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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
전종환 에세이
전종환
난다 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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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아나운서 전종환, 더 잘 지고자 하는 노력들
15년 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해 남들보다 조금 느린 길을 묵묵히 걸어온 전종환 아나운서. 그의 인생은 지는 일도 많았지만 돌아보면 실패라고 할 수 없는 성장의 과정이었다. 우리 모두 실패할 수 있고 때론 지기도 한다는 걸 받아들이는 그의 진솔한 고백에서 뜻밖의 위로를 얻는다.
2021.06.08. 에세이 PD 김태희

책소개

저자 소개1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05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2011년 보도국으로 자리를 옮겨 기자로 일했다. 2017년 6년 만에 다시 아나운서국으로 돌아왔다. 현재 [생방송 오늘아침]과 [PD 수첩]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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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6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336g | 130*200*15mm
ISBN13
9791188862900

책 속으로

그다음은 내 차례였다.
“옆에 전종환씨도 메이크업을 했나요?”
“예. 저도 메이크업을 했습니다.”
“어디서 했죠”
“평소에 다니는 마땅한 미용실이 없어서 아침에 어머니에게 부탁했습니다.”
--- p.23, 「메이크업은 어머니에게 부탁했습니다」 중에서

뭐든지 때가 있는 법이다. 처음 아나운서로 일을 시작했을 때 읽기 연습이 턱없이 부족해 한참을 고생했듯이 기자가 되고 나서는 기사 쓰기가 모자라 어려움을 겪었다. 그만큼 기본은 중요하다. 라디오 뉴스를 들으면 아나운서의 내공을 알 수 있고, 석 줄 단신만 봐도 기자 역량이 파악된다. 나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정말이지 어려웠다.
--- p.96, 「단신 써」 중에서

결혼은 연애보다 좋았다. 하나보다 둘이 좋았고 별것도 아닌 일로 다투지 않아 좋았다. 아내는 내 말을 경청해줬고 나는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려 애썼다. 잘 들어주는 이가 곁에 있다는 건 큰 힘이다. 아내 덕에 나는 자존감이 높아졌고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었다. 오래된 애정에 우정이 스며들었고 그 틈에서 의리라는 새로운 감정이 탄생하고 있음을 우리는 함께 느껴갔다. 그리고 2007년 처음 만나“ 팬이에요”라는 말을 건넨 지 10년 만에 우리 사이에 아들 이 태어났다. 이름은 범민이라 지었다.

--- p.164~165, 「안녕하세요, 저 팬이에요」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삶은 끝까지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다.”

MBC 아나운서 전종환의
실패라면 실패고, 성장이라면 성장일 그런 이야기!


MBC 아나운서 전종환의 첫 산문집이다. 2005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하여 만 15년 차를 맞이함과 동시에 〈생방송 오늘아침〉과 〈PD 수첩〉을 진행하고 있는 그이기도 하다. 문지애 아나운서의 남편으로 아내가 꾸려가는 유튜브 〈애TV〉에서 ‘문득 전종환’이라는 코너를 통해 책을 소개하는 아빠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누군들 자식 사랑이 지극하지 않겠느냐만, 아무튼 이 책의 시작은 ‘범민에게’로부터다. 어쩌면 다섯 살배기 아들 전범민에게 건네는 아빠의 일기장이 아닐까 서두부터 힌트를 주는 책이다 싶기도 하다.

『다만 잘 지는 법도 있다는 걸』은 전종환이라는 이가 아나운서라는 나무를 심기 직전의 삽을 들어 땅을 파는 그 어제부터 아나운서라는 나무가 땅에 잘 파묻혀 튼튼한 밑동으로 자라 오르는 그 오늘까지 물의 힘으로 그 순리를 따라온 여정을 특유의 솔직함으로 유쾌함을 무기로 기록해낸 이야기다. 그에 따르자면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의 서투름과 마흔을 넘어 비로소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 중년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는 책이라나. 한 업으로 시작해 한 업에서의 15년, 이를 아주 고스란히 옮겨왔다 할 적에 갈팡질팡 그 좌충우돌기란 실은 얼마나 뜨거울 것인가. 그럼에도 그는 제 살아온 시간을 고백하는 데 있어 자주 제 온몸에 찬물을 끼얹는 일로 스스로를 단련시켜왔다. 넘칠까봐 두리번거렸고 모자랄까봐 기웃거림을 감추지 않았다. 청춘에게 기댈 건 저 자신이라는 청춘밖에 없음을 너무도 일찌감치 알아버린 그이기 때문이 아니려나 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기자를 꿈꾸던 대학생 전종환이 재학생 시절 아나운서로 덜컥 뽑혀 준비 없이 출발한 아나운서로 온갖 고충을 겪다가 차츰 제자리를 잡아가게 된 과정을 여과 없이 담아내고 있는데 ‘아나운서를 하면 마음공부 많이 하게 된다’라는 부 제목처럼 매순간 어쩔 수 없이 부침을 겪어낼 수밖에 없었을 그의 마음속 생채기를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절로 좇게 된 페이지들이라 하겠다. 우리도 그처럼 그와 같다고 느끼게 하는 공감은 도무지 감추거나 애써 숨기려는 의도 자체가 없는 그의 성격에서 비롯되기도 할 텐데 꽤나 느린 보폭으로 그의 행보를 따르는 내내 안타까움의 탄식도 절로 터지는 것은 아마도 그에게서 나였고, 나이고, 나일 내 모습이 겹쳐짐을 발견하기도 해서일 거다. 그러나 이 한 구절을 보라. “죄송한데,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됐습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구멍이 난 라디오 뉴스 자리를 맡기려는 부장에게 이렇게 말하는 신입 아나운서의 말을 보라. 그는 수도 없는 시행착오 가운데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낼 때 보다 “싱싱하게 살아 시청자들에게 건강함으로 가닿을 것”을 체득하게 된 듯하다. 예까지 오는 데 있어 어쩌면 그는 제게 들리는 많은 이들의 많은 말을 경청하는 일로 아나운서 학원을 대신한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말이다. 입이기 전에 귀라는 교훈, 아나운서 전종환이 환기시켜준 메시지.

2부에는 결혼과 동시에 직종을 전환, 자신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배워가며 어렸을 적 꿈이었던 기자로 분해 세상을 배워가고 단련해가는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앞선 1부에서 다분히 수동적이었던 그가 말이 될 정도의 능동성을 힘입게 된 데는 하고자 했던 일이었고 원하기도 했던 일 앞에 당도한 그의 ‘흥’ 덕분이기도 하리라. 그러나 이내 무참히 그 흥을 깨는 현실은 그에게 쓰는 손과 뛰는 발의 간절함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없던 듯하다. 쉴새없이 터지는 뉴스, 시시각각 온몸으로 감각해야 하는 뉴스, “그 뉴스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지를 반드시 생각해봐” 하는 선배 기자의 말을 꼼꼼하게 메모하고 “저희 그렇게 불쌍한 사람들 아니에요” 하는 인터뷰이의 말을 뾰족하게 제 안에 새기게 된 데는 2부 부 제목의 무시무시함을 몸소 깨달아버린 연유에서 비롯하기도 하리라. ‘기사에는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라 말할 수 있게 된 기자 전종환. 정답이 없다 말하지만 정답의 방향을 향해 항상 그 바늘 끝을 맹렬히 떨어야 하는 자석의 자세가 기자의 태도임을 알아버린 전종환.

3부는 다시금 아나운서로 복귀, 처음과는 다르게 능수능란해진 아나운서의 일상을 살게 됨과 동시에 남편이라는 이름과 아버지라는 이름을 동시에 갖게 된 그의 현재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가족이라는 이름에 있어 교감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매개로 책을 섬기게 된 그는 책을 통해 아내와 대화하고 책을 통해 아들과 노는 일로 또 하나의 나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돌고 돌아 나를 만나게 된 그의 입에서 흘러나온 이러한 읊조림. “훗날 범민이 이 책을 보고 우리 모두 실패할 수 있는 사람들이며 때로는 지기도 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다만 잘 지는 방법도 있다는 걸 배워간다면 아빠로서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지는 일이 과연 실패이자 패배일까. 일부러 지는 일은 있어도 일부러 실패하거나 일부러 패배하지는 않는다. 인생이라는 길고 지난한 길 위에서 어느 날은 지고 또 어느 날은 이긴다 할 적에 그 지고 이김도 실은 걷는 과정의 다른 이름일 뿐, 중요한 건 우리가 끊임없이 끝도 없이 걷는 그 의지일 거다.

아나운서로 일하며 ‘말’을 배웠고, 기자로 일하며 ‘글’을 배웠으며 이제는 ‘책’을 읽으며 ‘삶’을 배워가는 전종환. 무엇보다 이 책은 실패라면 실패고 성장이라면 성장일 그런 이야기로, 실패 없는 성공 없고 성공에 대한 기대 없이 실패를 견뎌낼 의지를 어디에서 찾겠는가 하며 결국 스스로의 살아옴, 그 버텨옴의 시간들을 다시금 반추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가식이라는 것, 꾸밈이라는 것, 척이라는 것, 그 가면이 없어도 너무 없다는 점이다. 공감은 바로 이런 진심에서 소리 나는 박수일 것이다. 내가 아닌데 나를 똑 닮은 얼굴을 가진 데서 덧입게 되는 흡인력은 이 책을 정말 재미나게 읽어내는 원동력이 아닐 수 없다. “삶은 끝까지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다”라는 말을 인정하는 데서 오는 유연성.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겠나. 나만큼은 덜 힘들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나의 일상 속 억지로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절로 나오는 에피소드를 그대로 보여주는 일로(산다는 일은 또 그렇게 다른 일상일 리는 만무하므로) 나의 살아옴보다는 한 보폭이라도 나았으면 하는 마음, 그 진심이 바로 ‘어른’의 태도이자 ‘아버지’의 역할 아닐까.

문장의 묘미를 살릴 줄 아는 문체의 소유자로 글 안에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인물들과의 일화로 책의 텐션을 보다 생생히 끌어올릴 줄 아는 타고난 감각을 보이기도 하는 전종환. 안다고 말하기보다 모른다고 말할 때가 더 자주였던 그, 쥐기보다 펴기의 미덕이 더 아름다움을 알아 뒤로 주춤 물러날 때 더 환하게 웃을 줄 아는 그, 한걸음 뒤 두 걸음 뒤 그렇게 누군가의 뒤에 있는 듯했으나 종국에는 누군가의 뒤를 큰 동선을 그리며 거시적으로 보고 있음을 깨닫게 하는 그, 그에 대한 시인 박준의 꿰뚫음을 애써 남긴다. “전종환은 무엇이든 되어보려는 사람이다. 남편과 아빠이면서 남편과 아빠이고자 하고, 언론인이면서 더 온전한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물론 속절없이 져야 했던 순간의 그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지면서도 더 잘 지고자 하는 노력들. 다치지 않고 넘어지는 낙법이나 봄꽃의 낙화처럼. 삶의 높이를 아는 기록들.”


작가의 말

나는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일터로 나간다. 오전 7시 50분에 시작하는 아침 방송이 요즘 내 일이다. 방송에서 나는 급증한 코로나19 환자 수를 걱정하고 좀처럼 줄지 않는 음주운전 사고를 개탄하며 갱년기 우울증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말을 한다. 방송에서 말을 하는 이 일을 웬만큼 해내는 데 무려 15년이 걸렸다. 누구나 하는 말을 조금 더 능숙하게 구사하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나는 대학을 졸업하기 전인 스물여섯에 방송국에 입사해 아나운서와 기자로 일했다. 그동안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법을 배워온 셈인데 하나하나 익히다보니 어느새 마흔을 넘겼다.

이쯤 되고 보니 말하고, 듣고, 쓰고, 읽는 일이 결국 하나인 걸 알겠다. 입과 귀와 손과 눈이 제각기 하는 일들이 어떻게 하나일 수 있을까 싶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칫 어느 하나 소홀하기라도 할라치면 문제가 생겼고 성에 차지 않는 불만이 바로 이어졌다. 일의 문턱을 하나하나 넘을 때마다 나는 좌절의 순간을 마주했다. 난 이거밖에안 되는 놈인가 자책하며 술 마신 날이 많았다. 그때그때 써나간 기록들을 살피자니 실패라면 실패고 성장이라면 성장일 그런 이야기들이 주되었다. 그래, 나는 이런 놈이구나. 이 책에는 그런 내가 오롯이 담겨 있다.

책에 실린 글들을 처음 쓰기 시작한 건 3년 전이었다. 내 일터에서 벌어졌던 일들에 나는 몹시 분노에 차 있었고 글은 당연히 거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 책의 편집자인 김민정 시인은 그런 나를 오래 내버려뒀고 그사이 과하다 싶을 만큼 뜨거웠던 내 분노 역시 저절로 사그라들게 되었다. 그때의 유난스러움이 책으로 엮이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모아놓은 글들을 보니 시기별로 내 모습이 많이 다르다는 것도 알겠다.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의 서투름과 마흔이 넘어 비로소 주변을 돌아보기 시작한 중년의 이야기가 이 책에는 모두 담겨 있다. 특히 3부의 글은 세상과 한 발짝 떨어져 관조하듯 써내려간 느낌이 나지만 실제 나의 하루는 여전히 실수투성이다. 삶은 끝까지 복잡하고 어려울 것이다.

퇴근 뒤 대부분의 시간을 다섯 살 된 아들 범민과 보낸다. 이제 막 말을 배워가는 범민을 보며 한 인간이 평생 배워가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자주 고민하게 된다. 훗날 범민이 이 책을 보고 우리 모두 실패할 수 있는 사람들이며 때로는 지기도 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다만 잘 지는 방법도 있다는 걸 배워간다면 아빠로서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아내는 내가 쓴 모든 원고를 가장 먼저 읽고 다양한 충고를 건네줬다.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2021년 5월
전종환

추천평

그 겨울, 서로의 외투를 바꿔 입자고 그가 말했다. 오랜만에 만나 반가움을 표한 그만의 인사법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리 발달하지 못한 나의 미감으로도 그의 체크무늬 코트는 보기에 좋았고 어쩐지 이런 옷이라면 그처럼 가련한 뒷모습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말은 취담도 농담도 아니었지만, 게다가 코트는 탐이 났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의 생각을 미처 따라가지 못한 탓도 있었고 쑥스러운 마음도 컸다. 그리고 이제야 나는 그날을 후회한다. 그때 외투를 바꿔 입을걸 하고.

전종환은 무엇이든 되어보려는 사람이다. 상대가 입고 나온 겨울옷의 새 주인이든, 독자든, 문득 유튜버든, 기자든, 아나운서든. 남편과 아빠든. 무엇이 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쓰며 분투한 과정은 더없이 진실된 것이지만 그렇다고 특별할 것은 없다. 우리는 누구나 이렇게 살아가니까. 하지만 그의 소중함은 이 너머에 있다. 그는 되고 나서도 되려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남편과 아빠이면서 남편과 아빠이고자 하고, 언론인이면서 더 온전한 언론인이 되고자 하는. 물론 속절없이 져야 했던 순간의 그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지면서도 더 잘 지고자 하는 노력들. 다치지 않고 넘어지는 낙법이나 봄꽃의 낙화처럼. 삶의 높이를 아는 기록들. - 박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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