자에게 동정과 연민을 보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화가 난다. 여자는 여자가 입양되었기 때문에 부족함 없는 삶을 산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화가 난다. 여자는 여자가 입양되었기 때문에 감사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난다. 여자는 여자가 입양되었기 때문에 기뻐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화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