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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18
1장 지극히 주관적인 궁궐 취향 안내서 01 초심자도 마니아도 궁며드는 · 30 │ 02 광화문 한복판 도망칠 구석 · 36 │ 03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 · 42 │ 04 물과 꿀이 흐르는 · 48 │ 05 없었는데요 있었습니다 · 54 2장 궁궐의 돌 01 K-돌의 매력 · 66 │ 02 체스판과 레드카펫 사이 · 72 │ 03 달구경 전망대 · 76 │ 04 진짜 다리는 아니지만 · 80 │ 05 쓸모없고 아름답기를 · 84 │ 06 지금은 힘자랑하는 데나 쓰고 있지만 · 90 │ 07 고궁의 돌짐승들 · 94 3장 궁궐의 나무 01 사시사철 피는 꽃 · 108 │ 02 평양냉면 같은 슴슴한 매력 · 114 │ 03 나무와 나무와 나무로 만든 집 · 118 │ 04 꽃무늬 벽지의 기원 · 124 │ 05 먹보 조상님의 진달래와 400년 묵은 뽕나무 · 130 │ 06 향나무 위의 회화나무 · 136 │ 07 댄스댄스 레볼루션 · 140 08 성격 나쁜 백송 · 144 │ 09 살아 있는 울타리 · 146 4장 궁궐의 물건 01 그림 속 궁궐 사람들 · 156 │ 02 왕실의 행사용품 · 168 │ 03 조선 왕실의 진짜 색 · 176 │ 04 고급 노동력의 상징 · 202 │ 05 조선의 인장 · 214 에필로그 · 220 참고문헌 및 웹사이트 · 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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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사람이 산책을 함께하기도 어려운 때지만 조그만 여행객 무리를 이끌고 궁궐 이곳저곳을 함께 걷는 상상을 해보았다. 앞장서서 깃발을 든 가이드치고는 지나치게 개인적인 감상을 많이 늘어놓는 데다 이 궁 저 궁을 얼렁뚱땅 넘나들며 뒤따르는 관람객의 혼을 쏙 빼놓겠지만 말이다. 이게 모두 궁궐 산책을 막 시작한 여행자들에게 궁궐의 예쁜 구석만 보여주려는 나의 소심한 계획이자 계략이다. 모쪼록 이 책을 읽은 후에는궁궐을 거닐며 한 번이라도 더 미소 짓게 되기를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 「프롤로그」 중에서 덕수궁은 서울의 궁 가운데 국내 인기가 특히 높다. 남녀노소에게 두루 사랑받고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눈에 띈다. 다양한 시대의 레이어가 중첩되어 있어 여러 가지를 한 번에 맛보고 싶어 하는 한국인의 취향에 딱 맞고, 인스타그램에 어울리는 사진을 찍기에도 제격이다. 같은 옷을 입고서도 유럽풍 건물 앞에 서서, 전통 궁궐 전각(그것도 단청이 된 건물과 안 된 건물 골고루) 앞에 서서, 봄이면 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나무 앞에 서서 셔터를 계속 누르게 되니 말이다. 접근성도 좋고, 근처에 맛집도 많고, 크지 않아서 짧은 시간에 휘리릭 둘러보기에도 편하다. 그야말로 한국인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궁이랄까. 누군가는 조선-틱하지 않다고, 혹은 통일감이 없어 정신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바로 그 정신없음이 덕수궁을 현재 가장 한국적인 궁으로 만들어주고 있는 게 아닐까? --- 「지극히 주관적인 궁궐 취향 안내서」 중에서 나는 돌을 좋아한다. ‘돌을 좋아한다’는 말이 약간 어색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이 말은 오므라이스를 좋아한다, 가을을 좋아한다, ‘솔의눈’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하다. 돌은 지구 어디에나 있다. 어떻게 보면 지구라는 행성 자체도 거대한 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세상에 돌이 없는 곳은 없다. 물이 가득한 바다 아래에도 거대한 암반과 암석으로 이루어진 지형이 존재하니까. 그만큼 돌이란 너무 흔한 존재라서 ‘돌을 좋아한다’는 취향은 어쩌면 ‘나는 숨 쉬는 것을 좋아한다’는 말처럼 들릴지도 모르겠다. --- 「궁궐의 돌」 중에서 그러니까 궁궐을 거니는 일은 조선시대부터 현대 한국까지라는 오랜 타임라인을 통과한 전국의 나무들 사이를 걷는 일과 같다. 몇 세기의 시간을 살아온 나무와 건물의 일부가 되어 세월을 버텨온 전국의 나무들. 궁궐을 천천히 걷다 보면 목화솜 같은 밀도 높고 두꺼운 숲에 들어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잠 시 서울 고궁의 나무들이 내뿜는 고요한 정취를 충분히 음미하며 도심의 떠들썩한 분주를 잊어보자. --- 「궁궐의 나무」 중에서 어쩌다 보니 몇 차례 지면에 유물을 소개해왔는데 이번에는 국립고궁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조선 왕실의 미감이 잘 드러나는 물건을 위주로 골라보았다. 지금은 볼 수 없는 궁궐 사람들을 이해하고 그 시절의 궁궐 풍경을 이미지화해볼 수 있도록 그들이 곁에 두고 자주 사용했던 유물들을 찾았고, 그중에서도 박물관이나 온라인 콘텐츠로 잘 소개되지 않았던 유물, 혹은 모니터나 화면의 해상도에 익숙한 우리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일 만한 색감을 가진 유물을 우선적으로 추렸다. 단정하면서도 화사하고, 복스러우면서도 어딘가 세련된 궁궐 유물을 통해 흐릿했던 조선 궁의 인테리어에 대한 선명도를 높일 수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한 사람이라도 이제껏 가졌던 조선 왕실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금이나마 버리게 된다면 나의 작은 ‘조선시대 왕실 기획전’은 성공이다. --- 「궁궐의 물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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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방석을 깔고 앉은 해치의 통통한 엉덩이
갓 도배를 마친 궁궐 전각의 고소한 냄새 집 한 채보다 비쌌던 청기와 한 장 . . 교과서 바깥의 유물 해설가 김서울이 들려주는 우리 궁궐의 사랑스러운 매력 ★★★★★ 오래된 것들에 대한 가장 새것의 시선. 하나의 새로운 우주를 발견한 기쁨. 김서울이라는 독특한 안내자를 곁에 둘 커다란 행운을 부디 놓치지 않길 바란다. _김혼비, 작가 때로는 뾰로통하고 때로는 견딜 수 없이 귀여운, 찡한 진심이 담긴 궁궐 유랑기를 읽고 있자니 마음이 둥실둥실, 아니 궁실궁실해졌다. _김겨울, 작가·겨울서점 운영자 독립출판계 스타 작가 김서울이 들려주는 이상하고 재미있는 궁궐 감상법 작가이자 문화재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서울은 책 좀 읽는다 하는 사람들에게는 익히 알려진 이름이다. 문화재 보존처리 전문가로 일하던 시절 SNS에 짤막한 설명과 함께 한 장씩 올린 유물 사진이 화제가 되어 해당 콘텐츠를 책으로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고, 그렇게 출간된 《유물즈》가 전문가와 작가, 일반 독자들에게 두루 사랑받으며 독립출판물로는 이례적으로 품절 사태를 거듭하다 현재는 두 배의 가격을 내걸어도 구하기 힘든 ‘희귀템’이 되었으니 말이다. 금으로 더없이 화려하게 세공한 고려시대 신발 바닥을 보며 자신의 크록스를 떠올리고, 신라시대 불상을 ‘부은 눈 부처님’으로 비유하던 김서울만의 독특한 시선은 단번에 많은 이들에게 환호를 받았다. 유물을 이렇게도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로 놀라움을 주는 동시에 국사 시험을 보기 위해 암기하던 딱딱한 유물 정보 대신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시선으로 보는 유물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줌으로서 박물관 방문 자체를 즐겁게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 김서울의 새로운 상상력과 관점이 이번에는 궁궐로 옮겨갔다. “고려(시대 유물)는 연예인을 보는 느낌이라면 조선(시대 유물)은 어쩔 수 없이 친오빠를 보는 기분”이라고 말했던 작가가 조선시대 대표 유적인 서울의 5대 궁궐을 거닐며 느낀 감상을 특유의 위트와 유머를 버무려 산뜻하게 담아냈다. 어딜 가나 정신없는 서울 한가운데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기다리는 조선의 고궁을 ‘돌과 나무로 만든 숲’이자 잠시나마 여유를 찾을 휴식처로 바라보며 마치 내 친구의 집과 정원을 구경하듯 구석구석 애정을 담아 가까이에서 관찰했다. 궁궐 전각 아랫부분에 까는 석조 기단인 월대를 조선시대의 베란다로, 광화문 앞 해치를 마약 방석을 깔고 앉은 강아지로 상상해보는가 하면 궁궐 부지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진달래나무를 보면서는 그 꽃으로 전을 부쳐 먹고 술을 담가 먹었을 먹보 조상님들을 떠올리는 김서울의 설명에 나도 모르게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텅 비어버린 궁궐 전각 내부에 놓여 있었을 조선시대의 물건과 소품들을 다양하게 소개함으로서 무채색의 지루한 고궁 이미지를 지우고 생동감 넘쳤을 그 시대의 풍경을 상상해볼 수 있도록 돕는다. 산뜻한 시선과 상상을 따라 즐기는 나만의 고궁 언박싱 하루가 멀다 하고 건물이 헐리고 또 새로 들어서는 대도시 서울에서 궁궐이라는 문화재는 오랜 시간 같은 모습으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고마운 공원이자 휴식처다. 그런데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지겹도록 반복해서 봐왔다는 이유로, 언제든 가볼 수 있는 익숙한 유적이라는 이유로 오히려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던 건 아닐까? 조금만 다른 관점으로 보면 우리가 미처 몰랐던 고궁의 아름다움이, 궁궐 산책의 즐거움이 곳곳에 숨어 있는데 말이다. 전문 지식에 재기 넘치는 상상력을 입혀 과거와 현재를 직관적으로 연결하는 김서울의 글과 그 글을 주춧돌처럼 받쳐주는 정멜멜의 사진을 감상하며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금세 궁으로 통하는 다른 차원의 문을 열게 된다. 그러다 문득 궁이라는 곳이 이렇게 매력적인 공간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조선시대와 조선시대 왕궁을 향해 가졌던 오랜 오해와 편견을 풀게 될 것이다. 이 땅의 오래된 것, 아름다운 것, 이상하고 다정하게 생긴 유적과 유물들을 사랑해온 김서울이라는 독특한 안내자의 새로운 시선을 따라 고궁을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산책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나아가 그 소중한 공간을 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봐주면 좋겠다. 《아주 사적인 궁궐 산책》은 작가의 그런 쑥스러운 바람이자 염원이 담긴 책이다. ※ 주의! 책을 읽고 나면 당장 궁궐에 가고 싶어질 수 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