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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2020년 1월과 2월
윤주 시징 미정 윤주 시징 미정 윤주 시징 2부 2021년 4월과 5월 미정 편지들 발문 | 최진영 작가의 말 |
趙海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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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신념을 따르고 사랑에 진심일수록 상처 받고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신념과 사랑이라는 단어들에 함유된 아름다움이 어째서 우리의 마음을 때때로 더 가난하게 하는지, 나는 늘 그것이 궁금했다. (…) 생애는 완벽할 수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 그 완벽하지 않음은 또다른 투신과 좌절과 희망으로 다시 완벽으로 나아간다, 다치면서, 부서지면서, 옳은지 옳지 않은지 판단하지 못한 채 흔들리면서…… 혁명은 끝나도 혁명의 방식은 남는다는 믿음이 있다. 타인과 자신을 돌보지 않는 신념은 텅 빈 집념이 되기 쉽다고 생각하며, 사랑은 추억을 남기지만 그 추억은 더 큰 외로움을 불러오기도 한다는 것을 안다. 이 모든 불완전성을 살아가는 윤주와 시징과 미정, 그리고 비슷한 결의 생애 속에 내던져진 소설 바깥의 독자들과 『완벽한 생애』를 나눈다면 좋겠다. 언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고 어디로 가는지도 확신하지 못하는 이 생애의 한가운데서 우리가 서로에게 ‘살아 있음’의 증인이 되어주기를 희망한다. 2021년 9월 조해진 책 속에서 시징은 성인이 된 이후로 친구나 동료의 집을 방문한 적이 없었고 그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한 적도 거의 없었다. 은철을 제외하면 시징의 공간에 배어든 냄새가 남들의 것과 어떻게 다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셈이다. 시징이 어떤 자세로 잠을 자고 나쁜 꿈에서 깼을 땐 어떤 얼굴을 하는지, 별다른 습관은 무엇이고 무방비의 자세는 어떠한지, 평소보다 우울하거나 고독할 땐 무얼 하며 시곗바늘의 균등한 간격을 견디는지, 그 모든 것을 아는 사람은 육년 전이나 지금이나 은철뿐이었다.(24~25면) 미안한 동시에, 그 미안함 뒤에 안전하게 숨어 있고 싶은 마음도 부정할 수 없었다. 어떤 미안함은 편리하다는 것을 문영이 알까. 누군가를 향한 복합적인 감정 둘레에 벽을 쌓아서 자신에 대한 의심과 혐오 그리고 열등감을 사전에 차단하는 그런 미안함도 있다는 것을.(33~34면) 기회가 와서 잡았을 뿐이고 애정을 갖고 노동했으며 그 노동의 대가로 돈을 받아 꾸려졌던 삶…… 평범해 보이지만 그 평범함을 유지하기 위해 늘 바빴고 발을 동동거리며 뛰어다녔는데, 이 세계에선 그런 삶이 언제라도 비웃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윤주를 무기력하게 했다.(54면) 은철을 만나면서부터 시징은 식탁에 마주 앉아 함께 요리한 음식을 나눠 먹고 서로의 몸을 만지며 잠드는 하루하루만으로도, 그러니까 열망이나 격정 없이도 사랑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그것만으로, 사랑의 경험만으로도 충분할 줄 알았다. 한번만, 단 한번만이라도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 추억이 보호막이 되어 덜 다치고 덜 부서지며 살아갈 줄 알았는데, 막상 그 사랑이 끝나고 나니 생애는 사랑의 경험이 없을 때보다 훨씬 더 지루한 연극이 되어버렸다.(72~73면) 궁금하기도 했다. 그 끝을 확신할 수 없는 신념은 애초에 갖지 않아야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것일까. 어째서 고민을 거듭하고 애쓰며 투신할수록 생애는 엉망이 되는 것인지, 미정은 진심으로 궁금했다.(85~86면) 긴 이야기가 시작될 것이다. 윤주는 이내 미정 맞은편에 앉았고, 그 이야기가 어떤 순서로 전해지든 마지막 말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 그 말…… 그러고 보니 그 말은 시징에게 메모를 쓸 때 미처 적지 못한 문장이기도 했다. 윤주는 이제야 그 말을 듣게 될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으로부터. 당분간은 그 말에 기대어 무서움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고, 지금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윤주는 믿고 싶었다. 저편의 미정은 이미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듯, 하염없이 윤주를 건너다보고 있었다.(101~102면) 시징, 근데 그거 알아? 이 아파트에 처음 왔을 때 말이야, 몇년 전에 미술관에서 본 그림이 떠올랐어. 밀밭을 혼자 걷는 사람을 그린 풍경화였는데, 그림에는 걷는 사람의 뒷모습만 나오는데도 나는 그 얼굴을 본 것만 같았지. 시징, 너무 혼자 있지 마. 생애의 끝을 미리 가정하지도 마. 사실은 네게 꼭 하고 싶은 말이었어.(111~112면) 추천사 『완벽한 생애』는 섬처럼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검은 밤 각자의 등대 빛이 서로에게 가닿는 찰나에 관한 이야기,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의 완벽한 생애에 빛을 더하는 이야기, 그 빛의 고요한 위안을 전해주는 소설이다. 또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완벽한 생애』는 섬처럼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광활한 밤하늘의 별을 함께 바라보는 소설이라고. 우리는 떨어져 있지만 별은 우리 사이보다 훨씬 멀리 있기에 그곳의 당신과 이곳의 내가 바라보는 별의 크기도 밝기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헤어졌지만 동시에 같은 것을 바라보기도 한다. 희망도 기억도 추억도 아닌 현재에 당신은 있다. 나는 다시 생각한다. 이별이란 대체 무엇인가. 그것은 이제 이곳을 떠나겠다는 각오. 돌아가지 않겠다는 다짐. 자립. 어제의 문을 닫고 내딛는 오늘. 나 없는 당신의 행복한 생애를 기원하는 마지막 기도. 한편으로 이별은, 이렇게도 멋진 일이다. 최진영 소설가 |