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다.." 100페이지가 넘어가는 내 일기장에는 100번도 넘게 '죽고싶다'는 말이 쓰여 있는데, 민망하게도 이 말이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엄마와 딸들의 역사,먼저 세상을 떠난 언니와 함께한 고양이의 죽음,그리고 그 뒤에도 계속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식이었다.가까운 사람의 말은 너무 익숙해서 흘려듣기 쉽고, 결국 말한 사람과 함께 사라지기도 한다.하지만 그 말이 책에 적히면 한 사람의 목소리이자 살아온 흔적으로 남는다.“말은 잠시 들렸다가 사라지지만 책은 그 소리를 남겨놓는다.”그래서 이 책에 기록된 엄마와 언니의 말은 단순한 가족의 대화로만 읽히지 않았다.평범하게 오갔던 말과 반복해서 들어온 이야기가 모여, 한 가족이 지나온 시간이 되고 한 사람의 역사가 되었다.“나뿐 아니라 엄마의 미친년 역사도 무척 소중하기에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다.”가족의 삶을 아름답게 정리하거나 쉽게 이해했다고 말하지 않는 점도 좋았다.사랑하지만 미워하기도 하고,죽고 싶다고 쓰면서도 막상 마지막에는 “아쉽다……”고 말하는 마음까지 그대로 남겨둔다.사람의 마음은 한 가지 감정으로 정리되지 않는다.떠난 사람을 기억하는 일도 슬퍼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함께 살았던 시간과 말, 이해하지 못했던 순간까지 기록하는 것. 이 책은 그것 역시 애도의 한 방식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