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는 무엇을 품고 자라는 걸까? 『아스페리타스의 외출』은 세상에 흩어져있는 감정을 변주하여 삶을 투과시키는 기록이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잠시만 시간을 거슬러도 그곳에는 “묵은 귓밥에 얹어 들었던 말”(「가림막」)이나 “창가에 선 사람들의 말”(「단절」)이나 “시퍼런 곰팡이 피어난 말”(「서랍 속에 감춘 말」)이 수북하다. 이런 소리는 여전히 제 그림자를 떼어내지 못한 채 은밀하다. 황은경의 시편이 조곤조곤 깔리는 목소리를 지닐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림자로 남은 것들의 떨림을 고스란히 옮기려는 긴장 때문이다. 세상 모두와 똑같은 오늘이 아니라 시인의 가슴에서 새롭게 정의된 “해 저물 무렵에 다녀간 오늘”(「저항」)처럼 이 시집은 불쑥 “냄새 없는 풍경으로 다가오기도 한다”(「고해」). 이처럼 냄새 없는 그림자들의 물음을 가만가만 짚다 보면 우리는 마침내 황은경 시인이 펼쳐놓은 안쪽 세계에서 ‘아스페리타스’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