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우리는 대체 무엇인가. 근래 이렇게 도발적이고 선명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나. 우리가 왜 헤어지게 되었는지, 그런데 우리는 왜 아직 살고 있으며, 끝내 우리는 왜 우리가 되고 말았는지 이렇게 진지하고 집요하게 묻는 소설을 만난 적이 있었던가. 외로운 데를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가 버리는 사람, 끊임없이 자신이 좋으냐고 묻거나 지치지 않고 자기 탓을 하는 사람, 그래서 너무 쉽게 미안해하고, 아주 당연히 잘 모르겠다 고백하고, 매우 마땅히 눈물을 숨기지 않는 사람, 사람들. 어디서든 밝힐 수 없고, 말해 본 적 없는 기억과 관계와 인간의 창백한 민낯과 삶의 위선을, 답보된 내일과 진실 사이에서 인간의 한계를 이렇게 뻔뻔하게 풀어놓다니. 그래서 여덟 편을 다 읽고 나면 누군가에게 후두려 맞은 기분이 든다. 기명진의 소설이어서 가능한 숙취 같은 소설. 왜 이 작가가 ‘지키는’ 일에 천착하며, ‘유명한’이라는 수식어와 어울리는지 단번에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