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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간 원고로 새롭게 읽는 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 사후에 출간된 초기작. 『SF의 유령』은 1970년대 초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시인과 SF 작가를 꿈꾸는 두 인물의 이야기를 그리는, 볼라뇨의 SF적 상상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그가 자신의 주제들을 펼치는 새로운 방식을 발견할 수 있는 책 -소설 M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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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o Bol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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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행성을 찾아 오랜 시간을 떠도는 우주선에 관한 이야기야. 그들은 마침내 적당한 행성을 찾아내지만 탐사를 시작하고 긴 세월이 흐른 뒤라 승무원들은 변해 있었어. (…) 그러다 이제 새로운 행성을 발견해서 임무를 완수하고 지구로 돌아가 소식을 알려야 하는데 아무도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 거야……. 이동하는 시간만 해도 남은 청춘을 다 잡아먹을 것이고, 그들이 돌아갈 곳은 낯선 세계일지도 몰랐지. 그들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이동했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벌써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을 테니까……. (…) 주인공인 요한도 그런 이들 가운데 한 명이야……. 요한은 과묵한 사내로 우주선을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지…….」
--- p.57 바로 그때 그 대망의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링딩동, 따르르르릉. 정확한 벨소리는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띠리리리리, 찌리리리리, 피리리리리.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롱그동롱그동. 문득 어떤 예감 혹은 직감이 들었다. 핑핑핑, 땡땡땡! 여기에서 2백만 또는 3백만 걸음만 걸으면 완전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어. 그래서 나는 문을 향해 몇 미터를 걸어가는 것으로 위대한 여정의 첫발을 떼었다. 핏핏핏. 문을 열었다. 갈색 머리의 여자애가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 여자애와 같은 색의 머리에 영 호감이 가지 않는 ― 그리고 엄청나게 못생긴 ― 남자애가 서 있었다. --- p.112 어슐러 K. 르 귄 작가님께. 작가님께 편지를 한 통 쓴 게 있는데 다행히 아직 보내지 않았네요. (…) 저는 제 친구와 마찬가지로 갈색 벽돌이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온 맨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 지내요. 바로 그 매트리스 위에서 편지를 쓰고 먼 훗날에 SF 소설이 될지도 모르는 글의 초고를 끄적거리죠. 솔직히 쉬운 일은 아니에요. 열심히 찾아보고 배우려고 노력하지만 매번 원점으로 돌아오고야 말거든요. 〈안 그래도 쉬운 일이 아닌데 나는 라틴 아메리카에 살고 있어. 안 그래도 쉬운 일이 아닌데 나는 라틴 아메리카 사람이야. 안 그래도 쉬운 일이 아닌데 설상가상으로 나는 칠레에서 태어났어.〉 --- p.139~141 「희생자들이지.」 그가 말했다. 얼굴에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소름 끼치는 목소리였다. 「십중팔구 나는 살아서 보지 못할, 알 수 없는 무언가의 꼭두각시들. (…) 아무 의미 없는 운명의 장난에 불과한 거지. 미국에서는 젊은이들이 비디오에 빠져 있다고 하더군. (…) 이곳에서는 익히 예상할 수 있듯 우리는 가장 값싸고 초라한 마약 혹은 취미를 찾는 거라네. 시, 시 잡지. 달리 어쩌겠는가.」 --- p.175~17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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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젊은 시인인 레모와 한은 칠레의 혼란한 정치적 상황을 피해 멕시코시티로 흘러들어 온다. 이후 레모가 멕시코시티를 덮친, 기이할 정도로 급작스러운 문학 붐 현상의 배후를 뒤쫓는 동안, 한은 옥탑방에 틀어박혀 SF 소설을 쓰고 유명 SF 작가들에게 두서없는 편지를 보낸다. 이들의 모험은 서로 얽히며 혁명과 문학적 명성, 성적 탐험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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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 20년, 미출간 원고들로 되살아나는 볼라뇨
2003년, 볼라뇨는 50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사망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약 2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에 대한 독자들과 평단의 열광적인 반응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작가 사후로 이어진 열풍은 짧은 생애 동안 정력적으로 글을 쓴 작가가 남긴 원고를 만나 더욱 강렬해졌다.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이래로 거의 매년 새로운 작품을 출간할 만큼 많은 양의 글을 쓴 볼라뇨는 그의 사후에도 미처 출간하지 못한 수많은 작품들을 통해 되살아나고 있다. 1984년 작품 활동 초기에 쓰인 『SF의 유령』 역시 그의 아카이브에 잠들어 있던 작품으로 이후 전개될 그의 문학적 모티프들을 모두 담고 있는 동시에 지금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못했던 SF 〈덕후〉로서의 볼라뇨의 모습을 생생히 담고 있다. 「저는 열일곱 살이고 아마 언젠가는 멋진 SF 소설을 쓸 겁니다. 이만 총총. 한 슈레야, 일명 로베르토 볼라뇨」 『SF의 유령』에서 볼라뇨는 1970년대 초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시인과 SF 작가를 꿈꾸는 두 인물, 한과 레모의 이야기를 그린다. 특히 시 창작 교실에서 친구들을 만나 멕시코시티를 휩쓴 문학 붐 현상의 배후를 쫓는 레모의 이야기는 작가의 대표작 『야만스러운 탐정들』의 서사를 닮았다. 두 작품은 모두 작가 지망생 주인공이 특정한 문학적 현상을 추적하고 청춘의 통과 의례를 거쳐 성에 눈뜨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탐험, 사랑, 젊음, 문학, 혁명은 모두 볼라뇨의 전형적인 테마로서 볼라뇨의 팬에게는 이러한 테마가 초기작인 『SF의 유령』으로부터 그의 전작을 거치며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발견하는 것도 흥미로운 독서법이 될 것이다. 〈젊은 SF 소설가의 초상〉을 그리는 이 소설의 또 다른 흥미로운 독서법은 〈SF〉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의 이야기는 한이 쓴 SF 소설의 내용과 북미 SF 작가들에게 보내는 한의 편지로 구성된다. 이렇다 할 선배 SF 작가가 없는 상황에서 북미 SF 작가들에게 보내는 한의 편지는 마치 지구인이 아득한 우주 너머 외계인에게 쏘아 올리는 구조 신호같이 읽힌다. 이처럼 볼라뇨는 대부분의 작가 지망생이 겪을 법한 고뇌를 SF적 상상력을 통해 재치 있고 뭉클하게 그려낸다. 또한 한의 편지를 통해 볼라뇨는 다양한 SF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 내용을 언급하며 〈덕후〉 수준에 이른 자신의 SF 독서량을 과시하기도 한다(볼라뇨는 일찍이 필립 K. 딕을 〈20세기 최고의 미국 작가 열 명 중 하나〉라고 칭송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이 쓴 SF 소설을 보면 볼라뇨가 이 작품을 통해 SF적 상상력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려고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유명한 전쟁 보드게임광이었던 볼라뇨는 제2차 세계 대전과 나치즘에 끊임없이 집착했다. 그는 다양한 작품을 통해 20세기 후반 중남미라는 시공간을 20세기 초중반의 나치즘이라는 악의 역사와 연관 지어 해석하고자 시도했다. 한이 쓴 SF 소설의 내용 역시 이러한 주제 의식과 맞닿아 있다. 즉, 볼라뇨는 『SF의 유령』에서 그가 이후 평생을 천착할 악의 역사라는 테마를 SF적인 세계를 통해서 형상화하고자 시도한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소설의 다른 한 축인 멕시코시티를 휩쓴 문학 붐 현상을 쫓는 레모의 이야기에서 다시 발견된다. 이렇듯 이 소설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은 각자의 매력과 잠재성을 지닌 채 긴밀히 연관되며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한다. 옮긴이의 한마디 『SF의 유령』은 SF에 대한 볼라뇨의 관심을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제임스 팁트리 주니어와 필립 K. 딕의 작품을 바탕으로 볼라뇨의 소설을 읽어 내는 건 흥미로운 작업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추천사 다른 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 볼라뇨는 단어만을 가지고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가 〈다음 세대의 이미지와 환상〉이라 부르는 것으로 채워진 생생한 세계를 만들어 낸다. - 뉴욕 타임스 북 리뷰 볼라뇨는 역동적이고 계시적인 작가이다. 그의 초기작조차도 마치 윙윙대며 꿈틀거리는 기계처럼 예측되지 않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 파리 리뷰 볼라뇨는 미래를 위해 글을 쓰는 보기 드문 작가다. 우리는 그의 이상야릇한 천재성을 이제 겨우 알아보기 시작했다. 뒤늦게 돌이켜 보면, 그리고 그의 때 이른 죽음을 생각하면, 그의 작품에 드리운 운명의 그림자가 느껴질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서 가장 놀라운 점은 일종의 유쾌함이다.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휘파람을 불며 유유히 죽음의 계곡 속으로 걸어가는 한 남자가 떠오르지 않는가. - 존 밴빌 숭고한 광기, 고야의 어둠, 통렬하고 마법 같은 문체……. 모든 사람이 이 놀라운 소설을 읽어야 한다. - 프랜시스코 골드먼 볼라뇨는 영어권 세계에 시한폭탄처럼 등장했다. 도저히 피할 수 없는 동시에, 우리가 이 작가를 읽을 시기가 올 수밖에 없었음을 확실하게 보여 주는 것 같다. 그의 작품들은 글쓰기의 미래를 새롭게 만들어 가고 있다. - 조너선 리섬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 곁에 완벽한 칠레인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아왔다. 바로크적인 동시에 간결하고, 현학자인 척하지 않고도 박식하며, 비극적 형이상학자이자 진지한 농담꾼이며, 시에 미쳤지만 흠잡을 데 없이 효율적인 소설적 재능을 타고난 작가. (……) 우디 앨런과 로트레아몽, 타란티노와 보르헤스를 섞어 놓은 듯한 비범한 작가. - 파브리스 가브리엘 라틴 아메리카, 미국, 그리고 유럽 문학계의 전통을 잇는 작가 볼라뇨의 출현은 현대 문학의 역사 가운데 지극히 의미심장한 순간이다. - 가즈오 이시구로 볼라뇨의 초현실적인 소설을 묘사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는 광적인 영광 가운데 체험되어야 한다. - 스티븐 킹 볼라뇨의 작품들은 〈삶의 급류〉이다. - 후안 비요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