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이 소설은 최인훈의 소설이 끝나고 한 세대를 격한 자리에서, 그와 방불하게도 ‘세계 바깥의 세계’에 존재의 집을 지으려는 글쓰기의 욕망이 소설의 담화 속에서 생성되는 장면을 조용하지만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특히 영화와 소설, 시나리오와 일기, 음악과 포스터 등 여러 형식의 텍스트들이 서로를 반사하고 포개지고 교차하면서 전개되는 이 소설의 자기반영적 글쓰기는 기존의 한국소설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지적 사유의 부피와 질감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내성적 담화의 곳곳에서 고개를 드는 유머도 있다.
마지막으로, 약간의 비유가 허용된다면, 이렇게 말해볼 수도 있겠다. 이 소설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서울 출신 미국 이민자 버전의, 르네상스적 글쓰기 버전의 『화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