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모셋, 주먹만한 몸집과 회색 털을 가진, 세상에서 가장 작은 원숭이. 버지니아 울프와 레너드 울프는 1934년부터 1938년까지 ‘미츠’라는 이름의 마모셋과 살았다. 그들이 남긴 일기와 편지에 몇 번 언급됐을 뿐인 이 마모셋은 얄궂게도, 후대의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에게 발견돼 더없이 매력적인 페르소나가 된다. 그는 레너드의 조끼 속에 담긴 미츠 뒤에 숨어, 버지니아가 세월과 3기니를 집필하는 과정, 부부의 저택 겸 출판사에 ‘블룸즈버리 그룹’으로 알려진 당대의 지식인들이 드나드는 장면을 빠짐없이 목격한다. 하지만 시그리드가 미츠의 눈으로 영문학사의 행간을 속속들이 파헤친 이유는 따로 있다. 그는 남아메리카에서 포획돼 런던으로 팔려온 미츠의 고된 생애사를 지인의 죽음과 병치레가 빈번해지는 버지니아의 말년, 나치즘과 전쟁으로 인해 급격히 쇠락해가는 유럽의 시간과 교묘히 겹쳐둔다. 황폐한 세월을 각자의 방식으로 서로 돌보며 견디는 인간과 비인간의 유대. 시그리드 누네즈는 결코 영웅적이지도 낭만적이지도 않은 이 취약한 동물들 간의 유대와 결속을 우리가 기억할 만한 가장 문학적인 장면으로 각인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