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겸과 만나면 볼라뇨를 주제로 한 이야기가 대화의 6.66%를 차지한다. 『그해 여름 필립 로커웨이에게 일어난 소설 같은 일』에서도 볼라뇨가 이야기된다는 점에서 내게 이 소설은 무엇보다 볼라뇨에 대한 독후감 또는 그 독후감의 요약본으로 읽힌다. 물론 그 요약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작가가 그동안 글을 써 온 시간의 기억일 것이다. 볼라뇨를 비롯한 다양한 작가와 작품이 교차하며 다층적으로 쌓인 시간들이 필립 로커웨이의 세계 속에 충실히 녹아 있다. 한편으로는 더없이 첫 소설다운 소설이기도 하다. 모방을 통한 취향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점과 솔직할 정도로 투명한 ‘나’에 관한 이야기라는 점에서 말이다. 소설의 결말에서 암시되는 것처럼 앞으로 ‘너’에 관한 이야기를 써 나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