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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혼종성이라는 문제 설정
1장 북한 사회 인식의 습속과 혼종성이라는 문제 설정_한재헌·고유환 2장 프로파간다라는 시선을 넘어서: 수령님 노래와 어버이의 나라_박세진 3장 체제 이행 사회에 대한 연구와 비공식경제_장호준 4장 포스트 사회주의 하이브리드_카타르지나 마르치냑 제2부 혼종화하는 국가와 주체성 5장 전체이기에 부서지는: 주체사상, 그리고 북한의 주체성의 영역_김지형 6장 혼종화와 북한의 특구: 행위자-연결망 국가와 ‘아직 성공하지 못한’ 발전모델_이경묵 7장 스펙터클 공간과 국가주의 퍼포먼스_이지순 8장 개별화-전체화의 조절양식으로서 북한의 ‘집단주의’: ‘북한 사회의 개인화’ 연구를 위한 서설_한재헌 9장 북한 주민의 놀이에 담겨 있는 이념과 실재_윤보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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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종성은 주로 탈식민주의와 문화연구를 필두로 한 문화혼종성의 용법과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이질적인 문화들이 뒤섞인다는 혼종성에 대한 강력한 이미지로 인해 북한과 같이 폐쇄적이고 동질적인 체제에 이 개념이 과연 적실성이 있는가에 대해 의문을 던질 수도 있다. 그러나 혼종성이라는 개념은 서로 다른 문화의 섞임이라는 협소한 차원을 넘어 전 지구화와 로컬의 상호 관계, 경계와 접촉 및 이동을 통한 문화변용의 과정,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가로지르는 포스트 사회주의 체제 사회구성체의 복잡성, 이질적인 요소들을 접합시키는 담론 정치의 기술 등, 실로 다양한 분야와 주제를 포괄하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
--- p.24, 「북한 사회 인식의 습속과 혼종성이라는 문제 설정」 중에서 프로파간다라는 시선이 수반하는 ‘앎’이 북의 문예를 다만 자기 확신의 한 계기로 이용할 뿐이라면,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가능성에 대한 자각에 의해 추동된다. 북조선의 생활 속으로 직접 들어가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문예는 거기에 실현된 세계(어버이의 나라)와 그 거주자들(어버이수령의 아들딸, ‘그이의 혁명전사’)의 삶과 꿈에 대한 사회학적 이해의 가능성을 담보해 주는 핵심 자료라는 위상을 갖는다. --- p.68, 「프로파간다라는 시선을 넘어서」 중에서 아프리카 사회를 배경으로 해 탄생한 비공식경제 개념은 이렇듯 반세기 동안 여러 대륙을 거쳐 한반도의 북녘에 대한 연구에서도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개별 사회와 시대의 특수성을 고려해 학술적 개념을 보편적으로 적용하는 것 자체에는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비공식경제에 관한 이론 틀은 지난 50년 동안 그 개념을 활용해 설명했던 여러 대륙, 많은 국가의 경제 및 사회 체제가 변화한 만큼이나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50년 전 가나(Ghana)를 배경으로 고안된 이 개념을 2021년 북중 접경지역이나 북한 내부의 시장경제 요소를 설명하는 데도 적실하게 적용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이 개념을 통해 북한 내 정중동(靜中動)의 흐름 속에서 사회경제 체제 변화와 관련한 보다 풍부한 설명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비공식경제론의 복잡하고 다양한 층위에 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 p.111, 「체제 이행 사회에 대한 연구와 비공식경제」 중에서 옥스퍼드 영어 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에 따르면 라틴어 히브리다(hibrida)에서 유래한 하이브리드(hybrid)라는 용어는 ‘길들여진 암퇘지와 야생 수퇘지의 새끼’를 지칭한다. 생물학적 개념으로서 이것은 혼혈, 잡종, 잡종견 등을 의미했으며 ‘불순함’과 열등함을 나타냈다. 이 말은 정치적 의미로 가득 찬 용어가 되어버렸는데, 19세기 과학적 인종주의의 수사학에서 열렬히 차용된 바 있는, 다인종 간 출산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찬 담론 형성에 활용되었다. 이종교배는 백인우월주의 이데올로기를 뒷받침하는 개념이다. --- p.148, 「포스트 사회주의 하이브리드」 중에서 기본적으로, ‘주체’라는 단어는 주체(subjectivity)성의 조건을 지칭하는 말이며, 북한에서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주인/주됨 주”와 “몸 체”로 이루어진 이 단어는 한자 문화권에서 흔하게 쓰인다[중국어 주티(zhuti), 일본어 슈타이(shutai), 베트남어 추테(ch?th?) 등]. 따라서 북한에서 쓰이는 개념을 참조하지 않고도, “민중은 역사의 주체이다”와 같은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 p.175, 「전체이기에 부서지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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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1971년 안보연구소로 출발)는 북한 연구의 발전과 한반도 평화 통일에 이바지하기 위해 각종 연구 활동을 지속하며 이루어 온 성과물들 중 북한 사회의 중층적이고 다면적인 차원에 대해 1~2단계로 향후 6년간 총 6권의 연구 총서를 발간한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인 ??북한의 사회변동과 혼종성 1??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혼종성의 지형도’를 그려냄과 동시에 ‘북한사회의 혼종화’를 추적한다.
혼종성이라는 문제 설정 1부에서는 북한 연구 방법의 역사 속에서 혼종성이라는 접근법이 가지는 방법론적 위상과 가능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국내외 포스트-사회주의 연구에서 혼종성이라는 개념의 사용, 연구 경향들을 소개한다. 1장에서는 북한 사회 혹은 북한 사회의 변동에 관한 기존의 지배적 논의들이 지닌 이원론적 구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대안적 문제설정으로서 혼종성의 관점을 도입할 필요성을 시론적으로 제기한다. 2장에서는 북한의 텍스트에 대한 무균질(homogeneous)화된 시선은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 또한 동질적인 것으로 구성하는 이중의 운동이 작용하는 시선임을 드러낸다. 필자는 프로파간다라는 시선의 “단호함과 자명함”은, “정확히 ‘아는 만큼 보는’ 시선, 이미 알려져 있는 어떤 것들에 의해 한계 지어진 시선”으로서, 그것은 다만 ‘적/우리’를 구분하는 “내적으로 충만한” “속견”들이 구성한 지식의 상황일 뿐이라고 일갈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필자는 북한의 문학예술 텍스트를 통해 “삶과 꿈에 대한 사회학적 이해의 가능성”에 다가가자고 제안한다. 3장에서는 아프리카 사회의 혼합적 경제 체제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되어 중남미와 동구권, 그리고 후기자본주의 글로벌 도시들에까지 확대되어 온 비공식경제에 관한 논의들이 북한 경제의 혼종적 양상을 분석하는 데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 4장은 카타르지나 마르치냑의 글을 번역하여 실었는데, 새로운 유럽적 정체성을 모색하는 폴란드의 사례를 통해 포스트 사회주의가 처한 모호한 정체성의 국면에 초점을 맞춘다. 건축과 미디어 이미지 등의 특징들을 살펴봄으로써, 베를린 장벽 해체 이후 폴란드에서 구성되는 새로운 신유럽적 정체성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출현하는 모순과 긴장을 고찰한다. 혼종화하는 국가와 주체성 2부에서는 북한 사회변동의 혼종성을 ‘혼종화’라는 차원에서 검토하고, 급변하는 사회변화에 직면한 주체성의 영역, 강력한 전체주의적 집단주의로 표상되는 북한사회의 전체성이 지닌 신화적 성격과 그 불가능성 및 내적 모순을 드러내고, 최근의 사회현상에 대한 비판적 연구와 연관지어 동일성의 신화를 비판한다. 5장에서는 주체사상이 지닌 양가적 효과에 주목하면서 조금은 낡은 주제가 되어버린 주체사상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함으로써 이 주제가 결코 빛바랜 주제가 아닐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는 주체사상의 전개 과정과 그에 대한 비판을 역사적으로 고찰한 후 이데올로기로서의 주체성을 비판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전체(성)”이라는 “내재하는 불가능성”의 관점을 제시한다. 6장에서는 북한 사회의 혼종성에 대한 연구가 단지 ‘속성의 뒤섞임’과 같은 일반론을 확인하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닌, 북한 사회의 특수한 변화 혹은 변용의 메커니즘을 밝혀주는 발견적 가능성의 조건을 묻는다. 혼종성 연구의 이러한 기능을 위해 필자는 북한 체제의 기원과 작동상 서로 분리되는 것으로 식별되는 상이한 체계들이 서로 접합하거나 결합되는 지점과 방식, 그리고 그러한 결합의 ‘효과’로 나타나는 “예상 밖의 속성”으로서 혼종성을 이해하자고 제안한다. 7장에서는 김정은 시대 국가의 문화적 퍼포먼스에 대한 분석을 통해 크레올(creole) 이미지의 차원에서 혼종화의 전략들이 드러나는 지점들을 포착한다. 최근 5년 만에 재개된 〈빛나는 조국〉이 기존의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과 많은 면에서 달랐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필자는 여기에 국가주의 기표로 전시된 국가상징들은 민족주의가 혼재된 양상이었다고 분석한다. 이때의 국가상징은 국가를 브랜드화하고 타국과 구별되는 체계로 국가제일주의를 표상하며, 동시에 민족문화의 유산과 전통을 계승하는 민족제일주의의 스타일도 용해하고 있다. 8장에서는 ‘북한 사회가 개인주의화되고 있다’는 북한사회변동의 주류적 논의 지형에 대한 비판적 개입을 위해 개별적인 것과 집단적인 것의 이원론을 통치성의 관점에서 연계·통합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한다. 이를 위해 우선 ‘정신주의’와 ‘물질주의’를 관념적으로 대립시키는 이원론적 구도를 비판하고 다음으로 집단주의를 이념의 차원으로 연역하는 것이 아닌 현실에서 작동 가능한 주체들을 생산하는 구체적인 실행 프로그램이라는 수준에서 접근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9장에서는 북한 정부가 놀이에 부여하는 의례로서의 의미를 살펴보고 수행하는 놀이 안에서 북한 주민이 어떤 방식으로 세속화되는지를 분석한다. 필자는 성스러운 의례로서의 놀이를 세속화하는 문화적 혼종화의 실천들을 북한이탈주민의 생생한 언어 속에서 포착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을 그저 이데올로기의 절대적 희생자이거나 외부 문화에 대한 무조건적 수용자가 아닌 능동적 행위 가능성을 지닌 주체로 인식할 필요성이 있음을 일갈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