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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
국내작가 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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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형
국내작가 문학가
울창하고 낯선 텍스트의 숲 어귀, 빛이 달라질 때마다 자꾸만 모습을 바꾸는 외국어를 더듬고 어루만지는 번역가. ‘pang’을 형언할 수 없는 환상통으로 감각하고, 한번 pang을 당한 자아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믿는다. ‘Poignant’은 pang이 꿰뚫고 지나간 자리에서 가라앉는 어떤 찬란한 사무침의 형용사. 우리에게 앎을 주고 깨달음을 주지만 또한 우리를 찌르고 상처입히고 관통하는 문학 같은. 감춰뒀던 의미를 급작스럽게 드러낸 단어로는 ‘Bless’가 있다. 축복의 빛깔은 무얼까? 무구한 폭포수의 물방울도, 함부로 바다에 엎질러진 유독한 유막도, 특별한 빛이 비추는 어느 순간에는 ‘iridescent’하다고 말하고 싶다. 허구 속의 타자가 자신의 거울이 되었을 때 터져 나오는 진짜 감정, 우리가 닿을 수 있는 유일한 빛. 그게 내가 아는 ‘reflection’이다.
산문집 《디어 제인 오스틴》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프랑켄슈타인》, 《시녀 이야기》, 《가재가 노래하는 곳》, 《솔로몬의 노래》, 《사악한 목소리》, 《오만과 편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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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추천

  • 농담은 무섭다. 농담을 하는 것도 농담거리가 되는 것도 무섭다. 소름 끼치는 농담의 과녁이 되거나 틀려먹은 농담의 책임을 지는 상상은 우리가 뜬눈으로 꾸는 최악의 악몽이다. 수치심은 사회적 자아에게 죽음과 다름없는 추방의 공포고 수치심을 판돈으로 걸고 연료로 태우는 농담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막강하고 위험한 발화다. 농담은 웃을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가르고 의미와 무의미를 가르고 유대를 다지거나 낙인을 찍어 추방한다. 웃음과 비웃음의 경계는 가냘프고 말은 칼이 된다. 하지만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휘둘러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정확히 과녁을 찌를지, 빗나가 엉뚱한 피해자를 만들지, 되레 자기 배를 쑤실지, 정말로 끝까지 알 수 없다. 바위에 박힌 엑스칼리버 같은 이 위험천만한 칼을 감히 잡아 뽑고, 버겁고 아프고 다쳐도 제대로 휘둘러보겠다 자꾸만 자꾸만 작정하는 이는 얼마나 용감한가. 『농담과 번복』은 농담이라는 칼을 잡고 농담 같은 삶과 맞서는 어마어마한 용기다. 농담의 힘을 똑바로 바라보고 책임을 되새기는 일, 누구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을 농담거리로 삼아 농담하고 번복하고 농담하고 번복하며 정밀하게 기예를 연마하는 엄혹한 수련이다. 번복을 무릅쓰며 뉘앙스를 정교하게 조정하는 치열한 글쓰기, ‘나로부터 미끄러지지’ 않고서 삶에 도사린 어둠에 맞서려는 끝없는 애씀이다. (나는 이상한 사람인데 다른 사람도 그걸 다 아는 것 같아, 만천하에 치부를 드러내게 되면 어쩌지, 거짓말 같은 무서운 일들이 닥쳐오면 어쩌지.) 안담의 농담은 무서운 어둠의 핵심으로 거침없이 저벅저벅 명랑하게 걸어 들어간다. 농담을 한다는 건 번복을 불사하는 일, 농담거리가 되는 데 익숙해지는 일, 스스로 우스워지는 일, 우스워지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일, 연민과 혐오를 오가다가 가운데 회색빛의 드넓은 공간을 다 차지하는 일이다. 이 책은 우리를 웃기고 울리고 불편한 스탠드업 코미디의 관객처럼 자리에서 들썩이게 만들다 기어이 그 선뜩한 찬 손으로 심장을 덥석 움켜쥔다. 두려움 속에서 두려움 너머에서 우리에게 말해준다. 상처와 상실과 폭력도 어이없이 오지만 사랑과 위로와 연결도 “모래처럼 파도처럼 눈송이처럼” 바스라지고 부서지다 쏴아아 밀려든다고.

작가 인터뷰

  • [인터뷰] 김선형 번역가 “앎과 재미는 다르지 않아요“ | 예스24
    2026.01.07.

작품 밑줄긋기

s******2 2026.02.28.
p.207
루리를 발견했다. 루리의 빛도 닦기 나름. 나도 닦으면, 열심히 갈고닦으면, 빛이 날까, 반짝일까. 내가 앞으로 살면서 무엇을 하게 될지,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전혀 알 수 없었지만, 나도 빛나고 싶었다. 어둠 속에서도,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책상 서랍 속에서라도, 빛이 날 수 있다면.#리딩스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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