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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들
류성훈 산문집
류성훈
시인의일요일 2021.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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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01 우산
정형외과 / 유실물 보관소 / 호우주의보 / 기념품

02 자전거
완벽한 전진 / 구입 가능한 행복 / 도서관 가는 도서관

03 등
낮의 편린들 / 등화관제 / 그림자 없는 곳

04 옷
텅 빈 매미 / 입는 언어 / 배냇저고리들

05 칼
맑고 가는 철 / 목숨의 저울 / 대상화된 ‘사이’

06의자
버릴 수 없는 / 기다리는 가구 / 고독의 사물화

07 공구
맥가이버 / 목적의 주인 / 사물을 위한 사물 / 수리벽 / 드라이버처럼 웃기

08 노트
선물 사용법 / 영혼의 궤적 / 망각의 능선 / 영매(靈媒)

09 만년필
싱거운 로망 / 호불호 없는 선물 / 자성의 기호 /
의미의 곁에서

10 도장
경첩 속 / 어른의 물건 / 로마인 / 책임의 예술 /
소망의 물신

11 악기
육화된 존재성 / 플라스틱 유기견 /
청각의 빈자리 / 추억의 편에서 / 목소리의 검(劍)

12 다기

13 식탁
기억의 무게 / 블랙박스 / 사물의 선물

14 냉장고
바위계곡 / 빗살무늬 토기

15 카메라

16 시계
시간이라는 고향 / 공학적 아름다움 / 비축 가능한 의미 / 시간의 형상

17 재봉틀
ZL-B950 / 모든 성인들 / 역류

18 이불
바둑이 / 라이너스 / 베이스캠프 / 따뜻한 문

19 신발
현관의 방역차 / 버릴 수 없는 / ‘닭다’의 기원 / ‘가다’의 사물 / 여정의 무덤에서

20 상자
태반 / 님프(Nymph) / 이사

저자 소개 1

명지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보이저 1호에게] [라디오미르], 산문집 [사물들―The Things] [장소들―The Places]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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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7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272쪽 | 338g | 130*185*13mm
ISBN13
9791197509001

책 속으로

사람이든 사물이든, 상대를 외롭게 하는 존재는 더욱 외롭다. 즉 대상이란‘고독의 형상’이다. 의자는 외롭게 기다리는 사람을 오래 그 자리에 있게 한다. 즉, 인칭을 사물화시킨다. 설령 어떤 기다림이 끝나도 의자는 사람을 외로운 객체 그대로 있게 돕는다. 그런 면에서 의자는 사물과 사람 사이에 있고 어떤 사물과 사람보다 외로움에 더 가까운 사물이다. 사람의 외로움이 실체화된다면 의자의 형상에 가장 가까울지도 모른다. 많은 의자를 놓은 집에서, 그 수만큼 연약한 나는 얼마나 고독했고, 또한 많은 사람을 외롭게 했을까 생각한다. 나는 의자 앞에서 당신을 기다리고, 의자는 내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당신과 함께 새롭게 고독하기 위해 앉아 있고, 의자는 오늘도 그것을 기록하고 있다.
--- 「의자」 중에서

선풍기 바람 곁에서 묵은 각질을 잔뜩 붙이고 있던 할머니의 리넨을 떠올리기도 하고 교통사고를 당해 몇 달을 누운 채 뜨거운 죽을 흘렸던 누더기 같은 내 대학병원 수술바지를 생각하기도 한다. 당신의 옷이 내게 말해주는 것, 내 옷이 나에게 말해주는 것이 있는 방식으로, 세상엔 잊어야 버틸 수 있는 것과 잊지 말아야 더해질 수 있는 것이 있다. 사람에게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밀착된 사물은 옷일 테고 그 옷이 의미와 언어의 일부라면, 지금 이 순간에도 그것들은 나를 말하고 있고 내가 허물을 벗은 한참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 「옷」 중에서

문학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공부하는 지금에도, 내가 나의 이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때 진정한 나의 자유가 완성된다는 점은 꽤 무거운 메시지로 남아 있다. 그런 사유를 도장 앞에서 처음으로 해보았다. 아직까지 서랍 속에 남아 있던 플라스틱 막도장을 바라보면서, 나는 내 과거의 이름과 현재 이름의 질량에 대해 상상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내게 어른을 미리 준비시켰고, 이름의 무게에 대해 가르쳐주었던 이 딱딱하고 작은 사물은 경첩 속에서 오늘도 수많은 이름과 자유의 중량을 떠받치고 있다.
--- 「도장」 중에서

누가 뭐래도 등불을 밝히는 건 인간과 문명의 상징 그 자체에 가까운 것, 불을 밝힌다는 것은 밤에 대한 우리의 오랜 극복이며 낮의 일부를 남겨두고 또한 방 안으로 가지고 들어가는 것, 또한 그것을 꺼뜨리지 않고 대대손손 밝혀온 우리의 어떤 ‘바라봄’이다. 빛이 있어야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고 행할 수 있으니까. 우리가 행복해지려고 일을 멈추지 않듯이, 내 영혼을 누군가에게 인상 깊게 읽히고 싶어 글을 쓰듯이, 그럴 수 없는 것을 최대한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삶이 가진 불가역적 특징이라고 해본다면, 등불은 참 인간적인 낮일 것이다.

--- 「등(lamp)」 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적 발상을 통한 사물의 발견, 그리고 매혹

류성훈 시인은 굳이 “사물에 관한 산문시”라는 부제를 붙이겠다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사실 편집 과정에서 약간의 말이 나왔습니다. 『류성훈 산문집, 사물들 - 사물에 관한 산문시』 제목에 ‘사물’과 ‘산문’이란 말이 두 번씩이나 중복되어서 제목으로서의 가성비가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끝까지 ‘사물에 관한 산문시’라는 부제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똥고집인가 싶은 답답한 마음도 없지 않았지만 한 달 넘게 원고를 들여다보며, 그가 포기하지 않은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시인이든, 시인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일로 시의 시작을 삼습니다. 시를 쓰는 일은 모두가 무심히 지나쳐 가버린 것들에게 자신의 무릎을 내어주고, 눈을 맞추며, 그것들을 다시금 보듬는 연민에서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우리 삶을 관통하는 사유, 굳이 철학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더라도, 사물과 삶의 본질에 가닿는 진실한 마음과 뜻과 느낌과 생각이 보태지면서 진정한 시가 됩니다. 류성훈 시인은 비록 시가 아닌 산문으로 이러한 체험의 내용을 써내고 있지만, 시를 쓰는 마음가짐을 글의 뿌리에 놓고 있기 때문에 굳이 ‘사물에 관한 산문시’라는 부제를 지울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가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참신함을 넘어서 아찔할 때도 많습니다. 그것은 사물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경험의 단순한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의 글을 철저하게 체험과 깨달음에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저자와 사물이 경험의 주체와 경험 대상으로서, 어떠한 간극도 없이 전면적이고도 직접적인 접촉을 해나가면서 주체로서의 정신적, 육체적 전체 역량을 다 받쳐서 획득한 경험이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구축한 깨달음이라면 『사물들』은 철저하게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물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

『사물들』은 요즘의 산문처럼 말랑말랑하지 않습니다. 한여름의 아이스크림 같은 잠깐의 위안이나 미감을 전해주지 않습니다. 시인에게 오늘의 삶은 거칠고 의혹투성이이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온 힘으로 삶의 의혹, 질문들과 맞섭니다. 이때 그에게는 두 가지 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시인으로서 생각하는 힘과 글로 남기는 힘 말입니다. 사소한 관습과 소문, 편견에서 벗어나 사물에 대한 지혜에 가닿습니다. 그리고 사물이 지닌 진리와 가치를 재해석하며 자기 삶이 놓여있는 지점을 살핍니다.

뼛속까지 노곤해지는 기묘한 매력의 사유

이 책은 사물이라는 타자와의 마주침입니다. 사물이 지닌 생각과 의미가 나의 삶과 마주치면서 올바른 사유의 세계로 이끌어 줍니다. 세상이 강요하는 아집과 편집에서 벗어나 사물에 직접 개입하는 경험을 통해, 삶 안에서 전진하는 경로들을 추적합니다. 우산이나 옷, 의자, 만년필, 도장, 식탁, 냉장고, 카메라, 시계 등 지극히 사소한 일상의 사물들이 우리 삶의 국면과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를 살피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는 과학자 혹은 탐험가의 면모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 책의 부제로 ‘사물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제안했다가 단박에 거절당하기도 했지만, 저자가 보여주는 심오한 관찰 능력과 집중적 인지 능력, 그리고 공상의 능력은 그가 어쩔 수 없는 시인임을 다시한번 알려줍니다. 사물에 대한 자극과 관찰, 경험의 새로운 연관 관계를 구성하여 자기 삶의 인식으로 발전시키는 모습은 그저 시인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상의 깨우는 매혹적 일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천평

또다시 오래된 물건들을 버리면서 생각했다. ‘물건들은 순서에 차이가 있을 뿐 언젠가는 결국 버려진다.’ 그 물건에 얽힌 특별한 감정 같은 것들의 강도에 따라 좀 더 갖고 있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러한 감정도 옅어지며, 그래서 버리고 마는 것이다. 물리적 공간뿐 아니라, 마음속의 공간도 모두 한계가 있기 때문일까. 그렇게 정말 많은 것들을 버려 왔다. 그리고 오늘 류성훈을 읽으며 후회한다. 류성훈의 공간은 한없이 넓으며 또한 끝없이 깊다. 내가 버린 것들에 대한 사념들을 그 덕분에 다시 찾아내며 위로받을 뿐이다.
- 손석희(JTBC 총괄사장)

그리 쉽진 않다. 하지만 맛있어서 계속 읽게 된다. 책을 덮었다가도 아까 그 얘기가 어디에 있었지, 하고 다시 열게 되는 재미도 있다. 그리고 고맙다. 별 생각 없이 대해왔던 내 주변의 모든 사물들이 달라 보인다. 류성훈 시인 덕분이다.
- 서경석 (방송인, MBC라디오 여성시대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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