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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정동적 전회 이후, 젠더·어펙트 연구의 시작을 알리며
1부: (연결)신체의 역사 인간 존엄의 조건으로서의 상호의존과 연결성: 치매인의 경험세계를 중심으로 (박언주) 우생학의 재림과 ‘정상/비정상’의 폭력: 가족계획사업과 장애인 강제불임수술 (소현숙) ‘보통이 아닌 몸’의 영화 보기에 대하여: 한국영화사 연구에서 관객의 역사화를 성찰하기 (이화진) 젠더·어펙트 연구에서 연결성의 문제: 데이터 제국의 도래와 ‘인문’의 미래 (권명아) 2부: 공간과 정동 ‘여성 공간’과 페미니즘: 트랜스젠더 여성에 대한 배제를 중심으로 (김보명) 한국전쟁과 젠더화된 생존의 기록: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전시(戰時)의 집에 대한 젠더지리학적 고찰 (권영빈) 항구도시 부산과 여성노동자들의 해양노동 (신민희) 야스쿠니신사의 위령과 ‘여성적인 것’의 관계에 대해: 현대 일본 내셔널리즘의 한 측면 (이시다 게이코) 3부: 미디어와 연결성 모성에 대한 전유와 돌봄의 의제화: 정치하는엄마들을 중심으로 (최이숙) ‘신파성’ 재론을 위한 시론: ‘신파’에 대한 사회적-관계적 접근 (권두현) 고전서사 연구에서 연결성에 대한 논의의 현단계: 고전소설의 디지털 인문학적 연구 사례 검토를 중심으로 (김나영) 홍콩의 파열된 시간: 청년, 행동주의, 영토적 충성심 (입이암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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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의 역사 다시 쓰기 또는 ‘연결신체’의 역사 새로 쓰기
정동(情動, Affect) 이론은 부대끼는 몸들의 반복적인 ‘되기’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존재들의 시간성을 뒤쫓아 가는 일이다. 정동 이론이 즐겨 사용하는 ‘약속’이라는 어휘는 “pro(앞/전에)+mittere(놓다, 보내다)”라는 어원을 지니며 “미리/앞서 내놓는다”는 뜻으로, 현재에 이미 미래에 대한 전망이 기입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정동적 약속의 장소 가운데 하나로서 다양한 사회적 힘들이 교차하는 젠더화된 몸이 존재한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이라고 여겨지는 ‘예측’의 패러다임이 근대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몸을 규율하고 있는 이 시점에 젠더 연구와 결합한 정동 연구는 로렌 벌랜트(Lauren Berlant)가 말하는 ‘잔혹한 낙관주의’가 새겨진 ‘약속’이라는 개념과 함께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간과 비인간을 새롭게 연결하려는, 이를 통해 인문의 미래를 약속하려는 시도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인문의 방법론으로서의 정동 이론은 신체가 무엇을 하는지, 특히 신체가 언어와 이성이 아닌 힘들에 의해 어떻게 좌우되는지를 묻는다. 욕망하고, 운동하며, 사유하고, 결정하는 신체는 다른 신체들과의 부대낌과 상호 작용(inter-action), 그리고 내부 작용(intra-action)을 두루 거치며 ‘되기’를 반복하고 지속한다. 이 과정을 염두에 두었을 때, 개별적이고 내면적인 주체의 역사는 초개체적 차원의 정동과 뒤얽힌 ‘연결신체’의 역사로 다시 쓰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1부 ‘연결신체의 역사’에서는 장애, 돌봄, 기술 등의 범주를 중심으로, 연결신체의 역사를 중층의 연결망으로서 펼쳐 보이고자 한다. 박언주는 치매인을 상호정동적 관점에서 살피며 ‘공유된 존엄(shared dignity)’에 대해 논의한다. 소현숙은 장애인의 역사를 되짚으며, 1960~90년대 시행된 가족계획사업의 역사 속에서 이루어진 장애인 강제불임수술을 비판한다. 이화진은 한국영화사를 다시 쓰기 위한 시도로서 장애 관객의 범주를 길어 올린다. 마지막으로 권명아는 미래 예측 시스템을 해킹하는 ‘시간여행자’로서의 몸에 주목함으로써 연결신체의 역사와 미래 사이의 연결지점을 마련한다. 과거와 현재, 사회와 물질, 운동과 상태, 수동과 능동 등이 상호 공존하는 공통구조로서의 역사에 대한 검토는 인문의 미래를 ‘연결성’의 차원에서 다시 쓰기 위한 토대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선험적 범주로서의 공간에서 ‘살된 존재’로서의 환경으로 부대낌과 상호작용을 그 조건으로 삼는 연결신체는 자연스럽게 살된 존재(fleshy beings)로서의 환경과 다시 한 번 연결된다. 그 환경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동 또는 운동, 즉 ‘흐름’을 발생시키고, 또한 다시 그 흐름에 의해 형성된다는 점에서 정동-발생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2부 ‘공간과 정동’은 특정한 정동적 영역으로서 공간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김보명은 최근 여성 공간에 대한 접근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트랜스젠더 여성 배제에 대한 논의에서 출발해 페미니즘 공간정치학의 역사와 전망에 대해 고찰한다. 권영빈은 ‘서사화’가 아닌 ‘공간화’의 관점에서 작가 박완서의 소설에 나타난 ‘집’을 젠더지리학적으로 분석한다. 또 다른 젠더지리지로서 신민희의 글은 로컬 부산의 ‘성장서사’에 의심을 품으며, 여성의 ‘해양노동’이 이루어지는 부산의 배후지를 비로소 가시화한다. 이시다 게이코는 야스쿠니신사를 중심으로, ‘남성적’ 내셔널리즘과 ‘여성적’ 위령 행위의 관계를 탐색한다. 2부에서 다루는 다양한 층위의 정동적 공간들은 이처럼 ‘젠더’의 범주에서 검토됨으로써, 교차성 및 취약성에 대한 사유를 이끈다. 미디어로서의 신체, 신체의 정동적 형성에 얽힌 미디어라는 포맷 정동적 공간은 물리적 장소로 온전히 환원되지 않는다. 예컨대, 최근 들어 그 용례가 빈번하게 발견되는 ‘피지털(phygital)’이라는 용어는 신체를 둘러싼 물리적 장소와 미디어라는 가상적 장소의 혼종을 사유하게 한다. 이때, 미디어는 단순한 장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 공론장, 아카이브 등 결코 단성적이지 않은 포맷(formats)을 취하며 미디어에 접속된 신체를 정동적으로 형성(formulation)한다. 신체 역시 다양한 힘들이 교차 또는 횡단하는 일종의 미디어임은 물론이다. 3부 ‘미디어와 연결성’은 바로 이러한 사례들, 즉 개인적이고, 집단적이고, 담론적이고, 네트워크화된 신체들이 서로 정동을 일으키고 수정되는 방식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다. 최이숙은 ‘함께 돌봄’을 의제화한 ‘정치하는엄마들’의 관계성을 각종 미디어 안팎에 걸쳐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권두현은 동아시아 미디어 문화의 주요한 테마였던 ‘신파(新派)’를 정동체계로서 논의하기 위한 이론적 모색을 시도한다. 김나영은 고전소설이라는 연구대상과 연구자가 ‘디지털’이라는 매체적 조건 속에서 연결되는 새로운 양상에 주목한다. 입이암총은 민주화투쟁의 장(場)으로서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킨 홍콩의 사례를 통해 ‘용무(勇武)’라는 정동에 휩싸인 몸을 증강현실적 미디어와 함께 살펴본다. 젠더·어펙트 총서의 첫 번째 책은 이러한 창발적인 논의들로 채워져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