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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며 _4
오륙도와 ‘돌아와요 부산항에’ 첫날 Beyond the Sea 2일째 「음악캠프」의 추억 3일째 우리 강산 쓰레기 쓰레기 4일째 스마트폰 분실에 대처하기 5일째 세상에서 가장 헛되고 아까운 시간 6일째 Green Green Grass of Home 7일째 스마트폰의 신박한 사용법 8일째 퇴직금은 나를 위한 아내의 간병비 9일째 모르겠거든 기사식당을 찾아라 10일째 특질고 11일째 해파랑길은 꿩 대신 닭? 12일째 해파랑길 가요 베스트 13일째 양이 많으세요? 적으세요? 14일째 우리가 환상의 콤비인 이유 15일째 강원도래요 16일째 보슬비 오는 섬마을 선생님 17일째 중간 점검 18일째 해파랑길 맛집 부문 대상 19일째 독한 술 말고 약한 술을 드시라! 20일째 막걸리 품평회 21일째 친애하는 윤종신 군 22일째 세월이 더디 가게 하는 기술 23일째 37년 회사 생활의 터닝 포인트 24일째 나뭇잎 사이로 25일째 나에 대해 알게 된 사실 26일째 드디어 트레킹 종료 27일째 해파랑길 일정을 정리하며 마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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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에서 명성이 높았던 맥아더는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Old soldiers never die, just fade away이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 그가 얘기한 ‘다만 사라질 뿐이다just fade away’에 대해 문득 생각해보았다.
--- p.6-7 그 첫 번째 프로젝트가 동해안 해파랑길 770킬로미터 걷기다. 극기, 도전, 달성, 자기와의 싸움, 모험, 챌린지 등의 하드코어한 용어는 쓰고 싶지 않다. 그저 트레킹을 하다 힘들면 쉬고, 졸리면 자고, 목마르면 마시려고 한다. --- p.7 앞서 해파랑길을 완주한 친구의 말로는, 트레킹 하면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 중 하나가 ‘오버페이스 하다가 숙소를 못 찾아 애먼 곳을 하염없이 걷게 되는 경우’라고 한다. 인생에만 ‘빽도’가 없는 게 아니라 트레킹도 마찬가지일 거다. --- p.14 2년 전, 나보다 먼저 퇴사한 해정 군과 나는 히말라야 칸첸중가 베이스캠프에 다녀왔다. 그 무렵 우리는 꿈의 순례길 산티아고 800킬로미터 트레킹을 계획했다. 2020년 봄, 나의 안식년 첫 번째 프로그램이던 스페인행이 코로나19 때문에 무산되면서 일이 꼬였다. --- p.19 가진 돈이라고는 서울 올라갈 차비와 숙박비 정도여서 여관 에서 편히 잘 것이냐, 아니면 흥겹게 술 한잔하고 해변에서 노숙을 할 것이냐? 굳이 핑계를 대자면, 그때 해운대 백 사장의 모래가 따뜻하지만 않았어도 결정을 달리했을 테지 만, 결국 우리는 노숙을 택했다. --- p.22 친구의 스마트폰 분실 사건을 겪으면서, 그런 생각을 해 보았다. 이제 스마트폰이란 요물은 가족이나 친구, 신앙, 애완동물, 재물 등등 모든 존재를 가볍게 넘어설 만큼 압도적으로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은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과연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을까? --- p.50 오히려 바닥이 고르지 못해서 오르락내리락하는 길이 걷기에는 최적이다. 그 이유는 오래 이어지는 딱딱한 평지는 몇 개의 근육만 반복적으로 쓰게 해서 쉬 피로해지고 탈이 나게 되기 때문이다. 발에 물집이 왜 생기는지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를 듯하다. 다양한 부위를 쓰면 상처나 물집 같은 건 안 생긴다. --- p.56 한국인은 어려서부터 한 가지 강박관념을 가지고 사는 것 같다. 시간은 반드시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일이든 공부든 결과물, 소위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야 안심한다. 그런 기준에서 보자면, 노는 데 쓰는 시간은 헛되고 아깝다. 지금처럼 마냥 걷는 일 역시도 마찬가지. --- p.60 잘 놀고, 취미를 즐기며 보내는 시간이야말로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닐까. 우리가 사는 목적은 결국 행복이며, 그건 생산적이라기보다는 소비적인 속성을 가지고 있다. 돈은 벌 때보다는 쓸 때 더 행복하듯이. --- p.61 사람에게는 양면성이 있다. 친구도 나도 고지식함 속에 그 정도 유연함은 가지고 있다. 그러니 우리 둘은 30년 이상 한 직장에서 월급을 타 먹고 지낼 수 있던 것이다. --- p.71 앞으로 비대면 사회가 일반화된다면 도래할 디스토피아를 두고 말들이 많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비대면에 익숙해 있었는지도 모른다. SNS로 소통하는 게 얼마나 많아졌나! --- p.74 칠순이 넘고 팔순이 가까워 오면, 미각이 제대로 기능을 못 해서 음식 맛을 못 느낀다는 말을 주변에서 자주 들었다. 그러니 곰곰 이 생각해보건대, ‘내가 온전한 미각을 가지고 메뉴 선택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은 그저 5년에서 길어야 10년이 남아 있을 뿐이다. --- p.93 37년을 일해온 나로서는, 방송 PD라는 엔진의 시동은 꺼졌지만, 모터는 한동안 탄력을 받아 돌아갈 것이다. 출근 시간이 되면 나가려 할 것이며, 새해 달력을 받아 들면 빨간 날을 세거나, 연휴가 며칠이나 겹치는지 진지하게 체크할 것이다. --- p.105 어떻게 하면 모양 빠지지 않게, 품위를 지키며 스스로를 리셋reset할 수 있을까? 원초적이고 힘든 일을 오랜 시간 겪으면 새로워지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이처럼 길고 무모하기까지 한 도전에 나섰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과연 트레킹을 시작하며 회사 일을 떠올리는 경우가 드물었던 걸 보니 이제까지는 성공인 듯하다. --- p.106 *부부가 티격태격해도 헤어지지 않고 사는 건 대부분 관계가 좋고 천생연분이어서라기보다는 ‘결정적인 순간’ 혹은 ‘진실의 순간’을 잊지 못해서라고 생각한다. 처음에 매력을 느꼈던 몇 초의 짧은 순간, 어느 때인가 내게 해주었던 고마운 응대나 배려 따위 말이다. --- p.119 *달리기는 효율이 떨어지는 대표적인 행위다. 자동차나 최소한 자전거로 쉽게 갈 수 있는 거리를 땀을 삐질 흘려가며 한참 만에야 겨우 도달한다. 트레킹은 조깅보다 비효율적이다. 1시간을 꼬박 걸어도 4킬로미터 남짓 갈 수 있다. --- p.124 사랑하고 용서하는 사람은 거기에 가치를 둔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정직함보다는 남을 속여서 이득을 취하거나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여긴다. 분노하는 사람, 질투하는 사람, 사치하는 사람. 모두 가치관 문제다. --- p.124 동해안 해파랑길 770킬로미터의 여정은 내 마음속 얼크러진 번뇌를 얼마나 삭여줄까, 그런 기대를 갖고 출발한 걷기였다. --- p.125 “독주는 독배다. 일찍 죽지 않으려면 막걸리 같은 약한 술을 마시라”는 현인의 충고도 있고, 달짝지근한 술보다는 텁텁하고 원초적인 알코올이 주당의 본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막걸리 나라로 전향서를 쓰게 된 것이다. 이쪽은 망명도 이민도 반갑게 잘 받아준다. --- p.155 나이가 들면 세월이 빨리 간다. 그 이유는 그날그날의 단순한 일상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새롭고 흥미로운 경험으로 충만했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하루가 꽤 길었던 느낌이 있다. --- p.164 사람이 여행에 나서는 것도 시간을 더디게 쓰려는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트레킹을 시작한 지 23일이 지났다. 만일 집에 머물러 있었더라면 아마 지금보다는 곱절로 시간이 빨리 흘렀을 것이 분명하다. --- p.165 먼저 퇴직한 남자 선배들을 보면서 왠지 그분들의 확 위축된 분위기를 느끼며 놀랐다. ‘저 선배가 내게 함부로 대하며 상처 주던 그가 맞나?’ 싶어지는 건 달라진 그들의 온화한 태도 때문이다. --- p.167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지 닷새가 지났다. 해정 군의 표현대로, ‘깊은 꿈을 꾸고 일어난 기분’이다. 나이가 들면 최근에 경험한 일일수록 희미해진다. 치매란 과거의 기억을 잡아먹는 게 아니라 요즘 기억부터 꿀꺽 삼켜 나간다. 마치 활어만 공격하는 상어 같은 존재다. --- p.201 이렇게 나이를 먹으며 스스로를 잃어갈지 모른다. 앞으로의 내 삶은 ‘추억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아니라, 매 순간의 기쁨과 만족을 향유하는 일’이어야 한다. 어차피 다 잊을 일이니까. 슬퍼지기는 하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 p.2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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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RADIO 재직 시 글쓴이는 ‘나서기 PD’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배철수의 음악캠프]를 담당하던 시절 모 후배가 “조 선배는 자기 프로그램에 꼭 나선다니까, 다른 데서 게스트로 써주지를 않으니”라고 일갈함으로써 자연스럽게 붙여진 별명이라고 한다.
지난 2020년 연말에 지은이는 37년간의 근속을 마치고 MBC RADIO를 퇴직했다. 1960년생으로 베이비부머 세대 정년퇴직자 중 한 사람이다. “솔직히 좀 무섭고 겁도 났다. 무無의 시간, 백지의 공간에 뭐라도 채워야 할 것 같았다.”라고 그는 퇴직을 앞둔 심경을 표현했다. 그 “백지의 공간에 뭐라도 채워야 할 것 같은” 심정으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트레킹을 결정하고 비행기 표와 함께 일정을 준비했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실행이 어려워지고 대안을 찾던 중 맞춤한 국내 트레킹 코스인 해파랑길을 찾아낸다. 부산을 기점으로 통일전망대까지 총 770킬로미터 거리를 동해안을 따라 걷는 코스다. 두 엄지손가락으로 기록한 일정과 심경 지은이는 단짝인 ‘해정 군’과 해파랑길 걷기를 함께하며 끼니를 챙기고 숙소를 정하는 등 하루하루의 일정과 소감을 스마트폰에 남겼다. 매일 걸은 거리와 함께 챙겨 먹은 끼니와 반주로 곁들인 주종과 양까지도 기록했다. 또 소셜 미디어 등을 통해 두 사람의 소식을 접한 동창, 학교나 직장 후배 등 이런저런 인연들이 그들의 트레킹을 응원하려고 등장하기 시작한다. 낮에 트레킹에 동참한 후에 저녁 식사에 반주로 시작된 한잔이 거나해지는 술자리로 발전하기도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단출히 때로는 손님(?)을 맞으며 꼬박 27일간을 걸었다. 글쓴이가 ‘가능하면 매일 밤’ 남기려고 노력한 기록을 따라가 보면, 대학교 일 학년 때 놀러 갔던 부산 밤바다도, 새내기 PD 때 당시 정동 MBC 근방 생맥줏집도 읽힌다. 지은이와 단짝은 걸으며 부르기에 좋은 노래 베스트 5곡을 선정하기도 하고, 저녁에 반주로 즐기던 막걸리 품평회를 열기도 하며, 걸으면서 마주한 풍경들 순위를 매기기도 한다. 이렇듯 유쾌한 에피소드들 사이사이에 ‘이제는 말할 수 있는, 말해도 되는’ MBC RADIO 간판 프로그램들의 숨은 비화와 일찍이 우리 곁을 떠난 이들(정영일 영화평론가, 가수 박상규 등)에 대한 회고도 새겨져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진짜 즐거움은 ‘모르는 게 뭡니까?’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매우 훌륭한 입담’ 내지 ‘말을 재밌게 버무리는 솜씨’에 있다. 글이 술술 읽힌다. 글이 이만큼 재미있다면 ‘그의 말’은 또 얼마나 재미있을 텐가. 전직 음악 프로듀서인 덕분에 노래와 노랫말에 대한 분량이 많은 편. 노래에 얽힌 이야기나 노랫말이 실린 끝에 QR 코드를 얹어 놓아 확인 겸 감상할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퇴직은 사회생활의 끝은 아니다, 그러나 왠지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 공감이 불러온 유대감이 전해주는 응원 메시지!! 일정을 기록하려고 남기기 시작했던 이 책의 글 곳곳에서 ‘나서기 PD 조정선이 37년간 일해온 자기의 일과 일터를 얼마나 사랑했던가’를 발견할 수 있다. 생애 첫 직장에서 정년퇴직을 맞은 일은 요즘 시대에는 구경하기조차 어려운 희귀한 행운처럼 보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작 그 상황을 받아들여야 하는 당사자로서는 심정적으로 이해 불가할지도 모를 일이다. 매일 드나들던 회사에 사무실에 있던 내 자리에… 다시는 일상인 듯 무심하게 가서 앉을 수 없다는 것, 그 단절. 그리하여 글 곳곳에 소심하게 결심을 털어놓고 있다. 되도록 멀리 떨어져 있겠노라고. 그의 시대 사람들이 일터를 떠나야 할 나이를 맞고 있다. 어떻게든 자신에게 맞는 방법들을 찾아낼 터이지만, 이렇게 그 시간을 가로지른 사람이 있음을 그의 기록으로 담아내려 했다. 온종일 힘들게 걷고 술 한잔에 취해 잠들었던 27일간의 고행이 37년이라는 시간과의 작별에 조금은 위로가 되었기를. 그리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퇴직 후의 새로운 나날을 위해 스스로에게 보내는 응원이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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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계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정말 많은 PD하고 작업을 한다. 조정선 PD와 같이 일할 때는 늘 즐거웠는데, 이 친구는 별것 아닌 소재도 참 재미있는 방송으로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다. 만날 때마다 그 재미있는 얘기를 혼자만 알고 있지 말고 책을 내보라고 부추겼는데, 허허 진짜 썼네. 참 재미있게 읽었고 이제부터는 나도 좀 걸어야겠다. - 배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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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프로그램을 같이하지 못했지만 우린 오래됐다. 평직원일 때도 누나, 국장이 되어도 누나. 변함없는 호칭을 유지하는 사이, 꾸밀 것도 계산할 것도 없는 사이. 그의 글, 행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만큼 매력 있는 아우다. 올리는 글들이 맛지고 기승전웃음을 준다. 그는 글에 긍정과 희망을 비벼 넣는다. 맘이 끌린다. - 양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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겪는 사람을 좋아한다, 겪지 않고 알아내는 사람보다. 조정선 형은 겪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는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그 길에 잠깐 만난 정선 형은 흐뭇하게 취기만 머금을 뿐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이 책이 궁금한 이유는 그 머금은 이야기를 여기에 다 풀어 놓았을 것 같아서. - 윤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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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 있다. 아주 오랜만에 연락이 닿아도 마냥 반가운 사람. 문득 떠올려보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사람. 나서기 PD, 조정선 PD가 그렇다. 그건 아마도 내가 가장 좋았던 시간을 함께 보낸 진한 인연 때문이리라. 그 시절 항상 나서서 좋은 음악을 소개해주고, 늘 한발 앞서서 술값을 계산해주던 그가 어느덧 퇴사하여 동해 해파랑길 트레킹을 다녀왔다. 나서기 PD라는 별명답게 그는 이번에도 먼저 길을 떠났다. 이 밤 난 그가 남긴 여행기를 읽으며 그의 그림자를 밟으며 따라가고 있다. 그리고 자꾸만 웃음이 새어 나온다. 많이 그리웠나 보다, 나보다 앞서 길을 내주던 그 시절의 형들이…. - 유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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