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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길은 바라보는 것이다
동네 풍경 / 산책 / 5시 1분 전 / 경계에 서서 / 동창 / 씩씩하니까 / 약자가 아니라 / 소수입니다 / 트라우마 / 제 번호 어떻게 아셨어요? / 오후 / 어쩌다가 / 사춘기 / 옅어진다 / 이상하다 / 꿈 2부 누구나 두 개의 창을 품고 산다 곁 / 오늘 할 일 / 양심 / 살며 나를 찾는 일 / 윙크 / 대충이란 어느 정도일까요? / 두리번거리다 / 카운트다운 / 계산 없는 인연 / 수요일 / 탁상달력 / 재개발 / 정치 / 대합실 / 큐브 이야기 3부 지금 쉼 하나 떠오르지 않나요? 나이 / 먼지 / 응시 / 반영 / 사회 계급 / 값 / 옆집이 또 비었다 / 휴식 / 쉬다 / 헛 / 이유 / 속 / 파킨슨병 / 맛 / 마음 창고 4부 이제 고개 숙이지 말아요 엑스레이 / 가양동을 아세요? / 家長 / 어떤 잔상 / 몰랐습니까 / 동네 이야기_이름 / 저기요, 뭐라고 부르면 되죠? / 바람이 차다 / 아늑하다 / 아홉 살 / 은퇴자들 / 이별 후 / 버림과 보냄 사이의 망설임 / 할머니가 머문 자리 / 여백 5부 누구나 두 개의 창을 품고 산다 이력을 알 수 없는 / 부고 / 비정규직 / 시스템 오류 / I am / 끼리끼리 /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비추어 보는 / 한솔 은지 / 수행자의 길 / 질문 있습니다 / 오디션 / 옹기종기 / 돌아보게 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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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길은 익숙하고 편안하다. 애써 주위를 살피지 않아도 몸이 기억하는 방향은 틀림없다. 그곳이 먼 길이든 동네이든 반복되는 경로를 정답처럼 여기는 까닭은 경험에서 얻은 가치이기 때문이다.
바쁠 일도 아닌데 착점만 생각하며 움직였다. 탁구장에 갈 때도 마트에 갈 때도 매번 같은 길로 다녔다. 그러다 문득 다른 길을 생각한 건 익숙함이 주는 싫증도 아니고, 낯선 길이 주는 호기심도 아니고, 단순히 그래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목적을 두고 움직인다는 건 사람을 긴장시킨다. 동네에서만은 일상의 경직에서 벗어나도 좋을 일이다. 무심했던 주변을 두리번거리거나 잠시 멈춰 느껴보는 일도 괜찮은 재미를 줄 거라는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 p.16 가끔은 대책 없이 흩날리는 것도 멋이잖아요. 똥폼 잡고 살아도, 격식 차리며 살아도, 꾸미며 살아도 과하지 않으면 되잖아요. 허세 부리지 않고 적당히, 그렇게 사용하는 부사는 멋지거든요. ‘어쩌다가’라는 말은 긍정적일 때도 쓰고 부정적일 때도 쓰는데요. 살면서 좋은 일에 더 많이 쓰였으면 좋겠어요. 이 말을 하고 싶었거든요. --- p.42 오늘 나는 어디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나? 갈 곳을 정하지 않았으니 지금 나의 방향은 틀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삶의 선택이 얼마나 옳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뭐라고 대답할까? 인정보다 후회가 넘치는 게 대부분의 삶이고 보면, 목적이 절대 가치를 지닌다고 고집하기도 힘든 일이다. 방향도 목적도 과정도 모두 소중하다. 무엇을 취하고 무엇을 버리고, 얼마를 쥐고 얼마를 내어야 하는가는 각자의 몫이다. 나는 수년째 같은 옷을 입고, 수년째 같은 집에서 살고, 수년째 넉넉하지 못하지만, 남들에게 없는 고유한 내가 있다. --- p.6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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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 수도 없고 되돌아갈 수도 없는, 지친 삶에 휴식
최은묵 시인의 시적 뿌리를 엿볼 수 있는 에세이다. 자신이 과거에 살았거나 현재 살고 있는 동네를 그림으로 그려내면서, 시로 이야기하지 못했던 풍경을 작가 특유의 섬세한 관찰력과 시적 사유로 담아낸다. 일상 속의 미세한 파문을 포착해내면서 자신만의 감각으로 사유를 다듬어낸다. 그렇다고 거창한 사유와 미학적 가치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고, 삶의 그늘 속에 가려져 있는 삶의 가치를 새롭게 발견해 내는 데 골몰한다. 그만의 오래고 깊은 어떤 사랑에 대한 기록이다. 삐뚤어지고 기우뚱거리고 모나고 어긋나고 해답이 없는 질문 앞에서 선, 박자를 잃은 숨소리나 제멋대로 튀어나오는 삶의 표정에게, 최은묵 시인은 ‘대충’이라는 충청도식 어법으로 토닥인다. 울퉁불퉁한 세상 이야기들을 풀어놓으며 세상살이에 무슨 높낮이가 이리 많냐며 궁시렁대면서도, 밋밋한 삶보다는 재밌지 않냐고 되묻는다. 얼핏 보면 누군가를 다독이고 쓰다듬고 보듬어주는 모양새지만 한 걸음 떨어져서 보면 스스로를 달래는 듯하기도 하다. 쓰면서 혼자 웃기도 하고 눈물도 훔쳤다는 최은묵 시인은, 이 책이 함께 나누는 동안 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박하게 밝히기도 한다. 어쩌다가 시작했다는 이 그림시에세이는 시와 그림과 산문의 경계를 무너뜨리며 새로운 미학적 세계를 건설하는 귀한 경험을 독자에게 선사할 것이다. 작가의 말 잠시 멈춰 보는 곳마다 함께 휴식이면 좋겠습니다. 2025년 얼추 가을 최은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