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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주는 비감함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는데(우리는 이 사람의 죽음은 이미 안다), 의외로 담담한 태도로 일관한다. 이전에 책을 출간한 다음에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시간순으로 서술하고 있고, 직접 저술한 게 아니라 인터뷰한 내용을 나중에 문자화한 것인데, 삶에 대한 단단한 마음만큼 죽음에 대해서도 초연함을 보여줘서 그 의연함이 깊이 와닿았다. 나처럼 오래 앓는 사람은 그 마음이 뭔지 알 것도 같아서. 권말에 이 책의 인터뷰를 맡았던 사람의 짧은 글이 실렸는데,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그 부분에선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보름달을 볼 때마다 나 역시 하는 생각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름달의 아름다움에 더 집중하는 마음가짐을 가지려 한다. 그런 마음이 통하는 것 같다.이것이 내 앞으로 도착한 마지막 메일이었다. 20일 후..., 나비가 아닌, 사카모토 씨가 낙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