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은 무섭다. 농담을 하는 것도 농담거리가 되는 것도 무섭다. 소름 끼치는 농담의 과녁이 되거나 틀려먹은 농담의 책임을 지는 상상은 우리가 뜬눈으로 꾸는 최악의 악몽이다. 수치심은 사회적 자아에게 죽음과 다름없는 추방의 공포고 수치심을 판돈으로 걸고 연료로 태우는 농담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막강하고 위험한 발화다. 농담은 웃을 수 있는 자와 없는 자를 가르고 의미와 무의미를 가르고 유대를 다지거나 낙인을 찍어 추방한다. 웃음과 비웃음의 경계는 가냘프고 말은 칼이 된다. 하지만 칼끝이 어디를 향할지 휘둘러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정확히 과녁을 찌를지, 빗나가 엉뚱한 피해자를 만들지, 되레 자기 배를 쑤실지, 정말로 끝까지 알 수 없다. 바위에 박힌 엑스칼리버 같은 이 위험천만한 칼을 감히 잡아 뽑고, 버겁고 아프고 다쳐도 제대로 휘둘러보겠다 자꾸만 자꾸만 작정하는 이는 얼마나 용감한가.
『농담과 번복』은 농담이라는 칼을 잡고 농담 같은 삶과 맞서는 어마어마한 용기다. 농담의 힘을 똑바로 바라보고 책임을 되새기는 일, 누구보다도 먼저 자기 자신을 농담거리로 삼아 농담하고 번복하고 농담하고 번복하며 정밀하게 기예를 연마하는 엄혹한 수련이다. 번복을 무릅쓰며 뉘앙스를 정교하게 조정하는 치열한 글쓰기, ‘나로부터 미끄러지지’ 않고서 삶에 도사린 어둠에 맞서려는 끝없는 애씀이다. (나는 이상한 사람인데 다른 사람도 그걸 다 아는 것 같아, 만천하에 치부를 드러내게 되면 어쩌지, 거짓말 같은 무서운 일들이 닥쳐오면 어쩌지.) 안담의 농담은 무서운 어둠의 핵심으로 거침없이 저벅저벅 명랑하게 걸어 들어간다. 농담을 한다는 건 번복을 불사하는 일, 농담거리가 되는 데 익숙해지는 일, 스스로 우스워지는 일, 우스워지는 모든 것을 사랑하는 일, 연민과 혐오를 오가다가 가운데 회색빛의 드넓은 공간을 다 차지하는 일이다. 이 책은 우리를 웃기고 울리고 불편한 스탠드업 코미디의 관객처럼 자리에서 들썩이게 만들다 기어이 그 선뜩한 찬 손으로 심장을 덥석 움켜쥔다. 두려움 속에서 두려움 너머에서 우리에게 말해준다. 상처와 상실과 폭력도 어이없이 오지만 사랑과 위로와 연결도 “모래처럼 파도처럼 눈송이처럼” 바스라지고 부서지다 쏴아아 밀려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