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지의 시를 읽다보면 자꾸만 단어 하나에 오래 머물게 된다. 『잠든 사람과의 통화』를 읽기 전까지 나는 ‘들러리’가 순우리말인 줄 몰랐다. 시집 속에 등장하는 단어들은 내가 아는 것일까, 모르는 것일까? 알았지만 지금은 모르는 것, 모르는데 알 것 같은 것들이다. 단어와 단어 사이의 빈 곳이다. ‘헤드룸’과 ‘모빌’, ‘공간’과 ‘연면적’, ‘들숨’과 ‘날숨’, ‘향미’와 ‘증진’의 사이. 하나의 단어는, 두개의 단어는, 세개의 단어는, 무수한 단어는 내가 아는 삶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 같다. “너의 전제”와 “너의 전체”와 “너의 천체”는 어떻게 다른가. 그것은 정말 다른가? 무심코 지나쳤던 모든 단어들에 대한 의심이 불쑥 피어나고, 김민지의 호기심과 모험을 따라가다보면 그 사이에 있는 사람과 세계까지도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 이 의심은 나를 불안으로 이끄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생활 탐구에 가깝다. “열매에서 꽃 모양을 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과일의 단면을 자르는 것처럼, “웃옷 같은 사람들”이 “웃옷웃옷웃옷웃옷웃옷” 손을 잡고 달려가는 풍경처럼.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까지 읽고 나면 더 궁금해지는 세계가 여기 있다. 『잠든 사람과의 통화』가 나에게 그랬던 것처럼 독자들에게도 전화기 너머 꿈과 현실의 공간 모두를 확장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