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변화, 떠남에 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2021년 〈SF어워드〉 중단편부문 우수상, 제8회 〈한낙원과학소설상〉 가작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리시안셔스』, 단편소설 『2학기 한정 도서부』, 중편소설 『메르헨』, 장편소설 『스피드, 롤, 액션!』 『달빛수사』를 썼고, SF 앤솔러지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에서』 등에 참여했다.
소설을 파고들다 보면 다정이라고 하지만 정말로 다정일까 되묻고 싶은 장면이 여럿 발견된다. 다정함과 잔혹함의 간극은 언뜻 보기에 먼 것 같지만 실은 제법 가까운지도 모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선을 휙 넘어 버릴 정도로 말이다. 소설 속 느아의 말마따나 “사람은 미워하는 사람을 닮아 가기 마련이라 지구인들은 전부 나쁜 놈이 될 수밖에 없”을 수도 있지만, 다정함 역시 그렇게 누군가 닮고 또 닮아 간 결과로 지금 우리의 세상이 이보다 더 나빠지지 않은 거라고 나는 믿는다. 느아와 기픔의 사이에 흐른 다정은 이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추진력을 얻었고, 기픔에겐 자신처럼 종말 중인 행성에서 튕겨 나온 아이들을 구해 낼 힘이 생겼다. 다정은, 언젠가 또 다른 우주에 도달해 또 하나의 세상을 멋지게 구해 내고 말 것이다.
부모님 몰래 샴페인을 맛보기도 하고, 좁다란 옷장에 함께 숨어 놀기도 하던 아이들은 한때 세상의 전부였던 동네를 떠나며 어른이 된다. 자란다는 건 필연적으로 새로 맞이할 세상에 옛 세상이 차지했던 공간을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하는 일이다. 낯선 누군가를 삶에 받아들이는 만큼 떠나보내야 하는 이 역시 하나둘씩 생겨난다. 곁에 당연히 있던 것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리기도 하고, 내내 없는 줄로만 알았던 것이 어느 날 불쑥 눈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러한 드나듦은 마치 점멸하는 빛을 닮았다.
구니에게 흐르는 시간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점멸이다. 불이 켜져 있을 때 세상은 눈부시도록 빛나지만 꺼지고 나면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만이 드리우듯, 구니는 제 곁에 있던 빛이 광휘하는 시절과 꺼져 내린 시절을 차례대로 경험한다. 『샴페인과 일루미네이션』은 그 세상에 들고난 빛들을 향한 고해성사인 동시에 간절한 기도이다. - 「발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