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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감귤꽃 필 때까지 / 초봄 / 입춘 / 봄의 그늘 / 감나무 잎 / 하얀 꽃 / 세 가지 꽃 이야기 / 생명 / 등꽃 송이 / 바람을 타고 여름 화목장 / 여름옷 / 바람의 기억 / 불의 색 / 물가의 행사 / 푸르른 그늘 밑, 어떤 이야기 / 바람 / 여름, 저물다 / 이백십일 / 넝쿨 잡초의 기억 가을 9월의 사람 / 가을의 입구에서 / 가을의 상쾌함 / 동그란 열매 / 누더기 / 아야카시 / 가을밤의 전화 / 서리가 애달파 / 단풍 여운 / 이치요의 계절감 겨울 산다화 / 눈 / 끝내지 못한 일 / 눈-크리스마스 / 새해의 계절감 / 과거를 듣는 달 / 서리 / 파 / 눈 냄새 / 나무의 눈 / 엮으며 출전 |
幸田 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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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을 기다리는 마음을 품고 있으면 자연스레 근사한 발견을 하게 된다. 복(福)의 신을 만난다고 해야 하나. 마치 눈과 마음에 스며드는 듯, 계절을 잔뜩 머금은 풍경을 불쑥 마주할 때가 있다. 그런 순간에야말로 진심으로 ‘복’이란 걸 믿게 된다.
---「초봄」 중에서 햇살은 창공에서 어깨 위로 곧게 뻗어 떨어지고 있었고 이마를 쓰다듬는 바람은 갓 태어난 듯 풋풋했다. 그야말로 막 만들어졌다고 할 만했다. 바로 지금 저 나무, 저 집에서 쓰윽 하고 태어나 불어온 바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으니까. 어떻게 아느냐면, 가도의 초록 나무와 검은 지붕, 가게의 빨간 깃발과 차양들이 훤히 보이는데 그 초록 나무 전체가 금가루처럼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하더니 이어서 검은 지붕이 금빛이 되고, 그다음에는 가게의 깃발이 금색으로 변하고 또 그다음, 그다음, 차례대로 금빛으로 눈부시게 물들다가 바로 코앞의 우체통까지 확 빛난 다음 순간, 내 이마 위로 상쾌한 바람의 감촉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이 바람은 지금의 지금, 저 나무에서 태어났고 저 지붕에서 불어왔으며 그 탄생의 경로를 금빛으로 확실하게 증명했다. 나는 상쾌함만을 마음에 품은 채 머릿속이 텅 빈 상태로 멍하니 걸어갔다.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분 좋은 길이었다. ---「바람의 기억」 중에서 가을의 온갖 풀들은 대체로 가냘프다. 그 가냘픈 것들이 가냘픈 나름으로 날마다, 밤마다 혹독해지는 천지의 냉정함과 차가움을 견뎌내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끝내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제아무리 작은 풀 한 줄기라 해도, 마지막까지 제대로 훌륭한 모습을 갖춰 버텨내고 있다. 싸리 잎 같은 것은 결국 투명에 가까워져 햇빛을 받으면 거의 하얀 비단 같아 보인다. 그토록 애틋하고 아름답게 끝까지 살아낸 후에 힘없이 떨어진다. 바람 한 점 없는 낮, 상쾌하고 따스한 햇볕을 등지고 그것들을 보는 사이, 하얀 싸리 잎이 문득 가지를 떠나 이끼 위로 흩날리다 조용히 내려앉으면 나는 무슨 말이든 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된다. 내년에 또 봐! 희망 사항인지 부탁인지 모를 말을 꺼낼 수밖에 없다. ---「서리가 애달파」 중에서 “왜 차 타고 가지 않고.” “눈을 제대로 못 보고 지나치는 게 아쉬워서요.” “어디 가니?” “아뇨, 이제 집에 가요.” “근데 여기는 왜?” “이런 밤에 뒷모습만 보고 말도 안 걸고 가버리는 건 좀.” “좀 아쉽나?” “너무 쌀쌀맞잖아요. 언니한테도 저한테도.” 그저 잠깐 스치며 겪은 일이라도 마음의 크기와 깊이에는 감복하게 되는 법이다. 올해도 눈이 내리겠지. 이제 난 눈과 그녀를 떼어놓을 수 없을 것이다. ---「눈」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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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감각하는 힘을 되찾게 하는 책
“느낀다는 것은 이토록 깊은 일이다.” 손안에 덜어낸 화장수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상쾌함, 애틋하고 아름다운 소리와 냄새, 이름을 붙이기도 전에 사라지는 연약한 기척들…. 〈나무〉의 작가 고다 아야가 무심결에 사람에게 정을 전하는 순간을 선명하게 기록했다. 느낀다는 것은, 이렇게까지 깊은 일이다. 어느 근사한 달밤에서부터 단풍의 끄트머리까지 마음이 포개진 한 편 한 편의 글은 생의 선물을 남김없이 맞이한다. 계절을 좇아 천천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유진목 시인은 “시간마다 겹겹이 포개어 있는 꽃잎 같은 기억들을 고다 아야처럼 글자 위에 놓아두다 보면 살아가는 일을 곱게 어루만질 수 있다”고 추천했다. 우리의 삶을 다시 가슴 뛰게 할 다정하고도 깊은 감각 세상을 더 선명하게 관찰하게 만드는 문장들 책을 읽다 보면 어느덧 밑줄을 긋게 된다. “그가 지닌 감각의 깊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고백처럼, 책 속에는 사물의 본래 모습을 끝까지 바라본 문장들이 가득하다. 꽃과 나무, 바람과 빛, 냄새와 온도 같은 작은 변화들과 우리의 일상 사소한 순간들이 고다 아야의 손끝에서 놀라울 만큼 선명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계절의 수첩〉은 삶을 살아가는 감각을 벼리는 기록이다. 사라지기 직전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마음에 새겨두는 일 잊고 있던 나만의 계절을 불러내는 생활의 고전 〈계절의 수첩〉의 매력은 읽는 사람마다 자기만의 계절을 떠올리게 한다는 점이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의 여름 냄새를 기억할 것이고, 어떤 이는 크리스마스를 떠올릴 것이다. 또 어떤 이는 이미 지나가버린 사람과의 시간을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최고요 작가는 〈계절의 수첩〉을 읽으면서 “내가 겪은 나만의 사계절의 감촉과 얼굴들을 소환한다”고 추천했다. 고다 아야가 기록한 것은 자신의 계절이지만, 독자는 그 글 속에서 결국 자신의 삶을 발견하게 된다. 꽃과 바람, 달빛과 단풍에 관한 이야기가 어느새 기억과 그리움, 기쁨과 상실에 대한 이야기로 번져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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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마다 겹겹이 포개어 있는 꽃잎 같은 기억들을 고다 아야처럼 글자 위에 놓아두다 보면 살아가는 일을 곱게 어루만질 수 있다. 나의 꽃은 어디에 피어 있을까? 순간순간 귀하게 피었다 사라지는 꽃을 찾는 마음이 『계절의 수첩』을 넘겨보는 마음을 더욱 간절하게 한다. - 유진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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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아름답게 묘사한 그 어떤 글보다 자연을 제대로 바라보고 있다고까지 느껴진다. 고다 아야의 글에는 오래된 나무의 치밀한 둥근 테, 연륜(年輪)이 있다. 나는 그저 그의 글을 읽으며 반복된 계절이 수없이 지난다는 사실, 나이 듦에 기대를 품을 뿐이다. - 이소영 (식물세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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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드러나는 계절의 모습뿐 아니라 안쪽 깊숙한 곳의 무늬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듯 들여다본 흔적이 있다. 그 시선을 따라 마주한 장면에는 꽃과 나무, 바람, 누군가의 얼굴, 목소리, 그리고 오래된 기억 같은 것들이 선명하다. 어느덧 그 선한 장면들은 내가 겪은 나만의 사계절의 감촉과 얼굴들을 소환한다. - 최고요 (작가, 공간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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